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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주방 가구 트렌드] 오래도록 머물고픈 부엌을 꿈꾸다
삶의 가장 기본 요소인 식食을 해결하는 공간이자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간, 부엌. 여자만의 공간이던 부엌이 생활 보조 공간에서 탈피해 가족 구성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공간의 주연이 되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걸맞게 똑똑해진 주방 가구부터 한국 부엌의 50년 변천사,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하는 팁까지. 여자라면 누구나 탐낼 열망의 주방 가구를 소개한다.


1 앉아서도 작업이 편리한 에넥스의 UD 에디션. 주방의 구심점과 높낮이를 사용자에게 맞게 디자인한 신개념 부엌이다. 입식 주방을 불편해하는 실버 세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리대와 개수대, 작업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효율적인 동선으로 배치했다. 전동 엘리베이션 식기건조기를 설치해 설거지 후 빠르고 청결하게 그릇을 건조할 수 있다. 의자 아래 수납된 책은 한미문화사 제품.
2 SK D&D에서 선보이는 독일 주방 가구 브랜드 노빌리아의 리오앤럭스 Rio&Lux. 기존의 서양식 부엌에 동양의 좌식 문화를 접목해 전통적이면서 세련된 멋을 살렸다. 앉아서 편하게 일할 수 있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카페 역할까지 한다. 꽃이 꽂힌 도자기는 장군, 나무 소반과 그릇은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 제품.


PART 1 현대 주방 가구의 변천사
전통 가옥의 부엌부터 오늘날 최첨단 아파트의 하이브리드 부엌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한국 부엌은 빠르게 변화해왔다.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주방 가구가 여럿 출시됐는데, 이들 신제품은 지난 50여 년간 주방의 모습과 절묘한 코드로 연결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부터 회귀한 2011 주방 트렌드 속으로!


1960’s 엄마의 부뚜막 → 2011’s 유니버설 주방
1960년대까지 우리네 주방은 부뚜막 중심이었다. 돌이나 흙을 쌓아 만든 부뚜막은 온돌의 아궁이와 연결했고, 여열을 이용해 온 집안을 따뜻하게 데웠다. 장작을 때서 가마솥에 밥이 익어가는 동안 방 안 온도가 서서히 오르면 가족은 아랫목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저녁 식사를 기다렸다. 이 시절 사람들은 부뚜막 신이 집안에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을 만큼 주방을 신성한 곳으로 여겼다고 한다.

부엌에 쪼그려 앉아 장작을 때서 밥 짓던 정겨운 풍경은 입식 주방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얼마 전 새롭게 출시한 ‘에넥스 UD 에디션’은 앉아서 일하던 부뚜막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다. 성별,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이 주방은 실버 세대나 장애인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업 종류에 따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상판의 높낮이를 낮췄고, 컴퍼스 동선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독일 주방 가구 브랜드 노빌리아는 모던한 디자인에 동양적 요소를 더한 라인을 선보였다. SK D&D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 브랜드는 조리가 가능한 쿡톱 겸 아일랜드 한쪽을 좌식으로 꾸며 앉아서 요리를 하거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1 한샘 키친바흐 엑스원은 영역을 섬세하게 나누고 실제 사용하는 사람에게 꼭 맞는 작업 동선과 수납 시스템을 제안한다.

2 식료품 보관 수납장인 팬트리. 한국형 식재료의 크기와 사용 빈도에 따른 위치 배열까지 고려한 시스템.
3 주방 곳곳의 틈새마저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1970~80’s 입식 주방 → 2011’s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 주방
1970년대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지금의 주방 형태인 입식 부엌이 등장했다. 주부가 서서 일할 수 있도록 개수대와 조리대를 높였고, 수도 시설을 부엌 안에 설치해 편리하게 탈바꿈했다. 1980년대에 한 단계 발전한 시스템 주방이 등장하면서 원하는 구조에 맞게 주방 가구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초창기 시스템 주방은 동일한 디자인에 사이즈만 늘려가며 천편일률적으로 구현했지만, 점차 상판이나 마감재 교체, 레이아웃의 선택이 가능해지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아파트 모양에 맞춰 디자인하던 주방은 2011년 현재 동선, 신체 사이즈, 가족 구성원까지 면밀히 반영하는 ‘사용자 중심의 주방’ 에 이르렀다. 한샘 키친바흐 엑스원 X1은 수납장 대신 와인장, 홈 오피스 장 등으로 세분화하고, 소비자의 쇼핑 패턴을 분석해 만든 한국형 팬트리 (식료품 보관 수납장)까지 갖추었다.


1 모던한 디자인의 부엌에 화려한 메탈 도장을 적용한 에넥스의 오페라 핸들리스. 기존의 주방에 서재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 바닥에 놓인 포스터와 선반 위 액자, 머그컵은 모두 에이모노 제품.
2 블랙과 실버로 디자인한 주방에 레드 수납장을 매입해 포인트를 준 라이히트 제품.


1990’s 컬러 주방 → 2011’s 패셔너블한 주방
원목 일색의 주방이 레드, 블루, 그린 등 다양한 색을 입기 시작한 1990년대. 도장 기술은 컬러 가구를 탄생시키는 동시에 오염물에 강하도록 내구성까지 높였다. 더불어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을 주방에 빌트인하면서 더욱 기능적인 공간으로 발전했다. 강렬한 컬러는 부엌을 한층 생동감 있고 개성 있게 표현해주며, 두 가지 컬러로 키 큰 장이나 하부장 등을 부분적 매치할 수도 있다. 색을 표현하는 기법도 다양한데, 백페인트 글라스는 일반 유리에 색을 입혀서 벽에 부착 시공하는 마감재로, 마무리가 깔끔해 주방 가구에 두루 사용한다. 주방 가구 브랜드의 쇼룸에 가면 대부분 컬러 주방의 대표 케이스로 레드 컬러의 주방을 내세운다. 블랙과 화이트 일색의 모노톤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 빨강이기 때문. 빨강은 시각적 주목도가 높고 집 안에 온기와 에너지를 불어넣어 삶의 활력을 주는 컬러테라피 효과도 있다.


1 주방 안에 침실부터 옷장, 미니 키친까지 공간을 빌트인한 넵스의 ‘나의 이야기’. 짙은 갈색 계열의 훈증 오크 무늬목과 암회색 콘크리트 패널이 어우러진 이 주방에선 의식주가 하나로 해결된다. 침대 위 쿠션과 벽면의 레드 포스터는 에이모노, 블랭킷은 짐블랑 제품.
2 아일랜드형 부엌과 TV가 있는 거실이 조화를 이룬 에넥스 네비아.


2000’s 기능의 융합 → 2011’s 스마트 컨버전스 주방
현재 리빙 디자인 전반의 가장 큰 이슈는 ‘스마트 컨버전스’ 다. 엄마를 위한 서재로 기꺼이 주방 한쪽을 내놓은 맘스 오피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거실, 침실 등 공간과 기능을 확장했다. 스마트 디자인의 본질은 사용자의 행위를 줄이면서 하나의 제품으로 해결 가능한 것. 넵스에서 선보인 ‘나의 이야기’ 는 부엌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all-in-one 콘셉트의 주방 가구다. 침대 반대편의 책상을 뒤집으면 침대가 나오고, 옷장은 물론 미니 주방까지 갖추었다. 이와 함께 주거 공간에서 부엌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에넥스의 네비아는 아일랜드에 앉아 TV를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형 부엌이다.

2011년 놓치기 아까운 주방 트렌드 3

1 작은 주방도 넓게 쓰는 아이디어
직선에 머물렀던 부엌에 부드러운 라운드 디자인을 적용한 에넥스의 M-키친. 개수대와 작업대의 깊이를 달리하는 레이아웃으로 실용도를 높인 이 모델은 수납의 고정관념을 바꾼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비행기 기내 상부장을 연상시키는 라운드 플랩장은 신소재 P.E.P 라이트로 만들어 가볍고 견고하다. 또 모서리 부분에 숨어 있는 S자형 인출망장은 좁은 주방의 수납을 해결해준다.

2 아티스트의 감성을 담은 크래프트 주방
주방 가구 상판에 나무를 잘라 붙이고 리폼을 하듯 원하는 대로 손수 디자인하는 주방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넵스의 ‘모네의 정원’은 내추럴 오크 무늬목 위에 조팝꽃을 압화한 꽃 상감 기법으로 디자인했다.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담당할 매입형 TV와 벤치에서 작업대로 변신하는 무빙존, 넉넉한 수납공간을 자랑하는 수납 매니저까지 수공예적 기법을 더한 디자인과 하이테크놀로지가 만나 이상적인 주방의 모습을 구현했다. 식탁 위 그릇은 모두 우리그릇 려 제품.


3 1인 가족을 위한 히든 키친
문을 닫으면 붙박이장으로 보이는 이 주방은 최근 주방 속 주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히트의 히든 키친이다. 주방이 넓고 다이닝 공간이 분리된 집에 설치하기 위해 설계한 제품이지만, 최근엔 1인 가족이 사는 싱글 룸에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원룸이나 사무실 공간에서 주방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길 원한다면 추천한다. 머그컵과 탁상시계는 더 플레이스 제품.

PART 2 우리 집 주방은 주문 제작형
깔끔하게 정리된 시스템 주방도 좋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담은 주방을 꾸미고 싶다면 주문 제작형 가구에 눈을 돌려보자. 자유로운 색과 디자인의 교체가 자유로워 형태나 소재의 제약이 적다. 저마다의 공간에 주문형 주방 가구를 들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고은 씨
카페처럼 주방을 숨긴 다이닝 키친


1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고은 씨와 남편이 함께 꾸민 주방.

2 밖에서 전혀 보이지 않던 주방 전경. 모던한 블랙 주방 가구와 블루 모자이크 타일로 꾸몄다.
3 가스레인지와 후드는 하츠 제품.

4 주문형 주방 가구는 하드웨어에 신경을 쓰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수전은 아메리칸 스탠더드 제품으로 설치했다.
5 덩치가 큰 가전제품은 따로 수납할 자리를 잡는다.


인테리어 회사 옐로플라스틱디자인을 운영하는 이고은 씨는 한 달 전 성산동의 30평대 빌라로 이사를 왔다. 레노베이션하기 이전의 주방은 거실을 등지고 고립된 구조였는데, 요리를 하면서 TV도 보고 수다도 떨고 싶다는 생각에 구조를 백팔십도 바꿨다. 주방을 감싼 바는 겉보기에 콘크리트 같지만 실은 나무로 틀을 만들고 타일을 붙였기 때문에 전기 배선까지 설치가 가능했다. 주방 가구는 김포 KP주방 가구에서 주문 제작했는데, 때가 쉽게 타는 화이트 대신 때가 덜 타는 블랙을 택했다. 기존의 주방 가구에서 찾기 힘든 색은 컬러 칩을 가져가면 제작이 가능하다고. 주문형 주방 가구를 구입할 때 수전, 상판, 손잡이 등 하드웨어에 투자하면 더욱 견고한 주방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공 옐로플라스틱디자인(070-7709-3542), KP주방가구(011-9989-0028)


(왼쪽) 푸드 스타일리트 백오연 씨 아일랜드로 주방을 레이아웃하다
디저트 작가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백오연 씨는 성북동에 있는 아틀리에 & 프로젝트에서 매일 작업을 한다. 그가 주방을 꾸밀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수납공간. 요리책부터 그릇, 전자레인지 등 갖가지 제품을 한데 수납할 장을 직접 디자인해 주문 제작했다. 큰 아일랜드는 이전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것이고, 작은 아일랜드는 이사 오면서 새로 맞춘 것. 미니 아일랜드를 둔 이유는 차도 마시고 레시피도 정리하면서 요리 외 일 하는 공간을 두기 위해서다. 작업이 많을 땐 미니 아일랜드와 함께 붙여 쓰기도 하는데 아일랜드 아래 바퀴를 달아 이동하기 쉽다.

(오른쪽) 바느질 작가 우영미 씨 한옥의 美를 살린 현대 주방
삼청동 파출소 뒷골목에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우영미 씨의 규방도감이 있다. 손바느질, 천연 염색 등 솜씨 좋은 그의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다실 너머 작은 공간은 이 한옥의 유일한 주방이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접이식으로 만들어 전체 개방이 가능한데 손님이 있을 땐 살짝 닫고, 손님이 없으면 활짝 열어둔다. 이 문은 평상시 열어두면 병풍처럼 액세서리 역할을 대신하고, 닫아두면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 가림막 역할을 한다. 좁고 길게 뻗은 주방에 현대식 주방 가구를 들이고, 나머지 문짝이나 선반, 손잡이 등은 한옥 틀을 유지하기 위해 기어공방 (cafe.naver.com/diyhaja) 에서 직접 디자인했다. 자연 통풍이 잘되는 한옥은 좁은 주방이라도 냄새가 쉽게 배지 않는다.

 

스타일링 김지영

 

진행 배효정, 기원재 기자 사진 이우경,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