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0월호 가을은 명상의 계절 거울 속에서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얼굴을 발견한 적이 있는지. 잠시 한 숨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그 길이 멀지 않다. 도심 한복판이나 근교에 위치한 사찰에 일단 발 디뎌보도록 하자. 템플 스테이는 여름철에 각광받지만 실제 명상하기에는 서늘한 계절이 좋다. 가을이 가기 전에 고요한 곳에서 나를 되돌아보자.
- 2006년 10월호 창조하는 것만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게루 반坂茂은 건축계의 시인이자 말없는 혁명가다. 겸손하고 창조적인 활동으로 지구를 구원하는 구도자다. 종이와 컨테이너 박스. 도무지 건축 재료가 될 수 없어보이는 것들도 시게루 반을 통과하면 훌륭한 재료가 된다. 종이기둥과 컨테이너로 만든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으로 세계 건축사를 다시 쓰게 할 시게루 반을 전시기획자 김선정 교수가 만났다.
- 2006년 10월호 목산공예관 김규석 씨 크고 작은 잔치 때마다 우리와 함께하는 음식, 떡살 무늬가 찍힌 떡이다. 그러나 무늬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사상에나 올려야 할 무늬가 백일상 떡에 찍혀 있다면? 예쁘다고만 느낀 무늬 하나에도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17년 동안 1천여 개의 떡살을 완성한 장인 김규석 씨, 그가 수백 가지 무늬가 품고 있는 각각의 의미를 밝힌다.
- 2006년 10월호 동심으로 찍은 꽃 한 송이가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이다 수년 동안 디자이너, 특히 패션과 관련된 디자이너를 취재할 때마다 직업병처럼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다.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를 만나러 갈 때는 신고 갈 만한 변변한 구두 한 켤레도 없다는 생각에, 에스모드의 패션 디자이너를 인터뷰할 땐 몇 시간 동안 옷장을 뒤적여도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생각에 푸념을 하기 일쑤다. 그러나 지금은 테이블 웨어 디자이너를 만
- 2006년 10월호 고통의 시간 없는 성공이란 없고, 비관 없는 낙관은 없는 법이다 사람 몸의 70%는 물이라는데 장진 감독의 70%는 재치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말을 할 때마다 재기가 번득이고, 순발력은 속도를 잴 수 없을 정도다. 하교하는 여학생 무리를 보고서는 “애들, 퇴근하네” 라고, 하고 불행의 반대말에 대해서는 ‘행방불명’이라고 눙친다. 지극히 무심한 표정으로. 코드가 일반 규격과는 한참 다른 이 국면에서, 옆에 앉은 사람
- 2006년 9월호 하고싶은 일을 하는 행복한 놈 - 최민식 최민식 씨는 우리 배우 중 드물게도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두 번이나 밟았던 인사다. 그중 한 번은 2등에 해당하는 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였던 그가 요즘에는 영화 촬영장이나 극장이 아니라 거리에 있을 때가 더 많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대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거리에 앉아 있
- 2004년 11월호 예술적인 건축물 안에서 예술품을 감상하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기대감으로 가슴을 콩닥이며 들어서자 놀라움에 심장 박동은 더욱 빨라진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등 3인의 세계적인 건축가가 만든 공간. 그리고 그 안에는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고미술품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 담겨 있다.
- 2006년 6월호 "이곳은 흙으로 만든 거대 예술품이다" 최근 생태 건축의 소재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흙이다. 새로 문을 연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이런 흙과, 흙을 구워 만드는 도자陶瓷의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건축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다. 이곳 관장이자 도예가인 신상호 씨의 4천4백 장 타일 작품으로 외부를 장식한 미술관 건물은 그 자체로 ‘건축도자’의 위엄을 위풍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 2006년 6월호 제대로 기른 생애 최고의 예술품 진돗개 한때는 조각가였고 지금은 사진가로 활동 중인 황진 씨. 그에게 최고의 예술은 조각도, 사진도 아닌 진돗개 한 마리 제대로 기르는 일이다. 평소 서너 마리는 기본이고 최고 열다섯 마리까지 키웠다는 그는 현재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의 아담한 마당에서 가족과 함께 진돗개 일곱 마리를 기르며 살고 있다. 잘 키운 개 한 마리, 어떤 예술품 부럽지 않다는 황진 씨
- 2006년 6월호 디자이너 김선 씨와 딸 이네스 조의 모전여전 혹여 취재 현장에서 이네스 조를 만나게 된다면 그곳 사람들 대부분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간지 기자(그는 현재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의 문화부 데스크로 있다)가 뚜껑 없는 BMW 스포츠카에서 내려, 고혹적인 메
- 2006년 6월호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의 새 집 입성기 최근 모 아파트 건설사는 광고 카피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집이 뭐지요?’ 어떠한 답도 주지 않고, 그저 이렇게 묻고 끝난다. 당신에게 ‘집’은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제대로 답을 내려면 30초짜리 광고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100분 토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에 대한 생각을 나열하다 보면 분명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이다. 얼마 전, 4개월
- 2006년 6월호 조선 도공의 혼을 잇는 15대 심수관 일본 3대 도자기의 하나로 꼽히는 사쓰마야키薩摩燒(가고시마현의 옛 이름인 사쓰마지역의 도자기)의 산실로 꼽히는 ‘심수관 가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어이지는 꼬리표가 있다. 1598년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라는 점이 그것이다. 4백여 년 전 낯선 땅에 도착해 일본의 생활양식을 익힌 조선 도공의 예술 혼은 여전히 건재하다. 추측하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