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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건적의 난으로 혼란스럽던 후한 말, 유비·관우·장비가 의기투합해 형제의 의를 맺은 도원결의는 <삼국지연의>의 출발점이자 백미다. 세 사람이 의용군을 모아 황건적 토벌에 나서면서 <삼국지연의>는 막을 올린다.    <삼국지연의>는 황건적을 살인, 약탈, 방화를 일삼으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적 떼로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 황건적은 농촌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
    2023.05
  • 최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내가 갑자기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고, 들은 대답을 포스팅하는 놀이가 유행했다. 부모들이 내놓은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바퀴벌레가 되었다 해도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바퀴벌레 행복해지는 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할 것”이라든가 “예쁜 바퀴벌레 집을 만들어주고 외출할 때 데리고 다니겠다”는 등 부모들 대답에선 창의...
    2023.04
  • ‘억지’는 결을 거스르는 일이다. 주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나 현재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룰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어이’라는 동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많은 억지가 세상을 바꿔왔다. 억지는 주변 환경과 화학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진화시킨다.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회의가 목에 차오르고 그 반작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식이 진정성을 지닐...
    2023.03
  • 지인의 시골집 마루에 앉아 아침 바람을 쐰다. 텃밭 너머에 선 늙은 느티나무가 소란하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틀고 있다. 아직 잎을 틔우지 않은 느티나무에 광주리만 한 까치집 여섯 채가 적나라하다. 저 정도면 까치 마을이네! 나무가 무거워 보여 내심 놀라는데 지인이 이르기를 모두 헌 집이라고 한다. 까치 한 쌍이 저 나무를 터전 삼아 살며 해마다 새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까치는 둥지를 틀고...
    2023.02
  •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칼럼명도 찰떡같은 이 한 페이지짜리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 명사의 솔직한 일기장 같아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칼럼입니다. 당연히 필자 섭외에도 공을 많이 들이지요. 편집장인 저도 정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쓰려고 그간 꼭꼭 아껴두었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 이 칼럼의 필자가 되는 날이네요.   저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편집장 일을 마칩니다. ...
    2023.01
  • 또 냄비를 바짝 태우고 말았습니다. 쩝!    “30분 있다 알람 해줘.” 알람이 울렸을 때 “알았어, 알았어.” 이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끄고 바로 일어서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화들짝 놀라서 부엌으로 쫓아와 보니 냄비가 아주 새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하던 일에 그렇게나 집중을 했다니 — 이럴 때는 정신이 어디까지 갔다 오는 걸까, 어디쯤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2022.12
  • 40대를 지나온 나는 8년 가까이 미국의 시골에서 남편, 아이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계획 없이 그냥 살았다. 시골살이 전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취를 위해 부지런히 직장 생활도 하고, 차근차근 학위도 땄다. 시골에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은 그 자체로 풍성해서 글을 썼다. 어떤 독자가 물었다. “도시에서 성취를 추구하지 않은데에서 오는 아쉬움 혹은 후회는 없냐”고. 갑자기 말문...
    2022.11
  • 고덕동에는 35년 된 작은 세탁소가 있다. 사장님은 매일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쉴 새 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옷을 다리고 가끔 배달도 하며 15시간 넘게 일한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국민학교 3학년 때 갑자기 돌아가셨다. 막냇동생이 이제 막 백일 지난, 아들만 넷인 집의 장남인 그는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중학교에 가는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세탁일을 배웠다. 그 후로 50여 년 동안 매일...
    2022.10
  • 나에게는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기억들이 있다. 어떤 주기를 타고 찾아오는지는 모르겠다. 나와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없는, 그러나 언젠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같은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하며 ‘행복한 내일’을 다짐하던 이들이었을 텐데, 이들의 다짐이 물거품 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가슴 아픈 순간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계속 그들이 등장하는 ...
    2022.09
  •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그저 흘려들었다. 우리의 가왕 조용필의 명료한 발음으로도 유난히 긴 가사는 앞뒤가 연결되어 들려온 적이 없다. 대관령으로 놀러 가는 자동차 안에서 이 노래를 틀고 가사를 차근히 들어보았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이 대목에서 울컥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왜 그렇...
    20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