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8월호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좁은 굽잇길 하나가 서너 채의 집을 품어, 그 길로 할아범도 아범도 새악시도 골목대장도 모두 모여들게 하던 골목.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주는 마을 공화국의 전당이자, 감정의 정거장이던 그곳.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골목이 점점 상처 입고 사라지고, 살아남더라도 무국적의 ‘거리’로 남게 된 이 시절, 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 씨가 오래된 골목을 들여다봅니다.
- 2010년 8월호 네 입을 크게 벌리라 입 큰 놈이 밥도 많이 먹는다 흥부전의 주인공 제비의 전성시대가 한 물 갔습니다. 요즘은 처마 밑에 집 짓는 제비도 없고, 사모님 울리던 강남 제비조차 소식이 뜸합니다. 이젠 동물원에나 가야 제비를 볼 수 있습니다. 제비를 영어로 ‘스왈로 swallow’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꿀꺽 삼키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눈도 못 뜬 제비 새끼는 어미 새가
- 2010년 8월호 "헤이, 릴랙스" 전영근, 여행-여름, 캔버스에 유채, 72.7x91cm, 2010.1989년에 내국인의 해외여행 규제가 풀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제 또래가 해외여행 1세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돕기 위해 방학 때면 과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던 제게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95년, 드디어
- 2010년 8월호 매물도 사람처럼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한 매물도는 ‘매물도 사람처럼’이라는 주제의 설치 미술 작품으로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섬을 이해하고, 지역 주민과 교감하는 여행을 권장하는 곳. 그 정신을 담은 매물도 이야기가 담긴 조형물을 소개한다.
- 2010년 8월호 내가 도자기를 빚는 게 아니라 도자기가 나를 빚는다 그는 그릇 빚는 도공. 취미는 자연과 삶에 대한 통찰이요, 특기는 두 손으로 만들기다. 집도 손수 짓고, 난로나 풍력발전기도 손수 만들고, 복분자액도 손수 담그고, 그의 손은 뭐든지 척척이다. 더불어 그가 빚는 도자기, 그가 만드는 음식, 그가 머무는 공간에는 늘 자연의 섭리가 깃들어 있다. 흙은 닮은 도예가, 남용호 씨가 사는 법.
- 2010년 8월호 여행가서 까우면 결국 내 손해! 오메, 여름입니다. ‘오메’는 단풍 드는 가을에 쓰는 감탄사인가요? 그럼 ‘앗싸’로 바꾸겠습니다. 앗싸, 여름입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캉스가 커밍 순 했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강으로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 이 어찌 ‘앗싸’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오호 통제라입니다. 월드컵 응원하랬더니 베이비를 만드는 남녀처럼, 여행 추억 만들랬더니 여
- 2010년 8월호 포도 한 송이의 위대한 발견 풀과 벌레와 공기가 뒤섞인 여름밤의 냄새가 훅 끼쳐와야, 무르익은 과실의 단내가 물씬 풍겨와야 하는데 이 포도 그림은 그렇지 않다. 이 세상 과실이 아닌 것 같은 파란 포도가 그려져 있다. 살아 있던 어느 순간에 화석이 되어버린 것 같은. 그리고 그림을 떠도는 사색의 기운. 8월호 표지 작품인 ‘청포도’다. “사실 제목부터 아이러니하죠. 실제 청포도는 이런
- 2010년 8월호 <행복> 기자가 고르고 고른 새책 <제주에서 행복해졌다> 이 책을 읽고 부러움에 몸을 떨었다. 이유인즉, 한 잡지에서 선후배 에디터로 만나 여행자 클럽 ‘조이락’까지 결성할 정도의 도타운 인연이 부러웠고, ‘꿈의 섬’ 제주를 각자 타고난 품성대로 달리고(주차간산), 걷고(도보천리), 쉬며(유유자적) 책을 함께 쓴 그 ‘따로 또 같이’의 어우러짐이 부러웠다. 끝으로 제주를 여행하는
- 2010년 8월호 인도 둥게스와리 마을 아동 돕기<행복>나눔 바자회, 그후 지난 6월 5일 <행복>이 개최한 인도 둥게스와리 마을 아동 돕기 바자회를 통해 6천3만8천5백 원의 수익금이 모였다.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면서 우리는 ‘나눔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둥게스와리 마을 ‘수자타 아카데미’의 전 교장 선생님이자 더 큰 나눔을 실천하고자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프리앙카를 통해 불가
- 2010년 8월호 마누라보다 더 좋은 죽부인! 우리 조상들은 일하지 않으면 더위 피하는 일, 곧 피서도 없었다. 즉, 여름은 일하는 계절인 탓이다. 물 대랴, 김매랴, 보리타작하랴, 거름 주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철이 바로 여름이었다.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속담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뙤약볕 아래에서 하는 일은 어느 철보다 힘들고 고됐다. 그러다 보니 휴식과 피
- 2010년 8월호 '나비'에 관한 두 가지 시선 여기 ‘나비’에 관한 두 편의 글이 있습니다. 하나의 생명체를 두고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묘하게 겹쳐집니다. 나비를 두고 한 시인은 ‘꽃과 꽃 사이의 거리를 재는 아름답고 우아한 곤충’이라 했고, 또 다른 시인은 ‘쓸데없는 꽃잎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대기 중의 미소한 범선’이라는 기막힌 표현을 썼습니다. 그들의 시가 궁금하신가요? 나비에 대한 시선이 극명하게
- 2010년 8월호 그에게서 ‘나무’를 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지루할 만큼 반복적인 패턴으로 살아라. 그러면 최고에 이른다.” ‘예능’이라는 정글에서 30년을 버티며 견고한 나이테를 형성한 ‘장수 희극인’의 전언이다. 온전한 성장을 마친 거목에게선 은은한 나무 향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