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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우스]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부곤 씨의 논현동 'at the morn2' 빵 굽는 아저씨의 365일 즐거운 아지트
디자이너 김부곤 씨가 평창동에 이어 논현동에 1층은 회사, 2층은 자신의 집인 ‘at the morn 2’를 마련했다. 거기서 그는 말한다. 작업실과 집이 한 건물에 있기에 일과 휴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한국적 정서에 자연의 요소를 더한 집, 김부곤 씨에게 논현동 집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베이스캠프와 같다.


최근 요리의 즐거움에 푹 빠져, 다음 지을 집에는 오븐을 세 개 정도 넣을 수 있는 널찍한 주방을 디자인할 거라고 말하는 코어핸즈(02-396-2845) 대표 김부곤 씨.

“아무리 바빠도 차 한잔은 해야지. 우리 집에 왔으면 이 맛을 봐야 해요. 커피는 만날 마시는 거니까 그거 말고, 메밀을 볶아 우려낸 우리나라 전통차 어때요? 얼마나 구수한지, 오늘같이 추적추적 비 오는 날에 마시면 제격이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코어핸즈 COREhands 대표 김부곤 씨. 그가 몇 달 전 논현동에 새로 마련한 작업실을 겸한 집을 방문했다. 이번 집은 어떤 모습일까, 자못 궁금했는데 역시나 김부곤 스타일 그대로다. 2002년에 평창동에 마련한 ‘at the morn’이 1탄이라면, 이 집은 평창동 집의 연장선상에 놓인 2탄이다. 그래서 이름도 ‘at the morn 2’란다. 그런데 불현듯 그가 말한다. “이번에 저를 빵 굽는 아저씨로 소개하면 어떨까요?”


1 김부곤 씨가 평소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 도구들을 걸어놓은 주방 한쪽.
2, 6 집 안 곳곳에 온실을 연상케 하는 야생화가 멋스럽게 놓여 있다.


요리는 나의 힘, 나의 쾌락
최근 김부곤 씨는 요리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행복해졌다. 주말이면 호스트가 되어 지인을 집으로 불러 ‘요리를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사람을 좋아해 모임을 자주 갖는 편이지만, 논현동으로 이사 온 이후 모임 성격이 약간 달라졌다. “평창동 집에서는 와인에 치즈나 과일을 곁들여 먹는 정도로 간소하게 준비했죠. 그런데 이곳에 이사 와서는 이탤리언 음식을 풀코스로 차려놓고 즐긴답니다. 추파 zuppa로 시작해 안티파스토 antipasto, 프리모 피아티 primo piatti, 세콘도 secondo, 피자, 그리고 디저트까지, 각 코스마다 잘할 수 있는 요리 서너 가지를 준비해놓고 모임의 성격에 따라 메뉴를 결정합니다.” 의외였다. 그를 만나면 으레 들을 수 있을 것 같던 공간 이야기 대신, 그는 온통 요리 이야기만 했다. 주물 냄비, 면 집게 등 요리 도구를 빼곡하게 걸어놓은 주방에 서서 알전구에서 퍼져 나오는 노란 불빛보다 더 온화한 미소를 띤 채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하는 요리요? 하나만 말하라고 하면 힘든데….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 카펠리니, 칠리소소의 매콤한 홍합찜, 발사믹 소스의 닭다리구이, 송이버섯 토핑의 심플한 푼기피자, 아, 크림치즈 머랭과 커피 시럽에 절인 티라미수, 벌꿀로 토핑한 치즈 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잘 만들죠.” 1990년대 레스토랑 디자인을 위해 클라이언트와 토스카나의 볼테라라는 성곽 도시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다녀온 게 계기였다. 레스토랑 아란치오, 베이커리 숍 정글짐 등은 모두 그 당시 여행의 산물로, 김부곤 씨가 지금까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2주간 이탈리아로 출장을 다녀온 데는 명색이 디자이너라면 공간은 물론 문화를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는그만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렌치 요리와 달리 이탤리언 요리는 참 자유롭더군요. 제법 밥값이 비싼 식당에 가도 테이블 간격이 좁고, 사람들은 거기에 앉아 시끌벅적 대화를 나누죠. 미리 포크를 세팅해놓지 않고, 요리를 서빙할 때마다 포크를 하나씩 주는 점도 인상적이었죠.” 김부곤 씨는 자신이 현재 이렇듯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작업실과 집이 한데 붙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밤 10시에 퇴근해서 빵을 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웬만해선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일하는 책상과 부엌의 거리가 10m도 안 됩니다. 일하다가 쉬면서 빵 굽고,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사이에 도면 한번 보고. 이번 논현동 집을 디자인할 때 책상과 부엌 거리를 최대한 좁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요.”

3 토요일 오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김부곤 씨가 직접 만들어 서빙한 파스타. 김부곤 씨는 요리할 때, 디자인할 때만큼이나 행복해 보인다.


4 음반이면 음반, 영화면 영화,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수십 개, 수백 개를 수집해야 직성이 풀리는 마니아적인 기질을 가진 김부곤 씨.

5 차 애호가 김부곤 씨의 다양한 차 컬렉션.

재활용 가구와 건축 자재로 완성한 집
디자이너 김부곤 씨는 삼성건설, 현대건설, 코오롱건설, 두산건설 등 내로라하는 굵직한 건설사와 함께 작업함은 물론 TV CF(송혜교 씨와 냉장고 광고에, 안성기 씨와 커피 광고에 등장했다), 대학원 강의, 전시회와 퍼포먼스 공연 기획, 어린이를 위한 단행본 작업 등 참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런데 그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가 일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집중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터만 달라졌을 뿐, 평창동 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논현동 집은 예전 집과 흡사하다.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자연을 콘셉트로 꾸민 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김부곤 씨가 변함없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사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10년도 더 된 집처럼 모든 것이 꼭 제자리인 양 알맞게 들어가 있다. 유행을 좆지 않고, 공간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생각에 따라 구입한 가구와 소품은 어느 공간에 놓든 적절하게 쓰임새를 발휘한다. 평창동 집이 노출 콘크리트 마감재를 사용해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면, 이 집은 재활용 건축 자재를 사용해 레노베이션했다.거실과 작업 공간,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 벽면에 김부곤 씨는 재활용 나무 자재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연출했다. 가구며 건축 자재며 모두 재활용해 완성한 집인 셈이다. 언뜻 보면 노출 콘크리트 같은 벽면에는 먹물을 들인 한지 벽지를 발라 공간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꾸몄다. “한국성, 이것은 제가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생각해온 디자인 콘셉트입니다. 20년 넘게 디자인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한국성에 대해 추상적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구체적인 방법이 하나씩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먹물을 들인 한지 벽지가 그렇고, 그림 대신 벽면에 걸어놓은 고재 두 조각이 그렇지요.” 문을 닫아도 빛이 들어오고 소리가 새어 나오는 우리네 한옥처럼 김부곤 씨의 논현동 2층 자택에는 고작 1m 너비의 칸막이가 작업실과 거실을 분리하고 있다. 별도로 두꺼운 문을 내지 않은 것은 공간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열린 구조를 의도했기 때문이다.

 
1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길. 벽면을 따라 야생 아이비와 옥시가 늘어져 있다. 벽면에는 재할용 나무판을 덧대 따스함을 더했다.
2 한지로 디자인한 조명등이 인상적인 2층 사무 공간.



3 작업을 위한 데스크 바로 옆에 위치한 김부곤 씨의 침실. 김부곤 씨의 삶은 이렇듯 일과 휴식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4 평창동 집에서부터 유용하게 이용해온 김부곤식 인테리어 데커레이션 아이템, 고재. 멋진 그림만큼이나 임팩트있고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해준다. 선반 위에 놓인 한국적인 오브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부곤 씨는 아름다움의 절대 가치를 자연에서 찾는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논현동의 여타 집과 달리 과감하게 담장을 없앤 점이 눈에 띈다. 강남 한복판에도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내부에는 작은 온실에 온 듯 여기저기 수풀이 우거져 있다. “사람들이 실내에 이렇게 야생화가 많은데, 왜 온실을 따로 만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더군요. 하지만 저는 온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고로 식물은 사람의 행동반경 가까이 두어야 잘 살고, 저도 식물의 좋은 기운을 한껏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에 두어야 일하다가 머리가 복잡할 때 분무기를 들고 다니며 물도 주고 잡풀도 뽑아줄 수 있지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쁜 와중에도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며 애지중지 키웠더니 야생 아이비와 옥시는 키가 3m가 훌쩍 넘었다. 다른 이 같으면 지저분하다고 잘라버렸을 것을 김부곤 씨는 이사할 때도 조심스럽게 옮겨 와 2층 선반에 두고 자연스럽게 1층 계단까지 그 잎이 늘어지도록 했다. 집을 둘러보며 그의 디자인 힘은 언제든 자유롭게 요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부엌, 소통을 담은 편안한 거실, 자연과 어우러진 작업 공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김부곤식 디자인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이는 알고 보니 김부곤 씨 자신이다.

김부곤 씨의 야생화 키우는 방법
처음 구입한 야생화는 분갈이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사토와 녹색토를 2:1로 섞어 분갈이하고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손질해주고, 분무기에 영양제를 담아 뿌려준다. 이렇게 하면 4월에서 10월까지 야외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실내 공간에서 1년 내내 볼 수 있다.

김부곤 씨가 말하는 좁은 주방 넓게 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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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F 박스를 활용하라 MDF 박스를 활용해 주방용 수납장을 만들어보라. 그저 벽면에 몇 개 나란히 놓으면 큰돈 들이지 않아도 실용적인 수납장을 만들 수 있다. 단, 이렇듯 오픈형 수납장을 사용할 때 반드시 알아둘 점은 ‘정리가 곧 살길’이라는 것. 요리 책, 각종 양념 등 평상시에 물건을 사용한 후 곧바로 정리 정돈을 해야 오픈형 수납장을 멋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2 밀가루 보관함을 만들어라 통밀, 박력분, 강력분 등 베이킹을 위한 밀가루를 서랍장에 종류별로 모아놓아보자. 연필, 메모지, 클립 등 각종 사무용품을 보관하는 서랍장에 밀가루를 담아놓으면 한층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밀가루를 봉투째 두고 사용할 때의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