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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가드닝] 그 남자, 그 여자의 꽃
꽃과 식물 앞에선 누구든 소년 소녀의 마음이 된다. 창의적 직업을 가진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플로리스트 등 남녀 여덟 명에게 꽃에 대한 생각과 추억을 들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이 된 꽃 이야기.



Architect

“길 위에서 만난 외할머니의 정원”

(왼쪽) 건축가 김영옥 씨
김영옥 씨는 공간을 구획해 정확한 도면을 그린 후 건물을 짓는 건축가다. 하지만 잘 재단된 공간보다는 구불구불한 시골길, 자연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피어난 꽃 무더기 같은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것에 매료된다. 그는 자신의 영감을 식물로 표현해보라는 질문을 받자마자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 정원을 떠올렸다고 한다. 낙동강이 바라다보이는 마당에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자리해 있었고, 봄이면 붉은 목단과 자색 수국이 한 가득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곳. 그는 올여름 장마철을 보내며 사람 키보다 훌쩍 자란 잡초가 숲을 이룬 사무실 앞 공터에서 가드닝용 고무장화를 화병 삼아 들꽃을 꽂아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꽃망울이 잔잔한 바람꽃과 솔체꽃을 투박한 원예용 장화에 꽂아 마치 길 위를 ‘걸어가는 꽃’을 연출한 것. 들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도 화려하기 보다은은하고 소박하다.
헤어&메이크업은 토니앤가이 청담점(02-541-9985)

“빌딩 숲 속 한줄기 휴식이 되는 모던 정원”
(오른쪽) 건축가 구만재 씨

도심 한복판에서 우연히 맞딱뜨리는 자연은 전원생활에서 만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빌딩 숲 속에서 발견한 화단이나 나무 한 그루는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건축가 구만재 씨는 건축물의 일부가 되는 환경친화적 수직 정원을 만들었다. 수직 정원은 한정된 실내 공간에 자연을 들여놓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 방법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채광과 무관하게 키울 수 있는 보스턴고사리, 아이비, 렉스베고니아, 스파티필룸을 식재해 가능한 한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했으며 식물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리듬감 있게 배열했다. 수직 정원 옆으로 자갈을 가득 채운 벽면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더한다.장소는 구만재 씨가 인테리어 디자인한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이인승 성형외과.


Designer

“장난감처럼 유쾌한 다육식물 정원”
(왼쪽) 제품 디자이너 박진우 씨
전선을 스파게티 면처럼 늘어뜨려 만든 조명 기구 ‘스파게티 샹들리에’, 재활용 쿠션에 형광색 밴드를 꽁꽁 묶어 만든 의자 ‘C1’, 자작나무 가지에 핫 핑크와 그린 등의 인공 컬러를 입힌 조명등 ‘캔디 트리’…. 과연 디자이너 박진우 씨의 식물 작업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작업에서도 박진우식 위트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는 레고 블록으로 조립한 집을 화분 삼아 다육식물을 심고 작은 미니어처 정원을 만들었다. 인공 느낌의 비비드한 컬러와 자연 소재가 결합된 익숙지 않은 풍경에서 팝아트적 느낌을 연출하고자 한 것. 레고 블록으로 만든 가짜 선인장과 다육식물, 플라스틱과 자연을 믹스 매치해 즐겁고 유쾌한 플라워 스타일링이 탄생했다.블루 체크 셔츠는 빈폴, 셔츠에 단 레고 블록 브로치는 에이랜드 제품. 패션 스타일링은 김성주.

“영감을 얻고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
(오른쪽)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이서 씨

윤이서 씨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식물이라고 한다. 녹색식물을 보며 느끼고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 치유가 된다고. 윤이서 씨에게 리사이클 디자인은 곧 자연을 생각하는 작업이다. 디자인하고 남은 패브릭 원단, 유행 지나 입지 않는 옷과 신발 등을 화분으로 만들어 식물을 담는 포트로 재활용한다. 포트를 만들고자 하는 옷에 붓으로 우레탄 페인트를 칠한 후 신문지로 안을 채워 넣어 형태를 잡고 20~30분간 말린다. 서너 번 덧발라 딱딱하게 굳으면 포트 완성. 우레탄 페인트는 방수 처리되므로 물을 줘도 안심이다. 페인트 전문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장소는 신사동에 위치한 윤이서 씨의 쇼룸 이서(02-512-3686).


Florist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
(왼쪽) 배우 겸 플로리스트 공현주 씨

어느 장소든 아름다움으로 물들게 하는 매력적인 꽃을 보며 꽃을 닮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공현주 씨. 방송 생활 틈틈이 취미 삼아 꽃꽂이를 배우던 그는 좀 더 꽃과 친밀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영국 플라워 스쿨 매퀸스 McQueens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이수하고 일본 플로리스트 사사키 나오키에게 플라워 아트 교육을 사사했다. 꽃은 받을 때보다 선물할 때 그 기쁨이 더욱 크다고.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꽃다발을 만들 때마다 꽃의 향기로움이 전해져 편안하고 우아해지는 기분이 든다. “평소 할머니와 어머니는 꽃이 사치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만든 꽃을 선물 받는 날이면 소녀적 감성으로 돌아가 어느샌가 아이 같은 미소를 짓고 계시지요.” 그는 어느새 여리고도 탐스러운 작약을 닮아 있었다. 그에게 꽃은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하는 친구같은 존재다. 베이비 핑크 드레스는 지아 킴(02-3444-1708), 크리스털 귀고리와 뱅글은 떼오로(www.theoro.co.kr) 제품. 공모양 초는 햅시바 데코(www.hzbcandel.co.kr) 제품. 패션 스타일링은 송아영, 공간 스타일링은 신원선, 장소는 오룸 다이닝(02-518-6873)의 레스토랑.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가 제일 아름다운 것은 꽃”
(오른쪽) 플로리스트 제이미 애스턴

아트와 패션 등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플라워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다는 영국 플로리스트 제이미 애스턴 Jamie Aston. 꽃은 색감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별다른 재료와 기교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컬러와 종류의 꽃을 믹스 매치해 꽃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그의 작업 특징. 모자를 보관할 때 사용하는 해트 박스에 꽃을 담아 선물 상자를 만들었다. 센터피스나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장식할 때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자에 꽃을 넣어 연출할 때는 상자와 꽃의 컬러 조화가 중요하다. 어두운 색감의 단색 박스를 사용하는 것이 꽃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방법. 해트 박스 안에 플로럴폼을 넣고 꽃을 돔 모양으로 풍성하게 꽂는 것이 포인트다. 플로럴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부어주면 꽃을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데, 이때 사과식초 한두 방울을 떨어뜨려주면 물속의 산성 성분이 꽃의 생기를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준다.장소는 까사 스쿨(02-3442-2118)의 실습 공간. 지난 5월, 제이미 애스턴이 이곳에서 3일 동안 쉽고 간단하게 꽃꽂이하는 방법을 강의했다.


Artist

“사랑에 빠진 여인 같은 수국 한 송이”
(왼쪽) 사진작가 한홍일 씨
일상적 사물이 마음속으로 성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한홍일 씨에게 꽃이 그랬다. 그는 패션 사진가로 활동하던 어느 날, 우연히 수국의 생김새를 들여다보다 우아하고 탐스러운 꽃송이가 마치 여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수국, 작약, 모란꽃에 매료되었고 이파리 겹겹이 숨어 있는 꽃의 섬세한 표정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한홍일 씨의 눈에 비친 꽃은 같은 종류라도 공간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때로는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농염하고, 때로는 소녀의 해밝은 미소처럼 순수하다. 꽃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그는 3년 전 촬영한 수국 사진과 자연 상태에서 말린 수국 한 송이를 내놓았다. 낡은 서랍 속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샴페인 잔에 꽂아 완성했다. 빛바랜 사진을 보는 듯한 ‘수국’은 한홍일 씨의 2007년 작품. 말린 수국은 3년 전 한 지인이 그에게 선물한 수국을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말려 지금껏 보관하고 있는 것.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이 멈춰버린 두 가지 수국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소 짓게 만드는 부드러운 힘”
(오른쪽) 패브릭 설치 작가 로리킴 씨
어릴 적부터 꽃을 좋아했다는 로리킴 씨. 꽃은 건드리면 흩날리는 연약한 존재지만 사람에게 크나큰 행복을 전해준다. 꽃을 받는 사람의 표정에는 항상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 역시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었으면 한다는 그는 ‘마른 뼈가 살아나는 곳’이라는 작품으로 플라워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꽃잎이 모여 농도가 다른 색을 표현하듯 노방 원단을 꽃잎 모양처럼 자르고 겹쳐 꿰맨 것. 펠트는 색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하기 좋은 소재로 시간이 흘러 꽃잎의 색이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가 만든 따뜻한 펠트 꽃잎 안에서 꽃들이 편안한 안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파스텔 톤의 꽃잎 카디건은 마인(02-514-9006), 화이트 원피스는 타임(02-540-4723), 심플한 화이트 오픈토 슈즈는 헬렌앤 크리스티(02-512-4393), 패션 스타일링은 김성주, 헤어&메이크업은 토니앤가이 청담점.

박은영,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