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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모방의 세월

‘임臨’은 원그림을 옆에 두고 보면서 따라 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模’는 반투명한 종이를 원그림 위에 올려놓고 한 획씩 그대로 윤곽을 따라 그리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둘 다 원작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으로 원그림과 닮을수록 더 잘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아직도 중국에는 여러 분야의 ‘임모’ 경진 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 또한 박수를 받는 일이어서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사를 아주 잘해서 심지어 원작가가 있는데도 모방자가 따라 그린 것을
진품으로 사칭해 소위 위조품을 생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크, 얼마나 잘 그렸으면…) 그러나 여기에 머물면 평생 자신은 없고 영원한 따라쟁이이거나 아류로 남을 뿐입니다.


더 성장하고 싶으면 여기서 그치지 아니하고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임모를 통해 유사하게 그려보며 필법과 품격을 익힌 후,
이 과정을 지나 자신만의 표현 방식과 방법을 터득해낸 상태를 ‘방倣’이라고 합니다.
이때 드디어 그의 세계를 펼칠 수 있을 터입니다.
그러고 보면 방倣은 한자어 방법方法의 ‘방方’과 채찍질하다는 의미인 ‘복攵’의 형성자 방放에
사람 인 변 ‘인亻’을 더해 만든 한자입니다. 
누군가에 기대어 성장하면서 거기에 그치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갈고닦아 터득한 방법? 
이렇게 뜻풀이를 혼자 해봅니다. 
‘모방模倣’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만들어졌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우치게 한 단어였습니다.
 

이번 호 <행복이 가득한 집>이 창간한 지 37년째가 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베끼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따라 하고 싶은 ‘임모’의 분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대로 베끼고 싶을 정도로 참으로 아름답고도 감각 있고, 예의 바르게 사는 분을 많이 만났습니다.
배려심 있는 말을 쓰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더 나아가 덕을 베풀고,
올바르게 잘 살려는 의지와 열정을 가꾸는 분들이었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발행하는 것은 우리에게 직업이었고 동시에 배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37년간이 모방의 세월이었습니다. 
 

한 사회나 국가를 이야기할 때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곤 합니다. 
우리를 물들게 한 주변, 사회, 국가의 성격이나 형태가 정체성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따라 하기에 바람직한 ‘임모’의 모델이 많아야, 그 뒤를 이어 ‘방’을 만드는 세대가 출현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좋은 분을 계속 더 찾아내고 모시겠습니다. 
나아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개성 있는 ‘방’들도 부지런히 찾아내겠습니다. 
 

우리 사업의 과제이며 역할이 ‘행복이 가득한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되게 하는 것’이라니요!
“행복이 가득한 집” - 제목만 불러봐도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게 느껴진다고들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느낌의 말은 자꾸 말할수록 운명이 된다고 합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발행인 이영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