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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에이징 주거공간 제안]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길연 씨의 제안 집, 부모님을 위한 24시간 맞춤 놀이터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길연 씨가 이번에는 부모님을 위해 솜씨를 발휘했다. 퇴직 후 여가 시간이 많아진 아버지와 수년간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해 맞춤 처방한 45평 아파트 레노베이션 스토리.

노년에게 주택은 더 이상 재산의 개념이 아닌 삶의 공간이며, 정서적 안정을 주는 자기 영역을 의미한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한다면 멋진 실내 정원을, 손님 초대를 좋아한다면 주방을 예쁘게 꾸며보자.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를 위해 스타일리시한 주방을 선물한 스타일리스트 이길연 씨. 평소처럼 아버지 이우석 씨, 언니 이윤주 씨, 어머니 박영옥 씨가 모두 모였다.

문화와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이상적인 노인 복지의 방향은 ‘거택’이다. 대부분의 고령자가 수십 년, 수년간 살던 정든 집과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 이길연 씨의 어머니 박영옥(69세) 씨 역시 딸들이 학창 시절과 청년기를 보낸 아파트에서 평생 살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20여 년을 넘게 산 아파트에는 익숙한 주거 환경과 끈끈한 지역 유대감은 물론, 가족이 함께한 추억과 흔적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집을 고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평생을 고생스러워하면서도 음식 만드시는 걸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부엌이라도 쓰기 편하게 고치겠다며 제가 고집을 피웠어요.” 15년 전, 주방과 화장실, 도배 등 아주 간단한 레노베이션을 한 것이 전부인 터라 무척 노후된 아파트는 2개월간의 공사 끝에 심플하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길연 씨가 특별히 주안점을 둔 것은 다양한 수납공간. 방은 물론 냉장고 옆, 가구 아래 등 곳곳에 시스템 수납장을 짜 넣었다. 손목 관절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고 손잡이는 바형 디자인을 선택했다. 또한 노인 사고의 80% 이상이 주택에서 일어나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욕실에서 발생하므로 애당초 미끄럼 방지 타일을 시공하고 샤워 부스에 손잡이를 다는 등 소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 집은 젊은 사람에게는 단순히 휴식 공간이지만 몸이 불편한 고령자에게는 우주 같은 공간이다. 그런 만큼 고령자들이 집에서 다양하고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계획 또한 필요하다. 출가한 딸들을 비롯해 평소 손님 초대가 잦은 부모님을 위해 다이닝 룸 인테리어에 가장 힘을 주었다는 이길연 씨. 머지않아 평소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화초를 마음껏 가꾸실 수 있도록 침실 다용도실에 실내 정원을 꾸며드릴 예정이라고.

체크리스트
노인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 백내장 등 눈 관련 질병률이 높아진다.
□ 욕조를 사용할 때 반드시 보조 손잡이가 필요하다.
□ 둥근 문손잡이나 수도꼭지를 돌리기 힘들다.
□ 지팡이나 벽에 의지해 걷게 되므로 보행 보조 기구나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 자꾸 깜박깜박해 물건을 찾으려면 한참 걸린다.

부모님을 배려한 공간 디자인

(왼쪽) 자주 여닫는 문은 슬라이딩 도어로
베란다를 확장하면 레일을 미리 달아두는 것이 좋다. 한기가 들어올 경우 접이식 파티션을 추가로 시공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침실에는 기능을 최소화한 넓은 붙박이장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이불, 철 지난 옷 등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쫀쫀한 수납이 가능하도록 한다. 나이가 들수록 손목 관절의 힘도 약해지는 법. 주방 수납장과 안방 붙박이장 등, 자주 여닫는 커다란 문짝을 모두 슬라이딩 도어로 교체했다.

(오른쪽) 욕실 디자인, 안전이 최우선
고령자가 기거하는 공간의 욕실, 주방 등에 시공하는 타일은 매끄러운 질감 대신 거친 질감을 선택하는 게 좋다. 물이 닿는 모든 곳의 표면이 거칠어야 미끄러짐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 변기 옆, 욕조 옆, 샤워 부스에도 안전 손잡이 설치는 필수다. 앉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샤워기도 낮게 달았다.


(왼쪽) 무조건 깔끔하게
노출되고 꼬이기도 해 미관상으로나 안전상으로도 적잖은 위험을 초래하는 전선을 깔끔하게 정리하자. 침대, 거실 TV 근처 전선을 하나로 모으는 코드리스 디자인의 수납장은 필수. 간단하게 수납장 뒤편에 구멍을 뚫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선을 감추고 잔잔한 생활 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침대는 맞춤 제작했다.

(오른쪽) 침실, 풍수도 간과하지 말자
침실은 바람과 햇볕, 공기 등의 자연 조건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열린 공간으로 꾸밀 것. 주변에 내천이 흐르는 이 집은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라보며 눕도록 침대를 배치했다. 한실 느낌의 창은 목공사 때 을지로에서 맞춤 제작한 것.


(왼쪽) 거실, 평상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가구를 선택하라
거실은 손님을 맞는 곳이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소파를 고를 때는 디자인보다 기능을 먼저 살펴야 한다. 패브릭보다는 관리하기 편한 가죽 소파를 추천하며, 장시간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도록 등받이 쿠션의 소재도 꼼꼼히 따져본다. 거실이나 침실은 너무 많은 가구를 두지 않고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이 좋다. 넘어지거나 부딪치지 않도록 가구 역시 튀어나오지 않도록 질서 있게 배치한다.

(오른쪽) 능률 업, 부엌을 시스템화하자
주방을 시스템화하면 주부의 가사 노동 시간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키가 줄어들고 허리가 약해지므로 싱크대와 주방 상부장의 높이를 낮게 시공해야 한다. 특히 상부장은 열어놓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로 시공하면 편리하다. 매일 사용할 그릇과 양념장 등을 효과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걸이형 수납장을 곳곳에 설치할 것. 노인들은 뭐든 쉽게 찾기 위해 봉지째 걸어두는 습성이 있으므로 S자형 고리 등의 걸이 역시 많을수록 좋다.


수납장, 그것이 필요한 곳에 짜 넣어라
적절한 수납공간이 없다고 해서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면 그 물건은 매번 꺼내 쓰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된다. 생활용품은 그 용품이 필요한 곳이 곧 수납장이 되도록 마련하는 것이 좋다. 주방 옆에 세탁기와 용품을 넣는 수납장을 설치하고, 식탁 위에 잔살림이 늘어져 있지 않도록 아일랜드 조리대에 작은 약통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수납장을 촘촘히 짜 넣었다.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