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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부엌에 봄기운을 들이자 부엌 찬장을 활짝 열어라
나그네의 굳게 여민 외투를 벗기고 게으른 이들도 청소하게 만드는 힘, 따사로운 봄볕이 지닌 힘이다. 겨우내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부엌에 봄기운을 들이자. 몇 달 동안 햇볕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도마와 냄비, 프라이팬, 숟가락을 꺼내 제대로 닦아주자. 주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리도구 청소법.


립스틱으로 닦는 실버 커트러리
며칠만 사용하지 않아도 검게 변하는 실버 커트러리를 닦는 대표적인 재료로 치약과 소다, 우유, 레몬즙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재료를 뒤엎는 예측 불허의 재료가 있으니 바로 립스틱. 유행이 지나거나 오래된 립스틱을 키친타월에 묻혀 거뭇하게 변한 은식기를 닦으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서서히 광택이 나기 시작한다. 립스틱 색깔이 식기에 묻어날 것 같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니 염려하지 말 것. 도금한 수저와 포크 등은 우유에 한 시간 정도 담갔다가 꺼내어 물에 헹군 뒤 마른 헝겊으로 닦는다. 소다나 치약 등은 은을 연마시키기 때문에 도금한 식기를 닦으면 은이 없어진다. 깨끗이 닦은 실버 커트러리는 물기를 완전히 없앤 다음 랩으로 돌돌 말아 공기가 닿지 않게 보관한다.


유아용 젖병 세척제로 씻는 와인글라스
명품 와인글라스 브랜드 리델Riedel의 클리닝 가이드에 나오는 글라스 세척법의 정석. 우선 흐르는 따뜻한 물로 볼 안을 헹구는데 이때 세제는 쓰지 않는다. 깨끗이 헹궈도 세제 냄새가 남아 나중에 와인 향기와 부딪히기 때문이다. 글라스에 광택을 더하고 싶다면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잔에 쐰다. 잘 헹군 와인글라스는 뒤집어서 리넨 천에 올린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면 리넨 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닦는데 이때 받침을 잡고서 바닥부터 닦는다. 주의할 것은 볼과 스템(다리)을 절대 비틀지 말 것. 여기까지가 알려진 정석이지만 봄맞이 와인글라스 청소이니만큼 확실하게 깨끗이 닦고 싶다면 유아용 젖병 세척제를 사용할 것. 인체에 무해하며 향이 없어 와인 향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젖병 청소솔을 쓰면 세척이 한결 편리한데 회전이 되고 솔이 부드러워 잔에 스크래치를 남길 염려가 없다. 리넨 천은 카메라 렌즈를 닦는 마이크로파이버 리넨으로 사용하면 물기를 더욱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고 섬유 찌꺼기 등도 남지 않는다.


햇볕 아래 보송보송한 나무 도마
탁탁 써는 소리가 ‘칼질하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나무 도마는 도마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이런 나무 도마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위생. 칼질로 생긴 틈으로 음식물이 끼고 금세 세균이 번식한다. 그러나 태양 아래에서는 세균도 숨을 틈이 없다. 볕 좋은 날, 집에 있는 나무 도마를 꺼내다가 베란다에 말리면 보송보송해진다. 말리기 전 도마에 밴 김칫국물이나 냄새부터 빼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쌀뜨물을 이용하는 것. 넉넉하게 받아놓은 쌀뜨물에 도마를 담가두면 냄새가 가신다. 빨갛게 물든 김칫국물은 식초를 이용한다. 물로 한번 헹군 뒤 식초를 충분히 뿌려두면 신기하게도 물이 빠진다. 그다음 물을 펄펄 끓여 도마를 샤워시키듯 헹군 다음 굵은소금으로 살살 문지른다. 마지막으로 다시 뜨거운 물로 헹구고 양지바른 곳에 말리면 된다. 한 시간 이상 두면 도마가 뒤틀릴 수 있으니 신경 쓰자. 일일이 햇볕에 말리는 것이 귀찮을 때는 가스레인지 열기를 이용해서 말리는 것도 좋다. 젖은 도마를 그을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불에 살살 건조시키면 된다.


수분 없애고 들기름 코팅하는 무쇠 도구
성인 여자 혼자서 한 손에 들기에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무쇠.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은 무쇠가 매력적인 이유는 거기에 음식을 하면 ‘환상적’으로 맛있기 때문이다. 무쇠솥에 밥을 하면 구수한 맛이 배가되고, 무쇠 프라이팬에 고기를 구우면 육즙이 유별나다. 반면 무쇠만큼 관리하기 힘든 부엌 도구도 없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방 티를 내는 게 무쇠다. 만약 무쇠에 녹이 슬어 있다면 입자가 아주 고운 사포로 잘 문질러 녹을 제거해야 한다. 입자가 거칠면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긴다. 정성껏 녹을 지웠다 하더라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다시 생긴다. 무쇠 도구를 보관할 때는 수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깨끗하게 씻어서 가스레인지에 올려 물기를 말린다. 그런 다음 그릇을 뒤집어 바닥부터 기름을 바른다. 음식을 담는 부분까지 마저 기름을 바른 다음 약불에 올려 다시 가열해 그릇 가운데 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면 불을 끈다. 열 함유율이 높아서 불을 끄고 남은 열로도 충분히 수분을 없앨 수 있다.

소다 물에 끓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도구
부엌에서 가장 많이, 또 자주 쓰는 도구인 냄비나 프라이팬은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되어 있다. 매일 쓰고 매번 닦아도 기름때가 쌓이고 자칫 ‘홀라당’ 태우기라도 하면 검게 달라붙은 재를 없애는 일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스테인리스 스틸 도구 닦는 데 가장 좋은 재료는 소다. 요리 연구가들이 냄비 닦을 때 가장 많이 쓰는 것도 이 소다다. 우선 냄비와 프라이팬이 들어갈 만큼 크기가 큰 솥이 필요하다. 거기에 물을 붓고 소다를 넣어 휘휘 젓는다. 보통 물 5ℓ 기준으로 소다 1/2컵이 들어간다. 청소가 필요한 스테인리스 스틸 도구를 넣고 그대로 불에 올려 끓인다. 15분 정도 끓인 뒤 수세미로 닦으면 힘을 주기도 전에 오염물질이 쓱 닦인다. 힘을 빡빡 줘야 닦이던 기름때도, 덕지덕지 붙어 있던 재도 보이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물에 헹궈 잘 말리면 된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