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우리를 열심히 살도록 하는 내 마음의 시스템입니다. 미래를 대비해 지금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고 우리 마음을 재촉하는 시스템이지요. 그러나 달려만 가는 인생엔 피로가 몰려오고, 막상 성취한 내 인생의 소중한 콘텐츠도 의미 없이 허무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피곤하고 지친 뇌에 어떻게 다시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느냐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내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잘 즐기기 위해선 내 마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죽기 전에 꼭 해보아야 할 일’에 관한 책도 많고 신문이나 잡지 기사들도 자주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여행지’나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명화와 명작’ 등 사실 인간이 죽기 전에 꼭 해보아야 할 일이 좀 많겠는가. 문제는 시간이나 돈이 개입되면 일이 순수한 소망대로만 풀리지 않는 데에 있다.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일이 몇 가지...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올라오는데 문득 “내가 들러리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분과 짜증이 섞인 여성의 성마른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말의 의미와 상관없이 ‘들러리’라는 말의 발음이 무척 아름답게 내 마음에 울렸다. ‘들, 러, 리…’에서 ㄹ은 유음流音이기 때문에 무언가 부드럽게 잘 풀려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듯이 ‘들러리’란 서양식 결혼식에서 신랑이나 신부를 식장으로 원활히 인도하는 사람을...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대인은 인간이 ‘시각적 주체’라는 것에 대체로 수긍하고 살아간다. 그것은 인간이 육체라는 물질성과 공간성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물질이나 공간은 늘 타인 의 눈에 노출되어 ‘보여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존재가 시각적 담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없어 보이면 지는 거다’ ‘약해 보이면 죽는 거다’와 같은 이 시대의...
지금까지 살면서 총 열다섯 번 이사를 했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큰돈 벌었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도 내가 조금이라도 그런 이재에 밝았다면 큰돈을 벌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심한 경우 한 해에 두 번 이사한 적도 있다. 옮길 수밖에 없어서 이사한 적이 많지만, ‘아 여기서 한번 살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사한 적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내게 이사가 취미냐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지금 되돌...
지금부터 20년 전쯤 결혼을 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수입이라곤 시간강사 월급이 전부였다. 나를 딱하게 여긴 선배들이 만들어준 시간강사 자리였다. 한 곳은 군산에 있는 대학이었고 다른 한 곳은 천안이었다. 군산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첫 고속버스를 타야 9시에 시작하는 첫 수업에 맞출 수 있었다. 이틀에 할 수업을 하루에 몰아서 하는 탓에 점심도 간신히 먹고 오후 6시까지 연속해서 수업을 했다....
내가 올빼미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것은 14년 전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후였다. 하루아침에 바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일본 유학 시절까지는 밤에 절대 잠을 잘 수 없는 DNA를 타고난 인간쯤으로 생각하고 생활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아침 9시에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한 톨 미련도 없이 올빼미형 생활 습관을 바로 버렸다. 일본에 있는 7년 동안 내 생활은 단...
그날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어쩌면 두근거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는 그 풍경에 몸을 흠씬 두들겨 맞은 듯한, 어쩌면 수십 분을 된통 끌려다니다 마침내 사지가 너덜너덜해졌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초가을의 문턱, 어느 나무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다.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호젓한 길을 걷는다. 어깨엔 가방을 메고, 한 손엔 노트 같은 것이 들려 있다. ...
오랜만에 느긋하게 맞는 일요일, 혼자 먹을 거지만 늦은 아침 겸 점심을 공들여 차려봅니다. 오늘 메뉴는 냉콩국수. 음악도 알맞은 볼륨으로 틀어놓고, 반찬 두 가지 예쁘게 덜어놓고 숟가락 가지런히… 이제 콩국만 부으면 끝! 우아하게 식사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넣어둔 콩국 담은 유리병을 꺼내다가 그만 에쿠!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와우, 그 두 가지 다른 물질의 파편이라니…. 어렵사리 만든 진한 콩국이 사...
지오를 만난 건 어느 단체에서 마련한 한글학교에서였다. 그는 베트남 출신의 근로자로 우리나라에 약 2년간 머물렀는데 두 차례 특강이랍시고 한글학교에 출강했다가 알게 되었다. 질문을 많이 했고 질문 수준 또한 남다른 구석이 있어 마음이 많이 간 친구였다. 수업이 끝나고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었더니 그가 일을 하지 않는 날 내가 사는 그 먼 데까지 찾아와 몇 번 만나기도 했다. 저녁이 아닌 낮에 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