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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나의 평생 직업이었다면 글쓰기는 나의 평생 부업이었다. 늘 말을 하고 글을 쓰면 서 살아왔다. 새삼 하고 싶은 얘기가 따로 있을 리 없지만 문득 계제가 되면 정해놓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지난 현충일에 어느 혼인식에 참석했다. 시퍼런 청춘은 그 자체로 축복이지만 예식장에서 축복의 말을 하게 되어 일찌감치 대갔다. 근자의 우리 문제점 중 하나는 과다한 미세 먼지...
    2016.06
  • 우리 집에 강아지 ‘콩이’가 온 지 2년이 넘었다. 참 귀엽다. 전엔 햄스터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고, 여럿이 살다가 이제 딱 한 마리 남은 외로운 물고기도 어항 속에서 잘 살고 있다(그런데 마지막으로 안부를 확인한 게 언제였더라?). 아내가 물을 주며 보살펴 키우는 화초도 있다. 나는 화분에 뿌리내려 옴짝달싹 못하는 화초보다는 물고기가, 물고기보다는 햄스터가, 그리고 햄스터보다는 강아지 콩이에게 ...
    2016.05
  •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열 가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의 귀에 착 달라붙는 중독적인 소리’로 달리 표현할 수 있는 그 소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것이다. 예컨대 치이익, 하고 잘 달아오른 팬 위에서 스테이크가 구워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얼음으로 가득한 유리잔에 탄산음료를 따를 때 나는 소리 역시 사람들을 ...
    2016.04
  • “A4 파일이 뭐예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늦둥이 딸애 학부모 ‘단톡방’에 질문이 날아들었다. 새 학년 준비물 목록에 올랐나 보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 잠시 고민하다 답글을 올렸다. “A4 크기의 서류를 정리할 수 있는 파일함. 문구점 가서 A4 클리어 파일 달라고 하면 됩니다.” 사진도 찍어 올렸더니 단톡방에서 스타가 됐다. “역시 둘째 맘이 최고!”라며 엄지까지 올려준다. 늙은 엄마라 기 못 ...
    2016.03
  • 종종 하루의 일상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시인의 하루는 어떤지 궁금한 이유에서 물어오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 데 특별할 게 별로 없는 나로선 그러한 질문을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대답을 해주어야만 하는 자리에선 심드렁하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매일 시를 쓰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런 짓은 나뿐 아니라 상대방을 곤란에 빠뜨릴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매일 누군...
    2016.02
  • 그분에게서 연하장이 왔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서다. 종이 연하장에 비해 좀 성의가 없다고? 아니다. 딱 보면 안다. 지워야 할지 남겨야 할지. 소리 내어 읽는 순간 액정 화면 위로 그의 마음도 뜬다. “이건 진심이로군.” 대량 복제로는 진심을 전달하기 어렵다. 손가락이 가슴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떻게 응답하지?”그분의 직업은 가수다. 이름은 전승희, 성별은 남자.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없다...
    2016.01
  • 아들은 덤벙댄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컴퓨터도 끄지 않고 외출했다. 자주 있는 일이긴 하다. 바닥을 훔치던 엄마는 자연스레 컴퓨터에 눈이 간다. 쓰다 만 글이 화면에 어지러이 널려 있다. 근데 이건 뭐지?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사나이는 울지 말아야 된다는 말은 틀린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20년 동안 난 엄마한테 항상 받기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었네요. 그동안 못난 아들 하고 싶은 거 다 ...
    2015.12
  •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자기가 무엇을 찾으러 떠나는지 몰라. 그래서 법석을 떨며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거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럴 필요 없는데….”가을 학기 수업 중에 ‘삶과 꿈’이라는 과목이 있다. 정확한 이름은 ‘문, 삶과 꿈’이다. ‘문’이라는 글자가 붙은 건 문, 사, 철, 즉 문학, 사학, 철학 중 문학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교재는 세 권인데 교수가 재...
    2015.11
  • 오늘은 내가 나를 인터뷰한다.“요즘 어떻게 지내세요?”“감사하며 지내죠. 이 나이에도 출근할 수 있으니.”“비결이 뭔가요?”“제가 ‘인생’이라는 두 줄짜리 시(?)를 쓴 적이 있어요. ‘상 받은 자 옆에는 상처받은 자가 있다.’ 상 받을 땐 옆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죠. ‘다음엔 네 차례야.’ 그랬더니 복이 오더라고요.”“요즘은 학교에 나가시죠?”“직장 생활을 3등분하면 하나는 학교, 나머지는 방송사였어요. 학...
    2015.11
  • ‘자연이 가득한 집’ 이라는 섹션을 시작한 지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지역의 진정한 생산자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오가닉, 지속 가능, 로컬, 에코, 리사이클링 등을 키워드로 친환경적 내용을 소개해왔습니다. 이것이 우리뿐 아니라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가 된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망가진 지구의 끝을 보고야 말 것임을 우려한 사필귀정입니다. 언젠가는 이 제목으로 월간지를 내고 싶다는 생각도...
    20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