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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다음 중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 고르시오

다음 지문은 등산 잡지사 기자의 마감 기간 중 하루를 요약 서술한 내용이다. 지문을 읽고 기자가 행복을 느꼈을 법한 순간이 언제일지 제시된 보기에서 고르시오.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가 추웠다. 재킷의 후드를 뒤집어 썼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스마트폰에서 애플뮤직 앱을 켜고 페이브먼트Pavement(미국 밴드 이름)의 ‘서머 베이브Summer Babe’를 틀었다. 노래가 끝나기 전,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전철이 들어왔다. 빈자리가 많았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폈다. 약 한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가 졸다가 했다.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렸다. 이윽고 사무실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랐다. 10분 정도 달려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도착, 자리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메일을 확인했다. 중요한 소식은 없었다. 전날 쓰다 만 원고 파일을 열었다. 이날 끝내야 할 꼭지는 무려 세 개 정도 됐다. 부지런히 키보드 자판을 두드렸다. 어느새 밤 9시가 됐다. 10시간 동안 겨우 원고 한 꼭지를 끝냈다. 정리를 하고 사무실 바깥으로 나왔다. 밤 10시였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들어 애플뮤직 앱을 켰다. 페이브먼트의 ‘서머 베이브’를 틀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탔다.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30분이었다.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❶ 음악을 들으면서 출퇴근할 때
❷ 전철에서 책을 볼 때
❸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❹ 원고를 쓸 때
❺ 퇴근할 때


정답 : ❶, ❷, ❸, ❹, ❺


해설: 등산 잡지사에서 일하는 기자는 한 달의 절반가량을 사무실 바깥에서 일한다. 바깥이란 주로 ‘산’을 가리킨다. 지문에 등장하는 기자의 경우, 산에서 일을 하는 건 즐거울 때가 많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 이를테면 너무 덥거나 혹은 너무 추울 때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등산 잡지사 기자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다. 출퇴근길도 그렇다. 험한 산속이 아닌 ‘안전한’ 도시에서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은 저 기자에겐 오히려 더욱 특별할 수 있다.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면서 여유롭다고 느끼기도 한다. 매달 내야 하는 잡지의 지면을 채우기 위해 원고를 쓰는 일도 때때로 즐겁다. 산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을 가까운 친구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잡지의 페이지를 원하는 대로 꾸미는 일, 그러니까 새로운 레이아웃을 시도한다거나 지면의 빈 공간에 그림을 채워 넣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당연히 저 예시의 모든 순간이 기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건 아니다. 그 안에는 말 못 할 고민과 불만도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부딪쳐 싸울 때 당신은 누구 편을 들겠는가? 


“느린 사람. 말도 행동도 느린 사람. 조용히 다가와 엉뚱한 계획을 말하는 사람. 씨익 웃으며 그걸 정말로 하는 사람. 오래 계속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잘 그린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하게 그 그림을 좋아하게 만드는 사람. 스스로 그림 속에 들어가 웃고 있는 사람. 기교 말고 선함을 품은 사람. 글 쓰는 사람. 누구처럼 멋진 글은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 사실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 (자신만) 그걸 모르는 사람. 평범한, 너무나 평범해서 그의 눈부신 모든 것이 엉뚱하게 보이는 사람. 그래서 마침내 자신의 계획을 사랑하게 하는 사람. 그리고 기자. 월간<山>에 다니는 사람.” 아마도 이 작가 약력은 출판사의 종용으로, 그가 주변인을 닦달해 얻어낸 말들을 바탕으로, 매우 낯간지러워하며 써버렸을 겁니다. 최근에 그는 ‘책 <등산시렁: 등산이 싫은 사람들의 마운틴 클럽>을 낸 사람’이라는 한 줄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시종일관 “천천히는 무적이에요!”라고 외치는 그 책을 닮은 글을 <행복>에 보내왔습니다. 모험이며 투쟁이기도 한 등산과 마감 앞에서 ‘천천히의 비법’을 시전하는 모습, 그 안에서 행복이 미장센처럼 흘러갑니다.

글 윤성중(월간 <산> 기자) | 담당 최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