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이어덕트 항구에서 윌 칼버 씨와 부인 캐서린 씨. 갤러리 ‘오션 포토그래피’ 관장은 칼버 씨지만 간혹 부인도 갤러리에 나와 관람객에게 작품을 소개한다.
2 세일링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던 중 어느 정박지에서 두 아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던 한때의 모습.
3, 6 칼버 씨 가족은 세일링 요트 ‘피날레’에서 살고 있다.
4 배 위에서 책을 읽는 큰아들 톰. 톰은 여행을 하는 동안 부모와 함께 독서를 해서인지 읽기 능력이 또래에 비해 월등하다.
오클랜드와 주변 섬을 오가는 배들이 정박하는 바이어덕트Viaduct 해변에는 낮은 조립식 건물들이 올망졸망 늘어서 있다. 가건물처럼 보이는 이곳들은 사설 미술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작은 갤러리 거리다.
윌 칼버 씨는 이 갤러리들 중 하나인 ‘오션 포토그래피Ocean Photography’를 운영하는 관장이자 뉴질랜드의 바다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열두 살 때부터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했던 그가 상업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오클랜드에 정착하던 2005년부터. 이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기 전까지, 즉 온 가족이 영국 살림을 정리하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2003년까지 그는 세일링 요트 활동에 열심이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집과 차 등을 팔고 아내 캐서린과 두 아들 톰, 패트릭과 함께 스틸 돛단배 ‘피날레Finale’를 타고 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나 처음부터 뉴질랜드로 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그저 막연한 목적지들 가운데 한 곳이었지요. 영국인들에게 뉴질랜드는 막연한 여행 목적지 중 한 곳이거든요. 세일링 요트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나온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었죠. 그리고 여행을 하던 중 호주와 뉴질랜드 가운데 한 곳에 정착할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그때 아내가 호주보다는 뉴질랜드를 선호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요.”
여행 기간과 목적지를 계획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났던 여행. 그와 그의 가족들은 2년 반 동안 바다 위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오클랜드에 정착한 지금도 가로 13.5m, 세로 4m인 세일링 요트 ‘피날레’에서 생활한다. 영국을 떠나던 당시 톰은 여섯 살, 패트릭은 두 살이었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더욱 잘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아이들에게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배우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영국에 있을 때 부모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처음 여행을 떠나던 때 큰아이 톰은 네 살이었는데, 그때부터 저희 부부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래서인지 읽기 능력이 다른 또래들보다 뛰어나요. 지금 열 살인데, 대략 열다섯 살 정도의 읽기 능력과 비슷하지요.”
5 자신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 칼버 씨.
7 ’오션 포토그래피’의 전시 작품들.
이 부부가 뉴질랜드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데는 교육 환경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갈수록 체육 시간이 줄어드는 영국의 공교육은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그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그의 뜻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산행을 하고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한 다음 지식을 채우는 교과과정으로 구성되었던 것이다.
“뉴질랜드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곳이에요.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삶의 방향을 안내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아닐까요? 그저 두 아들이 잘 자라면 좋겠어요. 세일링도 잘하면 금상첨화겠지요(웃음).”
여남은 평이나 될까? 작은 갤러리에는 그가 찍은 바다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아내 캐서린도 가끔 갤러리에 나와 남편의 일을 돕는다. 작은 조립식 건물이지만 그 어떤 구중궁궐도 부럽지 않은 튼튼한 집처럼 느껴진다. 온 가족이 한마음, 한뜻으로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유롭게 야외 활동을 하면서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으니 더없이 좋아요.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것을 보여주고, 그렇게 살도록 해주고 싶었거든요(웃음).”
윌 칼버 씨와 그 가족의 삶은, 자연적인 삶이란 자연 곁에서 기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가르쳐준다.
윌 칼버 씨가 찍은 뉴질랜드의 바다 윌 칼버 씨는 마음이 동할 때면 바다에 나간다. 자신의 보트를 타고 바다를 산책하다가 마음에 드는 광경을 접할 때마다 사진을 찍는다. 언제나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독특한 형태의 광선이나 빛. 덕분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들마다 독특한 빛이 담겨 있다. 전시되어 있는 사진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사진’이 무엇인지를 물으니, 대형 보트 ‘스피리트 오브 뉴질랜드Sprite of Newzealand’(뉴질랜드 정부가 10대 청소년들의 해상 체험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배)를 가리킨다. 큰 사고가 날 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진을 촬영할 때 그는 ‘스피리트 오브 뉴질랜드’를 정면에서 마주 보고 있었는데 그가 타고 있던 보트의 엔진이 갑자기 멈춰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고.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 가격은 종류와 규격에 따라 다른데 6뉴질랜드달러NZD부터 1백50뉴질랜드달러 정도이다. 문의(64)2-21-114-7204(갤러리), www.oceanphotography.co.nz
- 30개월 동안 돛단배 여행한 윌 칼버 씨 가족 자연적인 삶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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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떠나는 것은 영국 사람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영국 런던에서 광고 마케팅 일을 하다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한 윌 칼버Will Calver 씨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가족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기 위해 2년 반 동안 세일링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정박지였던 뉴질랜드의 항구도시 오클랜드에서 짐을 풀고 새 생활을 시작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