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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하기 전부터 딸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하느님은 우리 내외에게 아들만 둘 주셨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선 딸 욕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10여 년 전 나는 거의 동시에 내 딸뻘 되는 처자 둘을 수양딸로 들였다. 수양딸로 들였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그 처자들을 키운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상호 동의 아래 부녀지간처럼 지내기로 한 것이다.    그 딸내미들...
    2019.08
  • 대학 시절 인테리어디자인 사업을 하던 누이 덕에 서가 한가득 <행복이 가득한 집>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우리 사회는 <행복>에 등장하는 멋진 집과 물건이 제시한 새로운 행복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어른들은 데모하고 술 마시는 자녀가 불안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생경한 동경의 공간일 뿐이었다. 1990년대가 되면서 사회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
    2019.07
  • 소설을 쓰면서 생긴 안 좋은 버릇 중 하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뻔하다고 미리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친구에게서 <던월Dawn Wall>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얘기를 듣고도 그랬다. 암벽 등반가인 토미 콜드웰Tommy Caldwell이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바위, 엘 캐피탄El Capitan 수직 코스를 등반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그런 거라면 진부하지 ...
    2019.06
  • 놀랍게도 동양의 가장 오래되고 깊은 고전인 <논어>에는 즐거울 낙樂 자와 기쁠 열悅 자가 많이 나온다. 공자님이 추구한 인간상은 군자君子요 그의 덕성은 인仁이지만 우리에게 권하는 삶은 기쁘고 즐거운 삶인 것이다. 우선 이러한 내력은 <논어>의 처음 부분에 나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 나오는 기쁠 열(說=悅)이 그것이고 ‘먼 데서 벗이 스스로 찾아...
    2019.05
  • 취재차 잘사는 나라보다 저개발 국가를 가는 일이 많다. 아프리카에는 냉장고가 있는 집이 드물다. 유심히 살펴본 바 아프리카 여러 나라 엄마들은 한 끼 먹을 만큼만 준비한다. 살림 노하우라기보다는 가난해서 식량을 재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곳 엄마들에게 “서구 사회에선 돈 들여 많이 사 먹고 그것 때문에 찐 살을 빼려고 다시 돈 들여 훈련(training)한다”고 말하면 다들 깔깔 웃는다. 그들은 나에게 “왜...
    2019.04
  • … 집에 들어서자 식구들이 모두 어디에 초대된 것처럼 차려입고 저녁 식탁에 모였다. 잘 차려진 식탁 위에는 중요한 날에만 꺼내는 여섯 개의 촛대에 촛불이 타고 있었다. “ 오늘은 네 생일이고 성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 통행금지 시간도 풀고, 보호와 간섭도 없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네 인생은 네 스스로 관리하고 살기 바란다. 그동안 너는 아주 잘 자라나 주었다. 고맙구나. 앞으로도 너는 잘되리라 믿는다, 아들아...
    2019.03
  • 지금으로부터 15여 년 전에 디자이너 정준 선생에게서 새로운 사업 구상 얘기를 들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선생이 구상하던 사업은 일본의 무인양품에 대적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창조다. 정준 선생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대단한 통찰력을 지녔다. 만약 선생이 세상을 일찍 떠나지 않았더라면, 무인양품과 멋진 한판 승부를 벌였을 것이다. 하나...
    2019.02
  •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소셜아티스트’ 수상 이후 한바탕 난리가 났을 때 그 무렵 발매된 ‘Mic Drop’이라는 곡을 듣고 무척 놀랐다. ‘Not Today’와 ‘Fire’를 뒤늦게 발견하고 나서는 거의 얼이 빠져버렸다. ‘좋다’는 것은 (다른 것들과)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주류 대중음악 사이의 차이란 대개 납득 가능한 양적 차이에 가깝다. 그런데 위 세 곡을 듣고...
    2019.01
  •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쉬다’의 명사형은 ‘쉼’  ‘자다’의 명사형은 ‘잠’,  이렇게 동사를 정리하면 곧 명사가 됩니다.  ‘놀다’는 ‘놀음’도, ‘노름’도 되는군요.  ‘놀다’를 수동으로 만들어보면 ‘놀리다’가 되니,  ‘논다’라는 단어는 조금만 옆으로 가도 변형이 묘하게 일어나네요.  ‘노름’을 왜 운칠기삼이라고 하는지를 알려준 분이 ...
    2018.12
  • 최근에 나를 마주하는 게 어색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인 줄 알았다.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어떤 포럼에 참여한 일이 있다. 어쩌다 보니 뒤풀이 자리에 합석하게 됐는데, 한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는 일이든 관심사든 취향이든, 나와는 판이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내 앞에 놓인 물만 자꾸 홀짝였다. “...
    20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