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 한때 나는 등산을 좋아해 주말마다 산에 올랐다. 텐트 없이 침낭 속에서 자는 비박을 하기 위해 야간 산행을 하기도 했다. 더 자랑해보자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와 마추픽추로 향하는 잉카 트레일에도 간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20 여 년 전 일이다. 얼마 전 업계(?) 후배들이 한라산에 오르자고 했을 때 나는 잠시 그 시간의 간극을 깜빡했음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보통 10시간이 걸린다는 관음사 코스를,...
    2024.02
  • 압구정동에 건물 한 채 정도 있으면 진정한 건물주요, 부자라 할 수 있다. 내 병원과 회사도 압구정동에 있다 보니, 가끔 건물주 아니냐는 소릴 들을 때가 있다. 안타깝게도 병원과 회사 모두 임대 건물에 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도 능력이니, 건물주는 못 되어도 병원과 회사의 유명함은 자랑할 만하다. 그렇다면, 모든 걸 갖추었으니 “나는 진정 행복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객관적인 성공 기준으로 보면...
    2024.02
  • 조간신문을 헤드라인 중심으로 바삐 넘기다가도 시詩가 있는 지면을 만나면, 신문 보기 전에 막 커튼을 연 것처럼 마음 한쪽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시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단어만 사용했건만, 정말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말을 지어내는 사람인지요. 알고 있던 것과 늘 하던 것으로 또 하루하루가 지나갈 시간의 시작입니다. 그런 시간을 조금씩 달리 바라보고 생각해본다면, 이번 한 해의 시간이 작년과 조금은 다르게 만...
    2024.01
  • 쓴 약에 단물 옷을 입힌 당의정과 새콤한 과일에 설탕물을 덧씌운 탕후루는 형제지간이다. 형제라면 성이 같아야 할 텐데 왜 다를까 의아할 수도 있는데, 각각의 한자 ‘糖衣錠’과 ‘糖葫蘆’를 보면 이해가 된다. 모두 단것을 뜻하는 糖씨인데, 이것이 포도당에서는 ‘당’으로 읽히고 설탕에서는 ‘탕’으로 읽히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형제지간이라 같은 점도 많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달라도 많이 다르다.  &n...
    2023.11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 당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예민한 사람이 보는 세상은 덜 예민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 비교하자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된 컴퓨터와 같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 모든 것에 이렇게...
    2023.10
  • 혼자 사는 사람들의 나이 드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뒤 여름 내내 전국을 돌며 강연을 했는데,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 어느 도서관에서 내 강의를 열심히 메모하며 듣던 중년 여성이 손을 들더니 고민을 털어놓았다. 비혼인 자신이 아픈 부모를 혼자 돌보는데 기혼 형제 자매는 나 몰라라 하고, 자신도 일해야 하는데 돌봄 시간은 점점 늘고…. 그의 고립무원의 처지에 마음이 아릿했다. ‘독박 간병’은 피해라, 고립되면...
    2023.09
  • 2년에 한 번씩 가을 학기에는 ‘가족사회학’ 강의를 개설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 대에는 커리큘럼에만 있지 강의는 하지 않던, 말 그대로 이름뿐인 교과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기 과목이 되었고 수강생들의 소감도 나쁘지 않다. 대학에서 들은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학생도 여럿 있다. 가족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이야기다.   수강생들은 기말 과제로 관심 있는 주제를...
    2023.08
  • 이제는 솔직히 인정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국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걸. 사실 이건 이미 예전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에겐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난다마이드anandamide가 부족하다. 아난다마이드는 힘겨운 상황에서 곧잘 분비되는데, 잘 분해되면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기 쉽고 더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고통을 극복케 하는 행복 물질인 아난다마이드가 한국인에게...
    2023.07
  • 거인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 이웃이 거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열 사회, 경쟁 사회에서 우리만이라도 자신을 보듬고 높이 평가하며 자존감을 지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우리 몸에 몇 가지 습관을 들이다 보면 우리는 모두 거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로 하여금 거인이라는 단어를 쓰게 해...
    2023.06
  • 황건적의 난으로 혼란스럽던 후한 말, 유비·관우·장비가 의기투합해 형제의 의를 맺은 도원결의는 <삼국지연의>의 출발점이자 백미다. 세 사람이 의용군을 모아 황건적 토벌에 나서면서 <삼국지연의>는 막을 올린다.    <삼국지연의>는 황건적을 살인, 약탈, 방화를 일삼으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적 떼로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 황건적은 농촌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
    20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