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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풍경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여름 별미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내 이름은 박옥희고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어머니와 나, 단 두 식구뿐입니다.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는 금년 나이 스물넷인데 과부랍니다. 어머니 손으로는 못 만드는 것이 없지요. 그 중 얼굴만큼이나 고운 음식 솜씨가 으뜸이랍니다.” * 본문 내용은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중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왼쪽) 진한 쪽빛 모시 저고리와 안에 입은 연둣빛 생모시 치마, 플라워 문양의 아사 거둠 치마는 모두 김혜순 한복. 잔잔한 꽃무늬 양산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비딩 핸드백은 앤틱반 제품.

(오른쪽) 네모지게 빚은 여름 만두, 편수
민가에 널리 알려진 여름철 만두로, 밀가루 피를 네모지게 만들어 호박과 숙주로 소를 넣고 각지게 빚는다. 우묵한 청자 접시는 도예가 이은범 씨 작품으로 정소영 식기장에서 판매한다.

재료(4인분) 밀가루 11/2컵(소금 1작은술, 물 5큰술), 쇠고기(우둔)*숙주 150g씩, 마른 표고 3개, 호박 1개, 잣 1큰술, 참기름*소금 적당량씩
양념장 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밀가루를 소금물로 반죽해 30분 정도 두었다가 얇게 밀어 사방 8cm 정도의 정사각형으로 만두피를 만든다.
2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표고는 불려서 곱게 채 썰어 합한 뒤 양념장으로 무쳐 팬에 볶는다.
3 숙주는 데치고 호박은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물기를 짜서 볶고, 익힌 채소와 고기, 표고를 섞어서 소를 만든다.
4 만두피 가운데에 소를 1큰술 정도 놓고, 소 위에 잣을 1알 얹고 네 귀를 모아서 맞닿는 부분을 붙인다.
5 삶아서 바로 찬물에 헹구어 건진 편수에 차가운 장국을 붓고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내거나, 찜통에 쪄낸 뒤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왼쪽)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가 먹고살 것을 남겨놓으셨대요.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서 여기서 한 십 리나 되는 조그만 산이 있는 데를 가서 밤도 따 먹고,
또 그 산 밑에 있는 초가집에 가서 닭고깃국을 먹고 왔는데, 거기 있는 땅이 우리 땅이래요.
거기서 나는 곡식으로 밥은 굶지 않게 됐다고요. 그래도 반찬 사고 과자 사고 할 돈은 없대요. 그래서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바느질을 맡아서 해주지요. 바느질해서 돈 벌어서 그걸로 청어도 사고 달걀도 사고 내가 먹을 사탕도 사준대요.”

* 흰색 꽃무늬 레이스 적삼과 쪽빛 모시 치마, 옥 소재의 꽃 장식 브로치는 모두 김혜순 한복.

(오른쪽) 잘 쉬지 않는 떡과 과자
동그랗게 쪄서 꽃으로 장식한 ‘방울증편’이 보석만큼 곱다. 막걸리를 넣고 발효시켜 쪘기 때문에 잘 쉬지 않아 여름에 주로 먹는다. 연근과 도라지를 데쳐서 설탕물과 조청, 꿀로 조린 뒤 설탕을 묻혀 말린 ‘건정과’는 단맛이 없는 차와 잘 어울린다. 대추 씨를 빼고 꿀에 조리듯 볶은 ‘대추초’ 역시 손님상에 빠지지 않던 숙실과(과일을 익혀서 만든 과자)다. 정과와 숙실과는 보통 여러 종류를 만들어 옆옆이 어울려 담아내곤 했다. 백자 접시는 정재효 작가의 작품.

방울증편
재료 멥쌀가루 5컵(멥쌀 2컵, 소금 1/2큰술, 물 1/4컵), 물*생막걸리 3/4컵씩, 설탕 1/2컵, 식용 꽃

만들기
1 쌀을 씻어 5시간 이상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소금과 물을 넣어 곱게 빻은 뒤 고운체에 내린다.
2 물을 50℃ 정도로 데워 설탕과 막걸리를 섞은 뒤 쌀가루를 넣어 멍울 없이 섞고 랩을 씌운다.
3 ②를 30~35℃(여름철 실온)에서 4시간 동안 1차 발효시킨다. 1차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다시 랩을 씌워 2시간 동안 2차 발효시킨다. 2차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1시간 더 발효시킨다.
4 ③을 잘 섞어 공기를 뺀 뒤 방울증편 틀에 7~8부 정도 되게 붓고, 김 오른 찜통에 올려 약한 불에서 5분, 센 불에서 10분 찐 뒤 불을 끄고 5분간 뜸들인다.
5 ④에 식용 꽃을 올려 장식한다.


(왼쪽) “나는 이 낯선 손님이 사랑방에 계시게 된다는 말을 큰외삼촌에게서 듣고
갑자기 즐거워졌습니다. 그 아저씨는 우리 아버지와 어렸을 적 친구래요.
어디 먼 데 가서 공부를 하다가 요새 돌아왔는데, 우리 동리 학교 교사로 오게 되었대요.
이 동리에는 하숙도 별로 깨끗한 곳이 없고 해서 윗사랑으로 와 계시게 되었다고요.
또 우리도 그 아저씨한테 밥값을 받으면 살림에 보탬도 좀 되고 한다고요.”

* 보랏빛 꽃무늬 레이스 적삼과 연둣빛 모시 치마, 꽃장식 브로치는 모두 김혜순 한복.

(오른쪽) 시원하고 깔끔한 여름 저녁 밥상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냉국. 냉국의 건지로는 미역,  김, 오이, 파, 우뭇가사리, 다시마, 가지, 콩나물 등을 쓴다. 보통 건지를 먼저 양념한 뒤 장국에 식초와  간장을 넣어 먹는데, 콩나물냉국은 다른 냉국과는 달리 콩나물국처럼 제대로 끓인 뒤 차게 식혀서 먹는다.
오이보다 굵은 울외를 청주 지게미에 절여 만든, 일본인들이 ‘나라스케’라고 부르는 ‘울외장아찌’와 6월에 한창 수확하는 매실로 담근 새콤달콤한 ‘매실장아찌’, 여기에 조기 한 마리 구워 오이나 실파, 쑥갓 등과 곁들여 내면 간소하지만 맛은 꽉 찬 여름 밥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 소목색 금박 삼회장저고리와 흰색 꽃무늬 아사 치마는 김혜순 한복.


(왼쪽) “사랑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하는 것이 내게는 썩 좋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달걀을 많이씩 사게 되었으니까요. 한꺼번에 열 알도 사고, 스무 알도 사고,
그래선 두고두고 삶아서 아저씨 상에도 놓고, 또 으레 나도 한 알씩 주고 그래요.”

* 작은 꽃무늬를 화려하게 수놓은 회장저고리와 보라색 모시 치마는 김혜순 한복.

(오른쪽) 탁주 한 주전자와 장산적으로 차린 술상
양념한 쇠고기를 반대기로 뭉쳐 구운 섭산적을 간장양념에 조린 장산적. 여기에 삶은 달걀을 길이로 4등분해 장산적 간장양념을 끼얹은 것과 애호박을 채 썰어 넣고 고소하게 부친 애호박전병을 곁들이면 맛이 잘 어울리며 똑 떨어진다. 밑반찬이나 술안주로 제격이다.

장산적
재료 쇠고기 300g, 두부 150g, 잣가루 약간
쇠고기 양념 소금 1작은술, 설탕*다진 파*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조림장 간장*물 4큰술씩, 설탕 1큰술, 꿀 2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기름기 없는 쇠고기를 곱게 다진다.
2 두부는 행주로 싸서 물기를 뺀 뒤 칼을 뉘어서 곱게 으깬다.
3 ①과 ②를 합한 뒤 쇠고기 양념을 넣어 끈기가 날 때까지 섞는다.
4 ③을 반대기를 지어 사각 형태로 납작하게 만들어서 한지를 깐 도마 위에 올리고 전체적으로 잔칼집을 넣으면서 윗면을 고르게 한다.(반죽 전체로 섭산적을 만들어 구운 뒤 알맞게 썰어 간장에 조린 것이 기본이고, 작은 완자 형태를 만들어 조려도 예쁘다.)
5 석쇠에 고기를 얹어서 고루 익힌다.
6 조림장이 끓으면 구운 고기를 넣고 냄비를 기울여 국물을 끼얹어가며 조린다.
7 ⑥을 그릇에 담고 잣가루를 뿌려 낸다.


(왼쪽) “유치원을 파하고 집으로 오면서, 갑자기 어제 벽장 속에
숨었다가 어머니를 몹시 울게 했던 생각이 나서 집으로 돌아가기가
어째 부끄러워졌습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좀 기쁘게 해드려야 할 텐데,
무엇을 가져다드리면 기뻐할까?’ 그러자 문득
유치원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꽃병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꽃을 사랑하는 줄을 잘 압니다.”

* 생모시 홑저고리와 푸른색 꽃무늬 마 소재 치마, 흰색 고무신은 김혜순 한복.

(오른쪽) 여름 화채의 으뜸, 오미자수박화채
여름에는 오미자 우린 물이나 설탕물에 과일을 띄운 화채로 더위를 잊는데, 그중 수박화채가 단연 으뜸이다. 수박을 우물에 담가놓았다가 반으로 갈라서 숟가락으로 동글동글하게 떠내어 얼음을 넣고 차게 만든다.
화채 국물로는 오미자 우린 물을 많이 이용했다. 오미자를 4~5배 정도의 찬물에 담가 하루 정도 서서히 불려서 고운 행주에 거른 다음 물을 더 보태어 색과 맛을 맞추며 단맛은 설탕이나 꿀로 맞춘다. 유리볼은 앤틱반 제품.


(왼쪽) “집에 오니 어머니가 문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꽃은 어디서 났니? 퍽 곱구나’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잠깐 망설이다가 “응, 이 꽃! 저, 사랑 아저씨가 엄마 갖다 주라고 했어” 하고 불쑥 말했습니다.
그런 거짓말이 어디서 그렇게 툭 튀어나왔는지 나도 모르지요. 꽃을 들고 냄새를 맡고 있던 어머니 얼굴이
금시에 그 꽃보다 더 빨갛게 되었습니다. 그 꽃을 든 어머니 손가락이 파르르 떠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 골드 스팽글 장식의 적삼과 큰 꽃 문양의 빨간 아사 치마는 모두 김혜순 한복.

(오른쪽) 먹물색 적삼과 잔잔한 꽃무늬 모시 치마, 꽃 모양 브로치와 흰색 고무신은 모두 김혜순 한복.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