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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영 허시영 부부의 발렌타인데이 이지 디너
오늘 하루는 연인을 위해 ‘정성’을 다하라고 마련된 밸런타인데이. 온 세상이 사랑의 언어와 표현으로 출렁이는 이날,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두 사람 역시 서로를 위해 와인을 곁들인 밸런타인데이 디너를 준비했다.

AT 커니 코리아의 경영 컨설턴트인 고준영 씨와 PKM 갤러리 큐레이터인 허시영 씨는 결혼 5개월째를 맞는 그야말로 ‘뜨거운’ 신혼부부다. 서로에게 고분고분 존댓말을 사용하고, 작은 것 하나도 서로의 의향을 물어 결정하고, 눈빛만 마주쳐도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별 재미 없어 보이는 말 한마디에도 끊임없이 ‘까르르’ 웃음을 떠뜨리는 사이, 쉽게 말해 옆에 있는 사람들의 뇌세포 어디선가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퐁퐁 솟아오르도록 자극하는 그런 사이다. 이 부부가 처음 만난 건 2년 전쯤 남편 고준영 씨가 허시영 씨가 일하는 갤러리의 컨설팅을 맡으면서였다. 이후 진한 연애 끝에 결혼에 이른 이 부부를 더욱 가깝게 이어준 건 바로 ‘와인’이다.

술이라고는 소주를 최고로 알던 남자는 와인밖에 모르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후 스스로 공부하고 자주 마셔보면서 와인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와인 아카데미에도 등록하고, 와인 전문 서적도 독파한 결과 지금은 전세가 역전돼 남편이 와인에 더 심취한 상태란다. 액티브한 공연을 즐겨 보는 남자와 차분하게 전시를 즐기는 여자는 와인 이외에도 서로의 취미를 배우려고 노력한 결과 신혼여행 테마를 ‘와인&아트’로 정했다. 2주간의 신혼여행은 영국과 파리의 아트 투어를 시작으로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과 샤블리, 부르고뉴, 프로방스 지방을 거쳐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지역과 베네토의 와이너리 투어로 이어지고 베니스 비엔날레로 숨가쁜 여정을 마무리했다. 신혼여행지에서 방문했던 와이너리의 추억은 두고두고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 먹기보다는 외식을 즐기는 편이다. 가끔 시간이 허락하면 아내 허시영 씨가 요리 솜씨를 발휘하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아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던 시절 익힌 서양 음식이 대부분이다. 외국인 친구들 집에 초대받아 가면 대부분은 직접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다. 그때 맛보았던 음식 중 맛있었던 것은 레시피를 써달라고 해서 배웠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은 더 좋아하는 허시영 씨는, 그동안 외국 잡지나 인터넷 등에서 모은 레시피(무엇보다 만들기 쉬워야 한다)부터 외국인 친구들이 써준 것까지 가지런히 스크랩해두었다. 친구들은 그의 ‘예술적 성향’을 고려해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예쁜 요리책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1두 사람의 대화에는 말보다 웃음이 더 많다. 거실 소파에서 스파클링 와인으로 밸런타인데이 파티를 시작했다.
2 와인 선택과 오픈은 남편의 몫. 
3 아내의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고준영 씨가 그간 열심히 읽고 공부한 와인 관련 서적들.

오늘 차린 밸런타인데이 디너 역시 간단한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로 구성했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밸런타인데이니만큼 외식보다는 직접 장 보고 준비해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고. 메뉴는 파리에서 외국인 친구가 만들어주었던 안초비 카나페를 시작으로 애피타이저는 오렌지 샐러드와 홍합찜, 메인은 바스크 스타일의 닭고기와 햄 요리로 정했다. 이 음식과 함께할 와인은 남편 고준영 씨가 매치했는데, 안초비 카나페에는 푸른 사과향의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 Prosecco 지역의 자르데토Zardetto를, 애피타이저에는 화이트 와인이면서도 강한strong 느낌이 나는, 토스카나 지방의 자코모 마렝고Giacomo Marengo가 생산한 쿠베 산 안나Cuvee Sant’Anna를, 메인 요리에는 이탈리아 풀리아Puglia 지방의 레드 와인인 살리체 살렌티노Salice Salentino를 선택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원래 화학자였던 자코모 마렝고가 아버지의 와이너리를 물려받으면서 유기농 공법으로 만든 쿠베 산 안나는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했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이면서도 맛과 향이 레드 와인처럼 강한 여운을 주는 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의 과일 향이 오렌지와 잘 어울리고, 홍합찜은 다른 해산물 요리보다 국물 맛이 강한 편이므로 이 와인을 골랐다고. 살리체 살렌티노는 이태원에 있는 레스토랑 ‘소르티노’의 이탈리아인 사장이 테이블 와인으로 선택해 알게 된 와인으로, 이탈리아의 테이블 와인 중 30~40%를 차지하는 풀리아 지방에서 생산된다. 요즘 이 지역 와인은 퀄리티를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아져 맛이 무척 좋아졌다. 두 가지 와인 모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의사이며 ‘초프라 행복센터’ CEO인 데이비드 사이먼은 그의 저서 <다짐>에서 “사랑에도 다짐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당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들과 함께 당신의 추억과 꿈, 생각과 신념, 두려움과 환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당신이 잘나갈 때나 힘겨운 상황에 놓일 때나 내가 당신을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며, 당신 역시 나를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당신의 욕구와 의식적으로 소통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욕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라. 가능한 모든 것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라”라고 이야기한다.

밸런타인데이의 깊은 의미는 시작하는 연인들의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 고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연인과 부부 사이의 ‘늘 처음 같은’ 사랑의 다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촬영이 끝나고, 초에 다시 불을 밝힌 뒤 두 사람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시영 씨, 맛있는 음식 먹게 해줘서 고마워요”라며 누가 들을세라 조그맣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혼을 하니 모든 일상을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와인 한 병을 따도 남지 않아서 좋다는 이 새내기 부부, 앞으로도 지금처럼 끊임없이 사랑을 다짐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이 부부의 행복을 위해, 세상 모든 연인들의 사랑을 위해 건배!

신혼여행에서 구입한, 와인 셀러 속 베스트 와인 3
샹베르탱Chambertin
2004 결혼 10주년에 마시려고 구입해 보관 중인 와인. ‘샹베르탱’은 아르망 루소Armand Rousseau가 가장 잘 만들기로 유명하며, 부르고뉴 와인 중 가장 남성적인 와인으로 꼽힌다.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연전연승할 때 마셨던 와인으로 ‘승리의 와인’이라고 불린다.

뮈지니Musigny 2001 마을 이름을 딴 뮈지니는 부르고뉴 와인 중에서 가장 여성적인 와인으로, 결혼 20주년 기념일에 마시려고 구입했다. 콩트 조르주 드 보그Comte George de Vogue는 뮈지니를 가장 잘 만드는 와인 메이커. 유럽의 부자들이 프러포즈처럼 로맨틱한 상황에서 함께하고 싶어 하는 와인이다.

빌라 스파리나 몬테로톤도Villa Sparina Monterotondo 2005 빌라 스파리나는 이탈리아에서 방문했던 한 와이너리의 마스터가 꼭 한번 가봐야 한다며 추천해준 피에몬테 지역의 풍광이 아름다운 와이너리. 그곳 와인 마스터가 ‘화이트 와인이지만 10년은 거뜬히 숙성시킬 수 있다. 10년 후 이 와인을 마시고 결혼 기념 여행을 다시 오라’며 선물해준 와인.

오렌지 샐러드
재료
(2인분) 오렌지 2개, 적양파 1/4개, 오레가노(날것 또는 말린 것) 1작은술, 올리브오일 2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오렌지는 껍질 벗겨 동그랗게 썰고, 적양파도 링 모양으로 얇게 썬다. 접시에 오렌지를 담고 양파를 올린 뒤 오레가노를 뿌린다.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를 뿌려 차게 해서 낸다.

홍합찜
재료
(2인분)_홍합 1kg, 올리브오일·다진 마늘 2큰술씩, 치킨 스톡 2컵, 물 1컵, 빵가루·바질 적당량씩

만들기
홍합을 손질한다.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살짝 볶다가 치킨 스톡과 물을 붓고 끓으면 홍합을 넣어 껍질이 열릴 때까지 뚜껑을 덮고 끓인다. 마지막에 빵가루와 얇게 썬 바질을 뿌린다.

바스크 스타일의 닭과 햄 요리
재료
(2인분) 베이컨(streaky bacon) 85g, 닭(다리 부위) 2조각, 다진 양파 2개 분량, 다진 마늘 2통 분량, 피망 1개, 말린 마조람 1/2작은술, 껍질 벗겨 다진 토마토(또는 통조림 토마토) 200g, 치킨 스톡 100ml,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오일 2큰술, 다진 파슬리 1큰술

만들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베이컨과 닭고기를 살짝 익힌다. 다른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약한 불에 볶다가 씨를 빼고 깍둑썰기 한 피망과 마조람을 넣어 뚜껑을 덮고 10분간 익힌다. 토마토와 치킨 스톡을 넣고 소금으로 간하고 후추를 뿌린 뒤 익힌 베이컨과 닭고기를 넣어 뚜껑을 덮고 고기가 부드러워 질 때까지 40~45분간 익힌다. 고기를 접시에 담고 남은 소스를 졸인 뒤 고기 위에 뿌리고 파슬리로 장식한다.

안초비 카나페
재료(2인분) 식빵 2장(또는 바게트 1/2개), 버터 적당량, 안초비 1/2캔

만들기
빵을 한 입 크기로 썰어 오븐에 살짝 구운 후 버터를 펴 바르고 그 위에 안초비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얹는다.













(왼쪽) 허시영 씨는 애피타이저로 오렌지 샐러드와 홍합찜을, 메인 요리로 바스크 스타일의 닭과 햄 요리를 준비했고, 고준영 씨는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골랐다. 말랑말랑한 홍시와 양갱, 고소한 호두를 디저트로 준비해 깔끔하게 마무리.

(오른쪽) 유럽에서 유학하면서 배운 지중해풍 요리로 메뉴를 짜고 테이블 역시 지중해 스타일의 색감을 살려 세팅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위해 촛대와 촛불도 잊지 않았다. 허시영 씨가 혼수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바로 와인 관련 용품. 와인 셀러는기본이고, 리델 와인글라스 소믈리에 시리즈와 디캔터 등 가장 질 좋은 것으로 꼼꼼하게 따져 구입했다고.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