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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 PLACE 핏플레이스 공간에 적합한 핏을 찾아주는 부동산 전략가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컴퍼니 핏플레이스는 부동산 상품에 대해 기획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공하는 부동산 방법론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핏플레이스의 오피스인 피팅룸 연남에서 만난 김의겸 공간 디렉터, 임경민 브랜딩 디렉터, 엄민식 공동대표.
핏플레이스 부동산 상품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컴퍼니. 부동산 시장에서 상품의 가치와 지향점을 포지셔닝하는 브랜딩, 공간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마케팅까지 기획의 전 영역에 걸쳐 일하며 부동산 상품에 가장 적합한 핏을 찾아준다. fit-pl.com

맛있는 요리는 신선한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당연한 논리처럼, 성공하는 부동산은 결국 좋은 공간과 콘텐츠가 만들어낸다. 핏플레이스는 이 원칙에 기반해 부동산업계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꾸려가고 있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다. 부동산 상품과 컨설팅을 조합한,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분야를 다루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이호 대표는 건원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대규모 마스터플랜 프로젝트를 오래 담당해왔고, 이후 제이오에이치에서 공간&부동산 부문 대표로 일하며 공간에 콘텐츠를 더해 부동산을 상품화하는 일을 했다. 인천 네스트 호텔, 여의도 글래드 호텔, 광화문 D타워가 당시의 작품. 그는 두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핏플레이스를 설립했다.

그들은 브랜딩, 프로그래밍, 공간 디자인과 마케팅의 네 파트로 나누어 상업용 부동산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자산 운용사나 시행사와의 차이점이자 맹점은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그들의 도구라는 것. 시장에 잘 안착한 공간 사례를 탐구해 디자인과 브랜딩 전략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에 적합한 모델과 그것을 만드는 방법론까지 제시한다. 건축가와 시공사가 실행의 주체라면 핏플레이스는 전략의 주체인 것이다. 연면적 4만 평 이상인 XL부터 1천 평 미만인 XS까지 규모와 용도를 막론하고 모든 상업용 부동산에 걸쳐 작업하며, 지금은 엄민식 공동대표와 임경민 브랜딩 디렉터, 김의겸 디자인 디렉터 세 사람을 주축으로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팀원이 모여 일하고 있다.

원웨스트 서울, 신라 모노그램 강릉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이 그들의 손을 거쳐 완공을 앞두고 있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성수 크래프톤 사옥을 비롯해 이슈가 되는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며 부동산업계에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워케이션 오피스 핏과 포비의 제주가 문을 열며 기획부터 운영까지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나아가는 중이다.


©vo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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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_모모스 영도
 부산에 위치한 모모스커피 영도점. 커피를 마시는 장소라는 기존의 카페 개념에서 벗어나 모모스커피 아카이브 전시, 지역이나 작가와의 협업 상품 개발 등 커피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선박 부품을 적재하던 창고를 ‘오래된 부둣가 창고 속 현대적인 커피 랩’이라는 콘셉트로 고쳤으며, 투명한 유선형 유리 벽을 따라 커피 생두가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획 단계의 가이드 렌더링

M_펄세이 삼성 54가구가 거주하는 삼성동의 하이엔드 레지던스 프로젝트. 콤팩트한 도심형 주거 공간임에도 올 코너 스위트 유닛 타입으로 구성하고, 루프톱 라운지와 청음실 등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서포트하는 여섯 가지 부대시설을 브랜딩해 감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핏플레이스는 브랜딩과 프로그래밍, 공간 및 BI 디자인 가이드를 담당했다.

“꼭 만든 사람이 의도한 대로가 아니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잘 활용하는 곳이 좋은 공간이라 생각해요.”

부동산 컨설팅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엄민식 크게 기획과 론칭 두 가지 파트로 구분해요. 기획은 입지와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부동산의 포지셔닝과 콘셉트를 정하고, 세부 용도와 대략의 면적까지 고려해 공간 프로그램을 계획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완성했을 때 예상되는 비주얼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공모전의 지침서를 제작하는 과정과 비슷해요. 대개 자산 운용사나 시행사, 건설사 등 프로젝트 주체가 마스터플랜 기획 단계에서 의뢰하고, 저희가 하는 업무의 90% 이상은 이 영역에 속합니다. 론칭은 상품 기획이 온전히 구현되고 운영을 시작할 때까지 디렉팅하는 일이에요. 주로 저희와 인연이 있는 브랜드의 프로젝트이고 연면적 1천 평 내외로 규모가 더 작은 편이에요.

컨설팅은 실행을 하는 일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엄민식 예를 들어 도심 오피스 빌딩에 조경을 계획하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요. 도쿄에 복합 오피스 빌딩의 공개 공지를 숲처럼 조성해 이슈가 된 오테마치 타워라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정원이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훨씬 쾌적해졌고 빌딩 내 상업 시설의 매출에도 도움이 됐죠. 저희는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공개 공지를 넓은 숲으로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방향을 결정하면 조경 설계 사무소는 이 아이디어를 실행해요. 법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어떤 수종을 식재할지 결정하면서 구체화합니다.




XS_피팅룸 연남 연남동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한 초소형 복합 문화 공간. 한 건물 안에 여러 가게가 자리한다. 2018년 핏플레이스 초기에 지인들과 본업이 아닌 ‘딴짓’을 위해 만들었고, 각자의 방에서 삶의 핏을 조정해보자는 의미에서 피팅룸이라 이름 붙였다. 당시 핏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카페와 브랜드 네 개가 입주했고, 1층에서는 카페 손님이 각 브랜드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지금은 공방과 음악 작업실을 제외하고 핏플레이스 오피스로 쓰고 있다.
일하는 과정을 들어보니 리서치가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경민 전략을 제안할 때 단순히 톤 앤 매너가 어울려서가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요. 입지와 환경 조건이 비슷한 사례를 찾고, 이런 프로그램과 배치로 만든 공간이 잘 작동하고 수익도 높으니 우리도 이런 부분을 적용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거죠. 저희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근거 자료를 쌓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합니다. 전체 작업 기간의 절반 정도는 리서치에 할애해요.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의 프로젝트를 많이 참고하는데, 직접 경험하기 위해 방문할 때도 많습니다.

리서치의 노하우가 있나요?
김의겸 용도나 입지 등 상품의 카테고리를 파악하면서 범위를 좁혀요. 예를 들어 부산에 오피스를 짓는 프로젝트라면 부산과 입지 조건, 문화적 환경이 비슷한 도시를 생각해보고, 서울과 부산의 관계성이 뉴욕과 마이애미와 비슷하니 요즘 마이애미에서는 어떤 복합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 찾아보는 거죠. 이런 식으로 유사점이 발견되는 영역을 더 깊이 조사하며 구체화합니다.


기획 단계의 가이드 렌더링

XL_원웨스트 서울 마곡 MICE 복합 단지 내에서도 핵심 지역에 위치한 연면적 14만여 평 규모의 오피스 및 상업 시설 복합 개발 프로젝트. 완공되면 마곡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될 예정이다. 중심에 약 7백 평 규모의 성큰형 정원을 두고 초도심 속 보태닉 워크&라이프스타일 공간을 구현했다. 핏플레이스에서는 브랜딩과 프로그래밍, 상업 시설 MD 플래닝, 공간과 BI 디자인 가이드를 담당했다.

넓은 업역에 걸쳐 일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김의겸 여러 업역을 다루면서 분야와 용도별로 정보가 넓게 쌓이는데, 그럴수록 다른 영역과 교차해서 융합, 적용할 수 있게 돼요. 반대로 아쉬운 점은 기획 단계의 일이 대부분이어서 실물까지 완성하는 경험이 적다는 거예요. 그래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론칭 프로젝트를 하려 합니다. 또 공간을 짓더라도 운영까지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아쉬웠는데, 핏과 포비의 제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 갈증이 좀 해소됐어요.

핏플레이스처럼 일하는 유형이 드물다 보니 일의 레퍼런스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참고하는 롤 모델이 있나요?
김의겸 디자인 에이전시 넨도는 기업의 디자인 솔루션을 제안하는데, 완성된 결과물까지 너무 멋져서 좋아해요. 일본의 기획・디자인・설계 회사 유디에스UDS는 부동산의 용도와 관계없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디자인 컨설팅 그룹 아이디오IDEO는 디자인으로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방식에서 닮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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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_핏과 포비의 제주
 핏플레이스가 커피&베이글 브랜드 포비와 함께 개발, 운영하는 프로젝트. 좋은 작업과 서비스는 건강한 삶의 에너지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두 회사가 지속 가능한 워크라이프를 꿈꾸며 기획한 ‘서드 스페이스’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생활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핏플레이스의 워케이션 오피스, 포비 제주 매장과 연수원, 팝업 갤러리로 구성했고, 일자형 건물과 테라스로 디자인해 산방산을 바라보는 뷰에 집중하도록 했다.

어떤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나요?
임경민 꼭 만든 사람이 의도한 대로가 아니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잘 작동하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 생각해요. 핏플레이스는 비즈니스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용객이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러면서 디자인도 멋지면 금상첨화이고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하는 변화가 있다면요.
엄민식 2020년쯤에는 신라 모노그램, 원에디션 강남 같은 하이엔드 레지던스 프로젝트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오피스 개발이 많았어요. 신축 외에 주거, 호텔과 복합 개발하거나 노후 빌딩을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도 비중이 커요. 기업에서는 시니어 레지던스를 주목합니다. 하이엔드 레지던스 시장을 보면서 수요를 확인했다면, 이제 실질적으로 방식과 타깃을 고민하는 거죠. 도심 바깥에서는 펫과 아웃도어 스테이가 자주 등장합니다. 글램핑이나 캠핑 같은 아웃도어 스테이 시장은 유형이나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역으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임경민 최근에는 모빌리티나 스마트 테크 같은 기술을 부동산에 연계하는 아이디어도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오피스에 딜리버리 로봇을 연동해 배리어 프리 존을 만들거나 자율주행으로 체감 거리가 짧아진다는 개념을 상품에 접목하는 식으로요.


기획 단계의 가이드 렌더링

L_원에디션 강남 옛 스포월드 부지에 위치한 하이엔드 레지던스 프로젝트. 핏플레이스는 브랜딩과 프로그래밍, 상업 시설 MD 플래닝, 공간과 BI 디자인 가이드를 담당했다. 원 피트니스 클럽을 중심으로 최상급 부대시설 패키지를 구성하고, 1인 주거를 반영한 유닛 타입을 제안했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엄민식 디자인보다는 상품 기획 컨설팅에 집중하려 해요. 사업성 검토나 사례를 기반으로 논리를 세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디자인 영역은 너무 주관적일 때가 많아요. 여기에 석재가 맞는지, 목재가 맞는지는 논리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런 범위를 줄이려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여기서 일하고 배운 크루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 뾰족하게 일하다가 어떤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다시 모여 유닛처럼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요. 그런 느슨하고 넓은 범위의 팀이 되면 좋겠어요. 공룡에 비유하자면, 강한 일인자 티라노사우루스보다는 서로 교신하면서 일인자를 쓰러뜨리기도 하는 랩터 무리가 되자는 거죠.


사진 핏플레이스 제공

글 정경화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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