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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숍] 달려라! 아파트먼트 홀리데이
가게 입구에 폭스바겐 버스가 한 대 서 있고 벼룩시장이 한창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쁜 소품이 가득하다. 요리하는 남자와 음식을 나르는 여자 사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아파트먼트 홀리데이’, 여기 뭐 하는 곳인가요?


(왼쪽) 부부의 웃음에서 삶의 여유가 묻어난다.
(오른쪽) 주말 벼룩시장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신현경 씨.


홍대 앞 주택가의 작은 골목에 ‘아파트먼트 홀리데이’란 간판을 단 3층짜리 주택이 하나 있다. 예쁜 소품을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주방에서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뒤따라 나가사키 짬뽕이 등장한다. 이 재미난 가게의 주인은 신현경 씨 부부다. 부부의 정체를 밝히자면, 드라마 <도쿄 여우비>, 가수 성시경 씨의 뮤직비디오 <거리에서> 등을 제작한 영상 제작자!

홍대 바닥에서야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새내기 카페 주인이지만, 방송 쪽에서는 얼굴이 명함인 사람들이다. 이 부부가 카페를 오픈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일 때문에 일본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예쁜 소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재미 삼아 10년을 모았더니 정말 산더미가 되었지요.” 그는 작년에 <잡화 도쿄>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도쿄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잡화점의 풍경과 숨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일본에서 폭스바겐 버스에 좌판을 벌이고 물건을 파는 모습이 재밌어 보인 부부는 결국 폭스바겐 버스부터 구입해버렸다. 그리고 앙증맞은 버스를 끌고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녔다. “물건이 하나둘 팔리는 게 신기했어요. 오래된 물건을 내놓는데도 사가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왼쪽) 정성스럽게 커피를 준비해 나온 남편.
(오른쪽) 가게 안 계단을 따라 놓인 책들도 모두 판매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담긴 추억을 함께 팔고 사가는 것이 즐거웠고, 진짜 ‘시장’ 같았다. 찻잔을 집어 든 여학생에게 “그건 제가 일본 여행 때 호텔 아침 식사 테이블에서 발견하고 마음에 들어 산 거예요”라고 말하면 찻잔 하나로 금세 인연이 되는 묘한 기분이 부부를 설레게 했다. 찻잔은 또 하나의 추억을 담고 새 주인을 만났고, 어쩌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이들 부부에게 올지도!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부부는 다른 이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일을 조금 더 잘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홍대 앞에 가게를 냈다.

한적한 주택가의 휴일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아파트먼트 홀리데이’라고 이름을 짓고, 주말마다 가게 앞마당에서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사실 돈이 되는 장사는 아니어서 가게에서 커피도 팔고, 음식도 만들어 판다. 메뉴는 맛있게 잘할 수 있는 일본 요리. 남편이 제일 잘하는 음식은 나가사키 짬뽕인데 손이 너무 많이 가서 하루 전에 예약한 손님에게만 팔고 있다.예약 없이는 맛볼 수 없는 짬뽕을 파는 그런 가게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물건과 사람의 인연을 모두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따뜻한 가게다. 부부는 폭스바겐 버스를 타고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 더 많은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위해.
문의 02-338-4431

1 햄버거 세트를 사면 주는 인형. 물 건너 미국에서 왔다.
2 벼룩시장에서 산 재미난 모양의 탁상시계.

글 기원재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