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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나 혼자 산다 나의 아름다운 8평 집
도심에 사는 1인 가구라면 자신만의 ‘1집 생활법’이 필요하다. 월세를 내든 2년에 한 번씩 전셋집으로 옮겨 다니든, 작은 방일지라도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쉴 수 있는 나만의 비책. 논픽션 홈의 조규엽 디자이너는 일상에 아름다움을 녹이기로 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가 넘은 시대, 1집은 혼자 사는 사람 그리고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해 혼자살이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혼자 사는 행복, 1집과 함께 찾아보세요.



“원래 살던 곳은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37만 원을 내는 3.5평짜리 원룸이었어요. 직장 생활 5년 차인데, 열심히 살아도 제 생활은 별로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왜 이럴까? 제 생활을 관찰했지요.” 작고, 어둡고, 벽지엔 곰팡이가 피고, 햇빛은 잘 안 들어오는 집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쉴 수 없어 밖으로 떠돌다 보니 늘 피곤했다. 조규엽 디자이너는 아름다움은 휴대폰 사진첩 속에서 꺼내 보는 기억이 아니라 매일 체감해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하여 실험하듯 새로운 집을 찾았다. 오랫동안 찾은 끝에 발견한 마음에 드는 8평 옥탑방. 그는 자신의 형편과 방식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 벽과 바닥만 깨끗하게 정돈했고, 다른 짐은 줄이되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으로 방을 채웠다.

싱크대엔 그릇과 조리 도구 대신 여행을 다니며 주워 모은 돌, 거실엔 책장과 책상, 침실엔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화분과 문구가 놓였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멍때리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도 마련했다. 이때 집을 같이 기획한 건 플랏엠 선정현 대표다. 두 사람은 2014년부터 ‘논픽션 홈Nonfiction Home’이라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수납, 구조 개선 등 지금 흔히 논의되는 공간 솔루션 너머 근본 해결책을 고민하고 제안한다. ‘조금 불편해도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갈망도 있었다.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가 말한 ‘미학의 기능(function of beauty)’과도 비슷한 결을 지녔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혼자’의 삶이 많아진 도시에선 더욱 필요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조규엽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 ‘멍때리는 방’으로 간다. 방에 비해 너무 커 보이는 데이베드에 앉는다. 이 가구가 옷장 문을 가리고 있어 옷을 꺼낼 때마다 불편함이 있지만, 상관없다. 혼자 사는 작은 집에서는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다. “누군가 이 방에 대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어요. 저는 그냥 저 방 벽에 기대 앉아서 창 밖을 보며 쉬고 싶거든요.” 그 덕에 팍팍하던 그의 삶이 말랑말랑해졌다. 나 혼자만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시간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이 집에는 그의 일상에 아름다움을 되찾아준 장면이 몇 가지 더 있다.


디자이너 조규엽의
일상에 아름다움 더하기


1 편안히 잘 쉬기 위한, 조명과 음악
퇴근 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집이 약간 지저분하지만 휴식을 취해야 할 때면 불을 끄고 편안한 조도의 조명등을 켠다. 여기에 좋은 음악을 더하면 쉼의 질이 높아진다.



2 단지 책을 읽기 위해서, 의자와 책상
조규엽의 거실에 있는 의자와 책상은 오롯이 책을 읽기 위한 것이다. 천장고가 높은 집이 아니니 높이가 낮은 걸로 선택했다. 무게가 가벼워 옮기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3 오늘 입은 옷을 내일도 입어야 하니, 스탠드 옷걸이
방금 벗은 옷을 내일도 입을 예정이라면, 옷장에 두기보다 어딘가에 쌓아둬야 한다. 의자나 침대에 쌓아두는 순간 집은 다시 휴식할 수 없는 곳이 되고 말 터. 스탠드 옷걸이에 걸어두면 자국도 남지 않고, 집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4 멍때리기를 위한 벤치 겸 데이베드
디자이너 조규엽이 집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 방에 비해 큰 데이베드가 옷장 문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는 여기에 앉아 창가를 내다보며 숨을 고른다.



5 안 쓰는 주방은 최대한 작게
집에서 요리하는 일이 없다면 구색을 제대로 갖춘 주방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 상판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찻잔을 수납할 정도의 여유 공간만 뒀다.



6 좋아하는 향과 기물
침실에 둔 수납장에는 유리문이 달려 있다. 여기에 좋아하는 것과 매일 쓰는 것을 모아둔다. 향이 좋은 로션과 세심히 고른 문구, 치약과 휴대폰 충전기, 여권과 어젯밤 읽다 만 책까지.

글 박민정 기자 | 사진 이주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