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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새해를 맞이하면서

조간신문을 헤드라인 중심으로 바삐 넘기다가도 시詩가 있는 지면을 만나면, 신문 보기 전에 막 커튼을 연 것처럼 마음 한쪽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시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단어만 사용했건만, 정말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말을 지어내는 사람인지요. 알고 있던 것과 늘 하던 것으로 또 하루하루가 지나갈 시간의 시작입니다. 그런 시간을 조금씩 달리 바라보고 생각해본다면, 이번 한 해의 시간이 작년과 조금은 다르게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시인의 표현을 다시 들추어보면서, 올해는 조금 더 속 깊은 행복함을 살아내고 싶습니다. 그러기를 기원하는 새해맞이 마음 챙김 준비에 꼭 맞는 시구를 찾았습니다.

 

오후 두 시의 대성전에는 아무도 없고 
다만 돌들이 서로 몸을 붙여 
물 샐 틈 없는 고요를 만들어 주었다. 
_황유원 ‘불광동 성당’ 

 

새해를 맞이하면서, 
밖이 아무리 크고 분주하게 돌아가더라도 그 속도와 소리가 내게 들어오지 않게 꼭 조이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을 작정하고 만들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대성전, 사람들의 소리도 없고 돌들이 꼭 붙어 물샐틈없는 고요한 시간이 만들어진 것처럼 단 몇 시간만이라도 저 혼자의 시간을 만들어 깊이 경배하고 한 해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백록담이라는 말에는 
하얀 사슴이 살고 있다. 
머리 속은 청량해진다, 
연못에 잠시 생각의 뿔을 담갔다 빼기라도 한 것처럼. 
_정지용 ‘백록담’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해에 있던 많은 일 가운데 부질없던 일, 되지 않던 안타까운 일, 서글프던 일 등 후회할 만한 일을 차가운 연못에 뿔을 담그듯 머리를 담가 청량하게 비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즐거웠던 일, 그래도 잘한 일, 계속해도 좋을 일만 남겨두어 가볍고 명랑한 쪽만 남게 하고 싶습니다. (이 시를 읽고서야 한라산의 백록담이 ‘사슴 록’ 자였지… 생각났습니다. 실제로 그곳에 하얀 사슴이 살았을까요?) 

 

맨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모르는 사이였지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한 그 순간 
_황인숙 ‘인연’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안 해본 일을 같이 할 수도 있고, 모르던 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을 만나 그전에 못 해본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어요. 어쩌면 작년보다 한 단계 성장하고 진화할 그런 삶의 행운을 가져다줄 사람을 만나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 다가왔는데도 무심히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마음 열고 마주 온 사람을 마음 열고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동물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요. 
사냥, 일, 교미 모두 처음하는 것처럼 해요. 
_카렌 브릭센 

 

이 말도 새해 시작에 보탭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발행인 이 영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