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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장은 꽃 시장이다. 번역 작업에 쫓기지 않을 때면 자주 꽃 시장에 간다. 평생 알파벳으로 된 검은 활자에 갇혀 살아서인지 고운 꽃을 보면 설레고 딴 세상에 들어선 기분을 느낀다. 어릴 때 늘 집에 꽃이 있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가 10년 이상 꽃꽂이를 배우셨고 전시회에도 참여하셨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나는 손님이 오는 날은 장보기나 청소보다 꽃부터 챙긴다. 손님 대접에 음식을 가...
    2014.03
  • 음악을 하는 사람은 연주할 때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 제일 고맙다. 연주를 하는데 잡담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는 사람처럼 얄미운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청중이 먹거나 마실 때에는 절대로 연주하지 않는다. 공자는 남이 노래 부를 때는 열심히 들었을 뿐만 아니라, 잘 부르면 다시 불러달라고 재청을 하고 뒤이어 함께 따라 불렀다니 정말 음악을 들을 줄 아는 모범적인 청중이었다. 공자는 식욕이 좋았고 특히 고기를 ...
    2014.02
  • <논어>에 공자가 자기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고 말씀한, 즉 자화상에 해당하는 구절이 있다. “그(공자)의 사람됨은 발분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즐거움으로 걱정을 잊으며, 늙음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초나라의 섭공(섭葉 지방의 관리인 심제량)이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에게 공자의 사람됨이 어떠한지 묻자 자로가 대답하지 못하였는데 이 일을 공자에게 말하자 “너는 왜 내가 이런 사...
    2014.01
  • <논어>에는 현대인이 읽기에 따분하고 어렵고, 시대에 뒤떨어진 말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가령 “오직 여자와 소인(좀스러운 사람)은 다루기가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을 하기 때문이다”라는 공자의 말씀은 2천5백 년 전 당시 봉건 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의 한계를 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정도를 지나치는 것은 아니하느니만 못하다(과유불급)”라든지,...
    2014.01
  • 올해도 어느덧 마지막 달에 접어든다. 이룬 것이 별로 없어서인지 해가 갈수록 세월이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대는 20km의 속도로 세월이 가고, 60대는 60km의 속도로 더 빠르게 세월이 간다는 말을 누군가 정신신경학적으로 증명했다고 한다. 20대에는 뇌의 활동이 활발해서 단위 시간에 일어난 일을 다 기억하고 그 시간에 받은 기억의 용량이 많아 시간이 더디 가는 느낌을 받는 반면, 나이를 먹으면...
    2013.11
  • 무소유’ 하면 으레 돌아가신 법정 스님을 생각한다. 많이 알려진 그분의 산문집 제목이어서도 그렇지만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화두로서 무소유라는 단어를 나름대로 새겨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우리같이 범속한 자가 갑자기 무소유가 된다는 것은 며칠 안에 밥 굶어 죽을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라서 비록 그 단어가 정확히 쌀 한 톨 없다는 뜻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던질 수 있는 단어는 아닐 것...
    2013.10
  • 얼마 전 어느 분에게서 들은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말이 요즈음 자주 생각난다. 가진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라는 뜻인데 어느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말인 듯하다. 다정다감한 얼굴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화안시和顔施, 거짓말, 욕설을 안 하고 유익한 말만 하는 언시言施,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심시心施, 인자하고 부드러운 눈매의 안시眼施, 몸으로 돕는 신시身施, 자리를 양보하는 좌시座施,...
    2013.09
  • 바람이 아주 좋은 어느 날 저녁, 반짝거리는 멋진 새 자동차에 젊은이가 막 문을 열고 타려고 합니다. 이때 한눈에도 그리 넉넉지 않아 보이는 꼬마가 묻습니다. “와, 아까부터 바라다보고 있었어요. 정말 멋져요. 이 차, 아저씨 거예요?”  기분이 좋아진 젊은이는 눈에 부러움이 가득한 꼬마에게 한 바퀴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꼬마는 주저하지 않고 올라타서 자동차값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운전을...
    2013.08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번 고민한다. “이게 최선일까?” 누구나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기를 절실하게 바란다. 행동에 옮기기 전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심사숙고한다. 과거의 경험, 주변의 상황 변수, 지금 가진 자원을 종합해서 최선이기를 고민한다. 답이 쉽사리 나오는 경우는 안타깝지만 흔치 않다. 처음에는 내 경험과 아는 것이 적어서 그런 줄 안다. 그러나 세칭 ‘경험치’라는 것이 늘어도 여전히 최선의...
    2013.07
  • 두 아이에게 나는 유쾌한 뻥쟁이지만 이야기 레퍼토리가 금방 바닥나서 쩔쩔매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입술을 깨물고 있으면 아이들은 아무아무 얘기를 다시 해달라고 쑤석인다. ‘한때 소도둑들이 숨었다는 동굴이 있다. 소도둑들이 칼을 씻은 그 동굴의 우물물이 산 너머 바다를 물들였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어떤 아이들이 우물이 멀리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동굴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릴...
    20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