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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는 가슴뿐인 신체다. 그도 처음엔 수족을 갖춘 몸이었겠지만 헤아릴 수 없는 우주 시간 속에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돌출부나 모난 곳은 다 마모되어 한 덩어리 둥근 가슴만 남았으리라. 풍파에 씻기고 깎여 너나없이 닮은꼴이 되어버린 해변의 몽돌들, 제아무리 개성파였을지라도 결국 엇비슷한 모습의 노인이 되고 마는 우리네 또한 일생이라는 단 한 번의 공전을 향해 쉬지 않고 자전하는 존재다.나의 공전축도 어...
    2012.10
  • 힐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힐링 열풍을 가져왔기에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마음의 병은 다른 사람만이 고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스스로 마음의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 예방법은 자기 인식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어른자기, 아이자기’ 두 자기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두 자기는 번갈아가면서 밖으로 나와 다른 ...
    2012.09
  • “우리 딸이 그리 공부를 잘하지 못해요. 이 녀석 중간 정도인 거지. 즈 엄마가 이에 만족을 하겠어요? 아빠인 내가 나서서 애가 공부를 좀 더 하도록 잔소리를 해달라고 해서 마음먹고 이야기를 시작했지. 암튼 중간보다 좀 더 잘해볼 수 있도록 독려도 하고 자극도 주려는 것이 목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돌려가면서 묻고 들어주다가 성적 이야기를 하면서 ‘네가 중간이구나?’ 했더니 ‘아빠, 나는 중간이 아니고 중심이...
    2012.08
  • 양창순 박사의 네 번째 글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라는 책 제목에 눈길이 갔다. 그 제목을 보는 순간 “그래, 너는 모른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이란 독백이 절로 나왔다. 아마도 요즘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 때문이었던 듯하다. 누구도 결코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생각. 그렇다면 스스로도 모른 채 저지르는 잘못은 어디까지 허용하고 이해해주어야 하는 걸까 하는 의...
    2012.07
  • 양창순 박사의 세 번째 글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두 번은 산책을 나가야 한다. 어느 때는 새벽이나 늦은 밤에 집을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산책을 거르면 녀석의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딪혀야 하는 탓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덕분에 얻는 것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우선 몸이 건강해진다. 늘 시간에 쫓기는 처지에 하루 두 번의 산책이라니, 전 같으면 그런 호사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
    2012.06
  • 양창순 박사의 두 번째 글나는 우리 속담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는 속담과 심리를 엮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상담을 할 때면 각기 상황에 맞는 속담을 하나씩 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어렵게 느껴지던 문제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된다는 것이다. 새삼 우리 선조들의 현명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일 년 시집살이 못하는 사람 없고 벼 한 섬 ...
    2012.05
  • 양창순 박사의 첫 번째 글봄에 피는 꽃은 대개 잎이 없다. 목련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이 피었다가 진 다음에야 잎이 돋는다. 그리고 그런 봄꽃은 아무리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도 애잔함이 느껴지곤 한다. ‘어째서 그런 걸까?’ 하는 의문이 올봄에서야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낸 답은 ‘꽃과 이파리가 영원히 만나는 일 없이 홀로 피었다가 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꽃무리를 이루는 색채의 향연조차 절대 고독이...
    2012.04
  • 차동엽 신부의 세 번째 글가장 오래된 질문이지만 아직도 똑 부러지는 답변을 얻지 못한 물음 가운데 하나가 ‘행복’에 관한 것이 아닐까. “행복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 얼마나 쉬운 물음인가! 하지만 그 응답은 천차만별이며 많은 경우 핵심에서 비껴 있기 일쑤다.한 기자가 미국 최대 부호로 꼽히던 록펠러의 딸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모든 여성이 부러워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행복하십...
    2012.03
  • 차동엽 신부의 두 번째 글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에 대해 말하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요즘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오히려 절망을 언급하면 공감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나는 이 시대적 분위기에 찬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절망을 수긍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불행을 치유하는 약, 그것은 희망 외에는 없다.” 맞는 말...
    2012.02
  • 차동엽 신부의 첫 번째 글 다섯 살 때 겨울의 끝자락, 봄바람이 여전히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살랑거릴 즈음이었다. 동네 형과 누나들이 새 학기를 맞아 모두 학교엘 갔기 때문에, 내가 너덧 명쯤 되는 아이들 ‘왕초’가 되어 신나는 놀이를 주모했다. 우리는 주로 나보다 한 살 아래 재선이네 초막 돼지우리 옆에서 진을 치고 놀았다. 딱지치기도 하고 양지바른 볏짚 울타리에 기대어 햇볕도 쬐곤 했다.그러던 어느 날, ...
    20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