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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유’ 하면 으레 돌아가신 법정 스님을 생각한다. 많이 알려진 그분의 산문집 제목이어서도 그렇지만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화두로서 무소유라는 단어를 나름대로 새겨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우리같이 범속한 자가 갑자기 무소유가 된다는 것은 며칠 안에 밥 굶어 죽을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라서 비록 그 단어가 정확히 쌀 한 톨 없다는 뜻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던질 수 있는 단어는 아닐 것...
    2013.10
  • 얼마 전 어느 분에게서 들은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말이 요즈음 자주 생각난다. 가진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라는 뜻인데 어느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말인 듯하다. 다정다감한 얼굴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화안시和顔施, 거짓말, 욕설을 안 하고 유익한 말만 하는 언시言施,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심시心施, 인자하고 부드러운 눈매의 안시眼施, 몸으로 돕는 신시身施, 자리를 양보하는 좌시座施,...
    2013.09
  • 바람이 아주 좋은 어느 날 저녁, 반짝거리는 멋진 새 자동차에 젊은이가 막 문을 열고 타려고 합니다. 이때 한눈에도 그리 넉넉지 않아 보이는 꼬마가 묻습니다. “와, 아까부터 바라다보고 있었어요. 정말 멋져요. 이 차, 아저씨 거예요?”  기분이 좋아진 젊은이는 눈에 부러움이 가득한 꼬마에게 한 바퀴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꼬마는 주저하지 않고 올라타서 자동차값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운전을...
    2013.08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번 고민한다. “이게 최선일까?” 누구나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기를 절실하게 바란다. 행동에 옮기기 전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심사숙고한다. 과거의 경험, 주변의 상황 변수, 지금 가진 자원을 종합해서 최선이기를 고민한다. 답이 쉽사리 나오는 경우는 안타깝지만 흔치 않다. 처음에는 내 경험과 아는 것이 적어서 그런 줄 안다. 그러나 세칭 ‘경험치’라는 것이 늘어도 여전히 최선의...
    2013.07
  • 두 아이에게 나는 유쾌한 뻥쟁이지만 이야기 레퍼토리가 금방 바닥나서 쩔쩔매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입술을 깨물고 있으면 아이들은 아무아무 얘기를 다시 해달라고 쑤석인다. ‘한때 소도둑들이 숨었다는 동굴이 있다. 소도둑들이 칼을 씻은 그 동굴의 우물물이 산 너머 바다를 물들였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어떤 아이들이 우물이 멀리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동굴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릴...
    2013.06
  • 올 어버이날에는 열 살 된 큰아이에게 처음으로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학교 숙제로 쓴 편지인 만큼 서두에 적은 인사말은 낳아주고 길러줘서 감사하다는 빤한 소리였다. 그나마 내가 아이의 육성을 느끼며 진정성 있게 읽은 부분은 편지 말미에 붙인 부탁이었다. 아이는 두 가지 요구를 엄마 아빠가 들어주었으면 했다. 식탁에서 “조금만 더 먹어!” 하는 소리를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숙제하라는 훈계를 하지 않겠다고 약...
    2013.05
  • 나이 마흔은 생의 전환기 건강검진 안내장과 함께 온다. 국가가 이런 방식으로 나이를 공인해줄지 몰랐다. ‘생의 전환기’라는 용어가 매정하니 바꿔달라고 의료보험공단에 진정해야겠다고 넋두리하는 사람도 있다. 신체의 대사와 활동량이 줄고 호르몬 분비에도 변화가 생겨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나이에 이르렀다는 소리일 테지만, 공단의 안내는 마흔들에게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통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키가...
    2013.04
  •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죽음은 늘 예감하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닥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결국 오롯이 내 것이 되었다. 죽음은 죽은 자와 무관하다. 그것은 오로지 산 자의 몫이다. 나는 죽는 날까지 아버지의 죽음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인정이 많고 다감한 면이 있으셨지만 한편으로는 심한 술주정과 폭력, 급한 성격, 어머니와의 끝없는 불화가 나를 견디기 힘...
    2013.03
  • 나는 차가운 계절이면 프리지어꽃을 화병이나 물컵에 꽂아둔다. 열매인지 꽃인지 언뜻 구분이 가지 않는 그 노란색 꽃을 무척 좋아한다. 집사람과 연애하던 시절에는 한 번씩 프리지어꽃을 사 들고 갔다. 가난하던 그 시절에 프리지어꽃은 내가 전할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었다. 그 꽃 틈으로 그림과 글을 섞어서 보내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리지어를 보면 온몸 안에 옛 생각이 마구 엉킨다. 덤으로 노란 수선화도 좋아해서 ...
    2013.02
  • 요즘은 상자도 참 흔한 세상이다. 소소한 물건 하나만 사더라도 튼튼하고 예쁜 상자에 담아 포장해준다. 내가 고른 물건이야 당연한 기쁨이지만, 덤으로 딸려온 상자는 의외의 행복감을 선사한다. 일회용일지언정 휙 던져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은 좁으니 상자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닌 건 아니다. 그렇지만 몇 주, 몇 달,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두고 완상玩賞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뿐이겠는가. 끝내 버...
    20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