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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는 ‘데미안’ 같은 존재가 있다. 3년 전 돌아가신 마광수 교수다. 그는 싱클레어만큼 순진하고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깨워준 사람이었다. 그는 내 유년의 상처를 치료해준 심리 치료사이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달리 그는 나에게 예의 바르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인연이 죽음에까지 나를 밀어 던졌다. 다니던 대학에서 마광수의 임용과 관련한 학내 사태가 벌어졌고, 나는 마광...
    2020.01
  • 2019년에도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북구의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의 세 딸이 목숨을 끊었다. 생활고가 주된 이유였을 것이다. 유명인 설리 씨와 구하라 씨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생활고가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행복하지 않아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껴서였을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혐오 사회, 모욕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서로 혐오하면...
    2019.12
  • 솔직한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조금 거북합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무척 좋아하지만 “이렇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내 말을 따르세요!”라고 목청 높이는 이에게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좇아가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이란 감정은 곤히 잠든 동안 산타클로스가 난롯가에 몰래 놓고 가는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이라, 간절히 원해도 언제나 가질 수...
    2019.11
  • <행복이 가득한 집>이 탄생한 지 올해로 32년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서른두 해를 버텨왔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을 일이다. 내가 <행복이 가득한 집>을 축하하는 데는 세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잡지의 제목이다. 이 잡지를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가득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둘째는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책의 크기다. 들고 다니면서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읽을...
    2019.10
  • 아담한 정원이 딸린 주택을 갖는 것이 평생소원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마음대로 안 되는 법, 아직도 작은 아파트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뭔가 갑갑할 때, 일상화된 ‘나무 연구’라는 업業이 지겨울 때 훌쩍 자연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은 따로 있다. 고목나무 탐방이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고목나무는  2백70여 곳, 산림청 소관의 보호수 고목나무는 1만 4천여 곳이 전국에...
    2019.09
  • 결혼하기 전부터 딸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하느님은 우리 내외에게 아들만 둘 주셨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선 딸 욕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10여 년 전 나는 거의 동시에 내 딸뻘 되는 처자 둘을 수양딸로 들였다. 수양딸로 들였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그 처자들을 키운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상호 동의 아래 부녀지간처럼 지내기로 한 것이다.    그 딸내미들...
    2019.08
  • 대학 시절 인테리어디자인 사업을 하던 누이 덕에 서가 한가득 <행복이 가득한 집>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우리 사회는 <행복>에 등장하는 멋진 집과 물건이 제시한 새로운 행복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어른들은 데모하고 술 마시는 자녀가 불안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생경한 동경의 공간일 뿐이었다. 1990년대가 되면서 사회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
    2019.07
  • 소설을 쓰면서 생긴 안 좋은 버릇 중 하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뻔하다고 미리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친구에게서 <던월Dawn Wall>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얘기를 듣고도 그랬다. 암벽 등반가인 토미 콜드웰Tommy Caldwell이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바위, 엘 캐피탄El Capitan 수직 코스를 등반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그런 거라면 진부하지 ...
    2019.06
  • 놀랍게도 동양의 가장 오래되고 깊은 고전인 <논어>에는 즐거울 낙樂 자와 기쁠 열悅 자가 많이 나온다. 공자님이 추구한 인간상은 군자君子요 그의 덕성은 인仁이지만 우리에게 권하는 삶은 기쁘고 즐거운 삶인 것이다. 우선 이러한 내력은 <논어>의 처음 부분에 나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 나오는 기쁠 열(說=悅)이 그것이고 ‘먼 데서 벗이 스스로 찾아...
    2019.05
  • 취재차 잘사는 나라보다 저개발 국가를 가는 일이 많다. 아프리카에는 냉장고가 있는 집이 드물다. 유심히 살펴본 바 아프리카 여러 나라 엄마들은 한 끼 먹을 만큼만 준비한다. 살림 노하우라기보다는 가난해서 식량을 재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곳 엄마들에게 “서구 사회에선 돈 들여 많이 사 먹고 그것 때문에 찐 살을 빼려고 다시 돈 들여 훈련(training)한다”고 말하면 다들 깔깔 웃는다. 그들은 나에게 “왜...
    20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