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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스타일리스트 심희진 씨의 레노베이션 스토리 아파트와 카페 사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심희진 씨가 얼마 전 자신의 집을 레노베이션했다. 별다른 구조 변경 없이 가구와 소품 매치, 패브릭으로 감성을 더한 그와 가족의 공간. 레드 컬러로 힘을 준 카페 콘셉트의 주방은 이 집의 백미다.


아치형 창문을 달아 카페처럼 꾸민 다이닝 룸. 두꺼운 천장 몰딩은 가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꾸고, 골드 프레임 조명 박스는 테두리만 살려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에게 일명 ‘트위니(www.twiny.co.kr)’ 스타일을 유행시키며 적잖은 팬을 거느린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심희진 씨. 그가 레노베이션한 집은 대부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유럽풍 소프트 클래식 가구와 여심을 자극하는 패브릭 스타일링, 세련된 디자인 가구나 트렌디한 마감재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살아갈수록 끌리는 집’이라는 평을 듣곤 한다. 이는 무엇보다 사는 사람의 편안함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로망, 요리하고 싶은 부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디자인하지 말고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을 디자인하라”는 말이 있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심희진 씨가 레노베이션한 자신의 집은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까지 짐작케 하는 공간이다. 먼 훗날 카페 주인을 꿈꾸는 그가 카페 콘셉트의 주방으로 힘을 준 레노베이션 스토리는 이러하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파트에서 야탑동 아파트로, 바뀐 것이 있다면 다시 전세살이로 돌아선 것이다. 대신 평수는 40평대에서 60평대로 넓어졌다. 10여 년간 살던 아파트는 중간에 한 번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했고, 이후 살면서 불편한 것을 보완하고 보충하는 부분 레노베이션을 이어오다 아예 이사를 결심한 것. 요리를 좋아하는 그가 원하는 널찍한 주방과 다이닝 룸, 드레스 룸, 서재, 자라나는 두 아들의 방까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 기존의 아파트는 공간이 부족했다. “워낙 새로운 시도를 좋아해요. 그래서 집을 자주 고치는 편이죠. 몇 년 전부터 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어 분당, 판교 등 택지 개발 지구를 알아봤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잠시 계획을 보류하고 몇 년 더 아파트 생활을 하자고 결정했지요. 그러던 중 이 집을 만났어요.”

(왼쪽)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심희진 씨. 그가 집을 레노베이션하면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은 주방이다. 그레이와 레드의 컬러 매치가 패셔너블한 느낌을 준다.

이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구조 변경 없이도 그가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셋집이라 많은 예산을 들일 수 없음을 감안해 기본 구조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집을 찾은 것. 평수가 넓어 굳이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아도 되고, 레노베이션 비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목공이 상당 부분 이미 이루어져 있었다. 문짝이나 몰딩, 원목 마루 바닥재 역시 제법 쓸 만했다.

“최신 자재와 말끔한 빌트인 가구로 치장한 새 아파트보다 제 뜻대로 고칠 수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찾았어요. 하드웨어를 치장하는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의 구조를 조금씩 손보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그가 가장 신 경을 써 마음에 드는 공간이라 소개한 곳은 주방과 다이닝 룸. 통로의 아치형 구조는 살리되 두꺼운 천장 몰딩은 가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꾸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골드 프레임 조명 박스는 테두리만 살려 모두 빨간색으로 도장했다. 주 방의 ㄷ자형 싱크대와 이동이 가능한 아일랜드 조리대, 그릇장은 모두 동선을 고려해 맞춤 제작한 것.

“다이닝 룸은 거실의 연장으로 가족 모임이나 파티 장소, 작업실, 주부의 휴식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곳이지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은데, 이 집의 경우 주방과 다이닝 룸이 분리되어 디자인이 한결 수월했어요.” 평소 요리하기를 좋아해 손님 초대가 잦은 그는 다이닝 룸 식탁으로 스무 명까지 앉을 수 있는 세덱의 익스텐션 extension 테이블(상판을 확장할 수 있는 테이블)을 선택했다.디자인이 심플해 천장이 높지 않은 아파트에도 적합한 아이템. 코너에 손 씻는 개수대를 만든 섬세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주방은 집의 중심이 되는 공간. 복도와 다이닝 룸으로 통하는 문이 있어 동선이 효율적이다.

1 3인용 소파, 피치 컬러 암체어와 오토만은 현우디자인에서 수입하는 이탈리아 원단으로 맞춤 제작한 것.
2 도트 문양 벽지와 패브릭으로 아늑하게 꾸민 침실.

3 서재는 두 책상을 마주 보게 배치한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4 드레스 룸은 노출 행어를 활용해 의류 매장처럼 연출했다.


약간의 변화로도 충분하다
리얼리티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놀라움은 비단 패션이나 뷰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집 역시 스타일리스트가 작업하는 경우 기존의 가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스타일이 있는 집으로 완성되기 마련. 스타일리스트의 일이라는 것이 비범한 물건과 평범한 물건을 믹스해 완전히 새롭고 멋진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특히 집의 경우 정해진 예산에서 강약을 주면서 비용을 분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희진 씨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존 가구를 최대한 활용했다. 침대는 헤드보드만 교체하고, 거실 소파는 1인용 암체어를 맞춤 제작해 기존 소파와 함께 매치했다. 책상은 같은 제품을 하나 더 구입해 마주 보게 배치하니 마치 빅 테이블을 둔 것 같은 효과.

(왼쪽) 둘째 루다의 방 벽지는 레드 컬러를 선택했다. 아이 방 창 가운데 부분에 가벽을 세우고 작은 갤러리 창을 만들어 더욱 아늑해 보인다.


1 나무 소재의 가구와 손맛 나는 소품의 매치가 눈에 띈다. 벽면은 모두 벤저민 무어의 친환경 페인트로 도장한 것. 마르고 덧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 전체 레노베이션 비용은 평당 70만 원 정도 소요되었다.
2 현관 입구에 캐비닛을 두어 소품을 장식. 기존 구조와 마감재를 바꾸지 않고 가구와 소품만 이용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꾸몄다.

3 전실이 넓어 자전거 3대를 둘 수 있다.
4 페인트로 마감한 벽은 공간이 깔끔하고 세련되지만 자칫 차갑게 보일 수 있다. 몰딩을 더하는 것이 방법. 몰딩은 심플하고 폭이 좁은 것을 골라야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다.


그는 공간의 꽃은 ‘패브릭’이라 말한다. 모던한 주상 복합 아파트도 커튼을 시공하면 한층 감성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예전에 사용하던 커튼에 로만셰이드를 추가로 제작해 변화를 준 거실 커튼, 디자이너길드의 꽃무늬 원단과 벨벳 원단을 조합한 안방 커튼은 내추럴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완성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다시 보니 그의 집에는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블라인드나 가죽 소파가 없다. 그는 보통 클라이언트에게도 거실 소파는 3인용만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사용하다 질리면 1인용 암체어만 바꿔 매치하면 한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 “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거실 창가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어요. 아침에 그곳에 앉아 차 한잔하면서 몇 분이라도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죠. 레노베이션할 때 ‘새로운 행동 패턴’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보세요.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주부로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침없이 ‘동선’이라 대답한다. 현관문을 지나 복도 초입의 서재 맞은편에 주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고, 주방과 다이닝 룸 역시 통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단다. “예전에는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부르려면 주방에서 나와 다이닝 룸과 거실을 지나야 했죠. 그래서 저녁때면 아이들에게 언제나 ‘밥 먹어!’라고 소리치는 엄마였어요.”

또 넓어 보이기 위해 무조건 베란다를 확장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화분 하나 둘 공간도 없이 매번 깨끗하고 잔짐하나 없이 살아가는 것 또한 스트레스라는 것. 적당히 막혀 있어야 밀도 있는 공간이 완성되는 법. “집을 레노베이션하면서 굉장히 중요한데도 흔히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이미 있는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지요. 새로운 조명등 몇 개, 마음에 드는 예술품, 부분적인 페인트칠만으로도 충분히 집 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지요. 반드시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예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모두 ‘집다운 집’을 찾고 있다. 최신 자재나 물건이 가득하기보다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 잘 맞는 공간이어야 더 만족할 수 있다. 누구나 금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온기와 정감이 느껴지는 집다운 집, 이것이 바로 이 집의 매력이다.

심희진 씨의 레노베이션 팁
공간, ‘경계 짓지 않을수록’ 아름답다

베란다, 확장하지 말 것
작은 집이라면 확장을 권하지만, 50평대 이상의 넓은 집은 거실 베란다를 굳이 확장할 필요가 없다. 복도 또한 버리는 공간이 아니다. 벽에 소품을 거는 것 이상의 과감한 시도가 가능한 장소. TV 장으로 쓰던 낮은 테이블을 통로에 두어 오브제처럼 활용하면 지나가다 툭 걸터앉을 수 있는 벤치 역할을 한다.
드레스 룸, 노출 행어가 더 멋스럽다 드레스 룸, 무조건 많이 담을 수 있는 수납 가구를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재기 발랄한 수납법을 적용하면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그는 가로수길에 버려진 행어를 가져와 드레스 룸을 꾸몄다. 옷 가게에서 액세서리 수납장으로 활용하는 빈티지 장을 가운데 배치하니 멋스럽다.
소파, 세트가 아니어도 좋다 1인용 소파는 패브릭으로 맞춤 제작하는 것도 방법. 소파는 1백만~2백만 원대의 저가 라인이거나, 아예 1천만 원에 가까운 고가 라인으로 나뉘어 있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예원AID나 현우디자인 등 믿을 만한 수입 업체에서 원단을 골라 디자이너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 대비 품질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럽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