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의 나이 드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뒤 여름 내내 전국을 돌며 강연을 했는데,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 어느 도서관에서 내 강의를 열심히 메모하며 듣던 중년 여성이 손을 들더니 고민을 털어놓았다. 비혼인 자신이 아픈 부모를 혼자 돌보는데 기혼 형제 자매는 나 몰라라 하고, 자신도 일해야 하는데 돌봄 시간은 점점 늘고…. 그의 고립무원의 처지에 마음이 아릿했다. ‘독박 간병’은 피해라, 고립되면...
2년에 한 번씩 가을 학기에는 ‘가족사회학’ 강의를 개설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 대에는 커리큘럼에만 있지 강의는 하지 않던, 말 그대로 이름뿐인 교과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기 과목이 되었고 수강생들의 소감도 나쁘지 않다. 대학에서 들은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학생도 여럿 있다. 가족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이야기다.
수강생들은 기말 과제로 관심 있는 주제를...
이제는 솔직히 인정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국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걸. 사실 이건 이미 예전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에겐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난다마이드anandamide가 부족하다. 아난다마이드는 힘겨운 상황에서 곧잘 분비되는데, 잘 분해되면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기 쉽고 더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고통을 극복케 하는 행복 물질인 아난다마이드가 한국인에게...
거인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 이웃이 거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열 사회, 경쟁 사회에서 우리만이라도 자신을 보듬고 높이 평가하며 자존감을 지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우리 몸에 몇 가지 습관을 들이다 보면 우리는 모두 거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로 하여금 거인이라는 단어를 쓰게 해...
황건적의 난으로 혼란스럽던 후한 말, 유비·관우·장비가 의기투합해 형제의 의를 맺은 도원결의는 <삼국지연의>의 출발점이자 백미다. 세 사람이 의용군을 모아 황건적 토벌에 나서면서 <삼국지연의>는 막을 올린다.
<삼국지연의>는 황건적을 살인, 약탈, 방화를 일삼으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적 떼로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 황건적은 농촌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
최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내가 갑자기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고, 들은 대답을 포스팅하는 놀이가 유행했다. 부모들이 내놓은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바퀴벌레가 되었다 해도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바퀴벌레 행복해지는 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할 것”이라든가 “예쁜 바퀴벌레 집을 만들어주고 외출할 때 데리고 다니겠다”는 등 부모들 대답에선 창의...
‘억지’는 결을 거스르는 일이다. 주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나 현재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룰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어이’라는 동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많은 억지가 세상을 바꿔왔다. 억지는 주변 환경과 화학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진화시킨다.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회의가 목에 차오르고 그 반작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식이 진정성을 지닐...
지인의 시골집 마루에 앉아 아침 바람을 쐰다. 텃밭 너머에 선 늙은 느티나무가 소란하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틀고 있다. 아직 잎을 틔우지 않은 느티나무에 광주리만 한 까치집 여섯 채가 적나라하다. 저 정도면 까치 마을이네! 나무가 무거워 보여 내심 놀라는데 지인이 이르기를 모두 헌 집이라고 한다. 까치 한 쌍이 저 나무를 터전 삼아 살며 해마다 새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까치는 둥지를 틀고...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칼럼명도 찰떡같은 이 한 페이지짜리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 명사의 솔직한 일기장 같아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칼럼입니다. 당연히 필자 섭외에도 공을 많이 들이지요. 편집장인 저도 정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쓰려고 그간 꼭꼭 아껴두었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 이 칼럼의 필자가 되는 날이네요.
저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편집장 일을 마칩니다. ...
또 냄비를 바짝 태우고 말았습니다. 쩝!
“30분 있다 알람 해줘.” 알람이 울렸을 때 “알았어, 알았어.” 이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끄고 바로 일어서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화들짝 놀라서 부엌으로 쫓아와 보니 냄비가 아주 새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하던 일에 그렇게나 집중을 했다니 — 이럴 때는 정신이 어디까지 갔다 오는 걸까, 어디쯤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