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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몇 가지 사연이 겹쳐 한동안 나 혼자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 아기는 20개월을 좀 넘긴 나이로 키는 대략 내 무릎 높이 정도였는데, 관찰해본 결과 특별히 소리를 지르며 난폭하게 군다거나 울부짖으며 드러눕거나 하는 일은 잦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사소한 일에도 진심으로 즐겁게 웃었으며, 가끔 신기한 것을 보았을 때는 얼굴에 격렬한 호기심을 드러내었다.&...
    2017.11
  • 내가 사는 마을은 산골이다. 앞산과 뒷산 거리가 100m가 될까 말까, 그 정도다. 그 사이에 50m 정도의 폭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다. 해가 짧은 겨울이면 앞산에서 해가 떴다 싶은데 금세 진다. 오죽 해가 짧으면 노루 꼬리만 하다고 했을까. 오후 4시 반 정도면 뒷산 자락에 붙어 있는 마을에 산그늘이 내려앉는다. 계곡이나 마찬가지여서 마을의 공간이 좁다. 집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
    2017.10
  • 세상의 모든 나무가 가을 채비를 마쳤다. 초록이던 나무가 가을바람 사이로 울긋불긋한 빛깔을 드러낼 차례다. 숲에서도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나무들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생명의 이치다. 이 계절, 도시의 나무 가운데에는 형광빛 노란색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은행나무가 단연 돋보인다. 은행잎의 노란빛은 도심을 일순 환하게 밝힌다. 이러한 은행나무의 가을 변신에는 기쁨 못지않은 걱정이 담기기도...
    2017.09
  • 이 노래 아세요? 너무나 옛날 노래인지라… 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제목이 ‘과거는 흘러갔다’. 중학교 때 음악 시간도 아니었는데 친구가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라는 선생님의 지목을 받고 이 노래를 불렀지요.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보련만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그 시절에도 이 노래는 좀 오래된 노래였어요. 친구가 노래 부르고 있...
    2017.08
  • 전화가 걸려왔다. 문자언어적 인간인 나는 음성언어 소통을 오래 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좋지 않은 호흡기 탓에 지구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중요한 용건이면 문자나 메일을 남기겠거니,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데 어쩐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원고 청탁이었다. 코너 이름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이야기를 불러일으키는 이름이었다. 우리는 왜 ‘정말’로 이야기가 하고 싶을까? 외부와 끊임...
    2017.07
  • 식물학자인 내가 평생 가장 많이 들어보았고, 지금도 내 마음과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질문이 있다. “이 꽃 이름이 뭐예요?” 결과적으로는 이 물음으로 새로운 꽃의 이름을 알아가는 내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당혹스러우며 때로 나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릴 때 우리 집 마당엔 조촐한 정원이 있었다. 꽃을 정말 좋아하신 어머니는 매년 봄이면 지난 가을에 받아둔 채송화나 분꽃, 화초호...
    2017.06
  • “나는 달리기를 잘 못한다. 내가 원시시대나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면 가장 먼저 사자 밥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적응력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세계적 부호 워런 버핏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막대한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를 타고난 재능이 시대를 잘 만난 행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괴팍하고 독선적이던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
    2017.05
  •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이라는 걸 해왔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일한 셈이다. 그동안 딱히 맘 편히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서도 여행 작가로서 일이 우선이라 메모리 카드 가득 사진을 찍고 나서야 비로소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알게 모르게 지쳐갔다. ‘이렇게는 안 되겠어. 재충전을 해야지. 그러다 보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겠지.’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올해는 좀 설렁설렁 ...
    2017.04
  • 봄이 온다. 봄은 땅에서 뭔가 맹렬히 돋아나는 계절이지만, 반대로 땅이 입을 벌려 씨앗을 맹렬히 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나무라면 꼬챙이만 꽂아둬도 물이 오르고, 씨앗이라면 땅바닥에 굴러떨어지기만 해도 싹이 돋는다. 우주가 약동한다. 모든 길짐승, 날짐승의 피톨과 핏줄이 바쁘게 요동친다. 땅에 뭔가를 심지 않으면 안 된다. 봄에 씨앗을 땅에 묻어본 사람은 그 짓을 안 하는 봄을 견딜 수 없다. 한 톨 씨앗이 ...
    2017.03
  • 옛날 옛적 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하기 위해 신붓감을 데려올 때는 신랑 쪽에서 신부 집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답니다. 신부 집안의 내력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신부의 아리따움이나 건강함 등이 대가를 얼마나 지불하느냐의 잣대였다지요. 그 지역의 돈도 많고 지체도 높은 한 집안의 젊은이가 이웃 마을의 처녀를 신부로 맞으러 낙타를 아홉 마리나 끌고 왔답니다...
    20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