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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슬로푸드 기다림의 味학, 한식 간장
정성과 시간을 들인 만큼 맛있게 익는 우리 간장은 한식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거론되는 양념이다. 올해 처음 열린 ‘참간장 어워즈’에서 수상한 빛나는 간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간장을 소개한다.


대상을 수상한 여덟개 브랜드의 생산자와 제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상 브랜드는 홍보와 마케팅, 유통 분야에서 슬로푸드문화원과 협업하게 된다.

한때 메주로 만드는 된장의 부산물로 여겨지던 간장은 지역의 생산자와 함께 밥상의 주인으로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의 간장
“어떻게 만드냐고요? 좋은 콩을 골라 메주를 만들고, 소금물에 담가 10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고도 2~3년 이상을 기다려야 완성되지요. 한식 간장은 순리에 따라 익으니까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김원일 부회장의 말이다. 균이 하얗게 나고 네모반듯하게 잘생긴 메주를 항아리에 담고, 좋은 소금으로 간한 깨끗한 물을 슬슬 부어, 말린 고추며 대추, 숯을 넣고 몇 계절을 보내면 투명하던 소금물은 짙은 갈색을 띠는 간장이 된다. 그다음엔 기다리면 된다. 이렇게 기다리는 숙성의 과정이 다른 간장과 한식 간장의 차이를 만든다. “간장을 만들다 보면 ‘짠맛 하나 내겠다고 왜 이렇게까지 공력을 들이나’ 싶어요. 근데 그걸로 음식을 만들면 ‘아이고!’ 한다니까요.” 전라남도 담양에서 대숲맑은 우리콩간장을 만드는 오봉록 씨의 말이다. 숙성기간을 줄이고 단맛을 더해 개량한 양조간장과 달리, 재료가 익기를 기다려 만든 한식 간장에는 짠맛과 단맛, 감칠맛이 섞여 음식 맛을 돋우는 매력이 있다. 충청북도 괴산에서 솔뫼 전통간장을 만드는 정채일 씨는 “오랜 시간 발효 숙성해야 단맛이 우러나요. 일부러 낸 맛이 아니라 장이 스스로 그렇게 맛을 내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식품공전>에서는 한식 간장을 “메주를 주원료로 해 식염수를 섞어 발효·숙성시킨 후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이렇게 만든 간장은 사계절 내내 국과 조림, 무침과 볶음에 두루 사용하며 한식의 맛을 돋운다. 한식 간장이 귀한 이유가 단지 기다림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콩 생산량이 지난해의 3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기후가 달라져서 콩도, 장도 예전처럼 나오지 않아요. 제주 어른들은 40년 만의 흉작이라고 얘기합니다.” 멸종 위기에 있는 제주도 토종 푸른콩으로 간장을 만드는 방주 제주푸른콩간장의 이사 김민수 씨의 말이다. “기후적 어려움에도 장을 만드는 전통을 지켜나가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이걸 잃으면 반드시 다음 세대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거예요.” 환경과 기후변화에도 기다림의 문화를 지켜나가는 한식 간장 생산자가 만든 간장 한 병에는 우리 먹거리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굳은 의지와 철학이 담겨 있다.


바르게 만든 간장의 기준, 참간장 어워즈
지난 11월, 혜화동 마르쉐에 작은 특별전이 열렸다. 한식 간장의 맛을 보고 구매도 할 수 있도록 꾸민 작은 전시 부스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식 간장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로 붐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은 여덟 종류의 한식 간장과 함께 생산자도 이곳을 찾았다. 우리 먹거리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하며 종로에 위치한 상생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참간장 어워즈’의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상생상회는 전국의 우수한 농산품 1천8백여 종을 직접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지역과 귀농·귀촌 정보의 허브가 되는 곳입니다. 다양한 한식 간장 중 질이 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여전히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이는 분이 많았어요. 믿을 만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우수한 지역의 농수산물에 매년 상을 수여하는 미국의 ‘굿푸드Good Food’ 운동을 모티프로 만든 이 시상식은 우리 먹거리를 발굴해 소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의 초석으로 볼 수 있다.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요. 소비자가 먹거리에 흥미를 갖고 접근하며, 취향을 갖도록 하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슬로푸드문화원 윤유경 부원장의 말이다. 참간장 어워즈에는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해 한식 간장을 만들고 있는 국내 업체 열일곱 곳이 참가신청을 했다. 제조 방식과 위생 관리 사항, 국산 콩을 사용한 간장인가를 가르는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로 구성한 일반인 심사위원단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어 식품영양학과 푸드 브랜딩, 사찰 음식과 장 요리 전문가 아홉 명으로 구성한 전문 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총 여덟 종류의 한식 간장이 꼽혔다. “이번 심사를 진행하면서 국내 간장업체들이 만든 간장의 탁도와 맛, 개성과 특징이 제각각이란 사실을 다시금 느꼈고 그게 뿌듯했습니다. 모두 다르며 또한 다 같이 훌륭했으니까요.” 전문가 평가단장 제철음식학교 대표 고은정 씨의 평가 소감이다. 평가는 ‘짠맛과 단맛, 감칠맛이 특징인 한식 간장의 맛을 균형감 있게 살렸는가’와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했는가’를 기준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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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민정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취재 협조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02-737-1665, www.slowfood.or.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