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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태백산맥 서편 자락의 목공소에서 집 짓고 가구 만들며 글을 쓰는 내 일은 ‘행복이 가득한 집’이 한 세대 이상을 차곡차곡 쌓아온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이 느꼈을 최초의 큰 행복은 아마도 내 집을 장만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동굴 밖으로 나와 나무 기둥에 풀이나 잎 혹은 흙과 돌로 지붕을 만들어 최초의 집을 완성했다. 비바람을 피하고 나보다 더 크고 날쌘 맹수의 위협에서도 벗어났다. 지붕 아래서 ...
    2022.08
  • 그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본다. 그의 뒤로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사람들, 평범한 도시의 밤. 그러나 그는 일생일대의 위기 한가운데에 서 있다. 순간 포착된 그의 시선과 몸동작은 그의 불안과 공허, 당혹감을 드 러낸다. 광택이 나는 종이 위에 인쇄된 그 사진에 매혹되어 나는 오랫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지금은 폐간된 <키노>라는 영화 잡지가 있었다. 그 잡지의 성실한 구독자이던 내가 잡지...
    2022.06
  • “너는 행복하냐? 그렇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니까 행복해?” 2001년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나오는 대사다. 그저 영화 대사일 뿐인데, 들을 때마다 눈가가 뜨끈해진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질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잠시 잊고 있던 저 대사를 다시 호출한 이는 배우 박정민이다. 계기는 인터뷰였다. 당시 나는 ‘배우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는 콘셉트로 기획한 인터뷰집...
    2022.05
  • 예부터 인간의 삶에서 다섯 가지 복을 중요하다고 꼽아왔다. 오복의 첫 번째는 장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를 누리는 것이며, 세 번째는 건강한 것이다. 네 번째는 남을 돕고 베풀어 덕을 쌓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고종명考終命으로 죽음을 편안하고 깨끗이 맞이하는 것이다. 이 오복 중에 첫째, 셋째, 다섯째 염원은 서로 이어져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깨끗이 죽고 싶다’는 희망이다. 요샛말로 ‘건강, 장수,...
    2022.05
  • 봄이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떠나버리겠지만. 이 계절은 정신과 의사에게 특별하다. 적은 일조량과 음산한 분위기로 우울과 근심 걱정이 가득하던 진료실에도 따스함과 웃음이 번져간다. 그간의 불행을 만회하려는 듯, 행복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행복은 모두에게 다르다. 금수저가 못 되어 신세 한탄만 하는 우울증 젊은이는 올봄에는 SNS에서 본 근사한 차를...
    2022.03
  • 요즘에 사람들을 만나면 버릇처럼 질문한다. “뭐 할 때 제일 행복해요?” 사실 답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는 언제냐면요”라고 얘기하려고 묻는다. 매일 아침 50분 정도 걸어서 출근해 사무실 한쪽 욕조에 누워 책을 열 페이지쯤 읽는데, 그 10분이 너무 행복하다. 난독증이 있어 평생 읽은 책이 교과서 빼고 딱 세 권뿐  내가 올겨울 욕조에서 네 권을 읽었다. 주로 사랑 얘기다. 업무 관련 책을 읽으...
    2022.02
  • 청년들은 불행하다. 청소년들은 불행하다. 청년이 화두가 된 시대에 이런 말은 이제 마치 상식과도 같이 통한다. 청년은 시대를 막론하고 힘들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부터 지금의 청년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분석을 덧붙이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층이 이전 세대는 결코 누릴 수 없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세대라는 점은 이런 논의 속에서 종종 망각되곤 한다. 사실 202...
    2022.01
  • 사람은 살면서 여러 얼굴을 지닐 수 있어야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예컨대 동생을 만났을 때와, 스승님을 만나뵐 때 자기 얼굴 표정을 생각해보세요. 연인을 만날 때와, 생전 처음 소개받는 사람을 만날 때의 상황도 그려보세요. 정말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와 얼굴 표정이 달라지지요? ‘나의 여러 모습’입니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극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인격을 덧씌우는 것을 페르...
    2022.01
  • 정류장 뒤로 파도가 부서진다. 하얀 포말 앞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버스가 서고,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제주에 온 지 2년, 나는 아직도 바다에 놀란다. 버스 정류장이, 다이소가, 스타벅스가 바다 앞에 떡하니 있는 풍경이 내겐 초현실적이다. “살아보니 제주 어떠냐?”고 지인들이 묻는다. 저 거대한 생명력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고 산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달라진 것이 더 감사하다. 백화점이 없...
    2021.11
  • “행복하니?” 늘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다. 이 질문의 답은 있기는 한 걸까? 그렇다고 답하자니 어제 죽고 싶던 일이 걸리고, 아니라고 하자니 자신이 불쌍하고 초라해진다. ‘예스와 노’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데, 불현듯 9년 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강연이  떠오른다. 대표적 행복 연구가인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의 강연이다. 그는 ‘행복의 저력’에 관...
    20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