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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소재를 어디에서 찾느냐?” “소설을 어떻게 쓰기 시작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다양한 소재로 잽싸게 책을 내다 보니, 또 시류에 맞는 소재를 발굴한다는 인상을 주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이 지면을 빌려 답을 하자면, 어떤 이야깃거리들은 처음부터 마음에 커다란 덩어리로 들어앉아 있었다. 데뷔작인 <표백>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시대인 것 같다’며 자살을 결심하는 젊음에...
    2016.11
  • 가끔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해외 교포 출신 아이돌 가수를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 들어와 어떻게 저리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지. 아마 교포가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을 것이다. 피는 못 속인다고, 사람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과거에 대한 정보가 그런 일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개인이 아닌 인류 전체에 ...
    2016.10
  • 새벽에 부산역에서 바라보는 영도는 푸른빛이 감도는 연어색이다. 부산역에서 영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광장 쪽 정면 출입구가 아니라 후면 부두 쪽 2층 출입구다. 내가 서울행 새벽 기차를 타는 날이 한 달에 두어 번. 숨 가쁜 일정을 치르고 자정 무렵 부산역에 도착해 같은 자리에 서서 영도를 건너다본다. 섬은 거대한 별 무리로 반짝인다. 환상적이다. 환상은 실체를 잘 알지 못할 때 품는 욕망의 현상이다. 섬을...
    2016.09
  • “이봐요, 칠팔월 겨우 3개월 피는 감자꽃도 삼재환란을 다 당하건만, 하물며….”  이게 무슨 말인지 잠깐 멍했습니다.  그렇지요, 감자꽃 피어 있을 몇 개월 사이에도 엄청난 비와  지나치게 뜨거운 햇빛과 때론 심한 가뭄을 다 견뎌야 하네요.  그래요, 하물며… 이 단어가 가슴을 메우는군요. 하물며 우리에게 별의별 일들이 왜 안 생기겠어요.  날씨마저 덥디...
    2016.08
  • 나는 지난 4월 초순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박물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했다. 사람들은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갖는다. 왠지 자연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자연 친화적이며 지구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가 보다. 내가 요즘 주로 하는 강연 제목은 ‘공생 멸종 진화 -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살아남기’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호의를 충분히 이용한 강연이라고 할 ...
    2016.07
  •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나의 평생 직업이었다면 글쓰기는 나의 평생 부업이었다. 늘 말을 하고 글을 쓰면 서 살아왔다. 새삼 하고 싶은 얘기가 따로 있을 리 없지만 문득 계제가 되면 정해놓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지난 현충일에 어느 혼인식에 참석했다. 시퍼런 청춘은 그 자체로 축복이지만 예식장에서 축복의 말을 하게 되어 일찌감치 대갔다. 근자의 우리 문제점 중 하나는 과다한 미세 먼지...
    2016.06
  • 우리 집에 강아지 ‘콩이’가 온 지 2년이 넘었다. 참 귀엽다. 전엔 햄스터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고, 여럿이 살다가 이제 딱 한 마리 남은 외로운 물고기도 어항 속에서 잘 살고 있다(그런데 마지막으로 안부를 확인한 게 언제였더라?). 아내가 물을 주며 보살펴 키우는 화초도 있다. 나는 화분에 뿌리내려 옴짝달싹 못하는 화초보다는 물고기가, 물고기보다는 햄스터가, 그리고 햄스터보다는 강아지 콩이에게 ...
    2016.05
  •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열 가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의 귀에 착 달라붙는 중독적인 소리’로 달리 표현할 수 있는 그 소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것이다. 예컨대 치이익, 하고 잘 달아오른 팬 위에서 스테이크가 구워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얼음으로 가득한 유리잔에 탄산음료를 따를 때 나는 소리 역시 사람들을 ...
    2016.04
  • “A4 파일이 뭐예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늦둥이 딸애 학부모 ‘단톡방’에 질문이 날아들었다. 새 학년 준비물 목록에 올랐나 보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 잠시 고민하다 답글을 올렸다. “A4 크기의 서류를 정리할 수 있는 파일함. 문구점 가서 A4 클리어 파일 달라고 하면 됩니다.” 사진도 찍어 올렸더니 단톡방에서 스타가 됐다. “역시 둘째 맘이 최고!”라며 엄지까지 올려준다. 늙은 엄마라 기 못 ...
    2016.03
  • 종종 하루의 일상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시인의 하루는 어떤지 궁금한 이유에서 물어오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 데 특별할 게 별로 없는 나로선 그러한 질문을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대답을 해주어야만 하는 자리에선 심드렁하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매일 시를 쓰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런 짓은 나뿐 아니라 상대방을 곤란에 빠뜨릴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매일 누군...
    20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