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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차가운 계절이면 프리지어꽃을 화병이나 물컵에 꽂아둔다. 열매인지 꽃인지 언뜻 구분이 가지 않는 그 노란색 꽃을 무척 좋아한다. 집사람과 연애하던 시절에는 한 번씩 프리지어꽃을 사 들고 갔다. 가난하던 그 시절에 프리지어꽃은 내가 전할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었다. 그 꽃 틈으로 그림과 글을 섞어서 보내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리지어를 보면 온몸 안에 옛 생각이 마구 엉킨다. 덤으로 노란 수선화도 좋아해서 ...
    2013.02
  • 요즘은 상자도 참 흔한 세상이다. 소소한 물건 하나만 사더라도 튼튼하고 예쁜 상자에 담아 포장해준다. 내가 고른 물건이야 당연한 기쁨이지만, 덤으로 딸려온 상자는 의외의 행복감을 선사한다. 일회용일지언정 휙 던져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은 좁으니 상자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닌 건 아니다. 그렇지만 몇 주, 몇 달,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두고 완상玩賞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뿐이겠는가. 끝내 버...
    2013.01
  • 새해, 이 단어가 누구의 이름이기나 한 듯이 속으로 가만히 불러봅니다. 이름은 이르름, 어딘가에 이르고 싶은 뜻에서 나온 말이랍니다. 그래서 지난해 못다 했거나 실패한 일을 뒤로하고 새롭게 해보라고 부추기는 이름으로 새해를 부르겠습니다. 펼쳐질 한 해를 위해 이맘때쯤이면 언제나 결심이라는 것을 하곤 합니다. 밥을 좀 더 천천히 먹어야겠다. 칫솔을 입에 문 채로 수돗물을 먼저 틀지 말아야겠다. 목욕탕에서 머릿수...
    2012.12
  • 따뜻함은 종교다. 아니, 종교 이상이며 종교 이전이다. 따뜻함이 없다면 풀씨 하나도 움트지 못할뿐더러 제아무리 뛰어난 유전자일지라도 생명력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좌절과 역경, 희망을 돌보는 종교는 어느 사원이나 돌탑이 아닌, 그 사원이나 돌탑을 세우게끔 한 어느 한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꺼지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따뜻함을 유지하던 한 사람, 그가 곧 사원의 첫 번째 주춧돌이자 창틀이며 범종이고 바이블...
    2012.11
  • 지구는 가슴뿐인 신체다. 그도 처음엔 수족을 갖춘 몸이었겠지만 헤아릴 수 없는 우주 시간 속에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돌출부나 모난 곳은 다 마모되어 한 덩어리 둥근 가슴만 남았으리라. 풍파에 씻기고 깎여 너나없이 닮은꼴이 되어버린 해변의 몽돌들, 제아무리 개성파였을지라도 결국 엇비슷한 모습의 노인이 되고 마는 우리네 또한 일생이라는 단 한 번의 공전을 향해 쉬지 않고 자전하는 존재다.나의 공전축도 어...
    2012.10
  • 힐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힐링 열풍을 가져왔기에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마음의 병은 다른 사람만이 고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스스로 마음의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 예방법은 자기 인식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어른자기, 아이자기’ 두 자기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두 자기는 번갈아가면서 밖으로 나와 다른 ...
    2012.09
  • “우리 딸이 그리 공부를 잘하지 못해요. 이 녀석 중간 정도인 거지. 즈 엄마가 이에 만족을 하겠어요? 아빠인 내가 나서서 애가 공부를 좀 더 하도록 잔소리를 해달라고 해서 마음먹고 이야기를 시작했지. 암튼 중간보다 좀 더 잘해볼 수 있도록 독려도 하고 자극도 주려는 것이 목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돌려가면서 묻고 들어주다가 성적 이야기를 하면서 ‘네가 중간이구나?’ 했더니 ‘아빠, 나는 중간이 아니고 중심이...
    2012.08
  • 양창순 박사의 네 번째 글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라는 책 제목에 눈길이 갔다. 그 제목을 보는 순간 “그래, 너는 모른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이란 독백이 절로 나왔다. 아마도 요즘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 때문이었던 듯하다. 누구도 결코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생각. 그렇다면 스스로도 모른 채 저지르는 잘못은 어디까지 허용하고 이해해주어야 하는 걸까 하는 의...
    2012.07
  • 양창순 박사의 세 번째 글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두 번은 산책을 나가야 한다. 어느 때는 새벽이나 늦은 밤에 집을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산책을 거르면 녀석의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딪혀야 하는 탓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덕분에 얻는 것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우선 몸이 건강해진다. 늘 시간에 쫓기는 처지에 하루 두 번의 산책이라니, 전 같으면 그런 호사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
    2012.06
  • 양창순 박사의 두 번째 글나는 우리 속담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는 속담과 심리를 엮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상담을 할 때면 각기 상황에 맞는 속담을 하나씩 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어렵게 느껴지던 문제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된다는 것이다. 새삼 우리 선조들의 현명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일 년 시집살이 못하는 사람 없고 벼 한 섬 ...
    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