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채반·소쿠리 무엇이 다른가
광주리는 깊이가 얕고 바닥이 평평한 안정감 있는 형태. 비교적 튼튼하고 크기가 커서 많은 양의 채소나 과일을 보관하거나 이동하는 데에 주로 썼다. 이에 비해 속이 깊숙하고 촘촘한 짜임의 소쿠리는 부피가 작은 과일을 담아두거나 곡식을 씻어 물을 빼는 데 썼고, 채반은 짜임이 성기고 접시처럼 평평해 뜨거운 음식을 식히거나 고추나 무 등을 말리는 데 사용했다.
(오른쪽)가구로 써도 손색없는 등나무 바구니
뚜껑이 있는 커다란 크기의 바구니는 수납을 겸하는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라탄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등나무 바구니로 사이드 테이블을 연출했다. 등나무는 열대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야자과의 덩굴식물로 의자나 테이블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신축성이 뛰어나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다. 바구니와 함께 매치한 클래식한 1인용 가죽 암체어는 디테일 제품. 수납까지 해결되는 원형 바구니와 벽에 걸어둔 사각 매트는 모두 디원 제품이다.
(왼쪽부터) 채반, 광주리, 소쿠리
숨 쉬는 멋진 접시 채반
명절이면 산적이나 전을 척척 올려두던 채반. 오븐 팬이나 접시 대신 널찍한 채반에 피자를 담았다. 뜨거운 음식이 식으면 습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나무살 사이로 바람이 솔솔 통하는 채반에 담은 피자는 식은 후에도 고슬고슬하다. 은은한 색감과 고운 나무 살은 어느 명품 접시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식탁을 연출해준다.
스틸 건조대 대신 광주리
몇십인분의 식사와 막걸리 사발까지 죄다 담아 논밭으로 나르던 새참 바구니가 바로 광주리. 안정감 있는 형태의 광주리가 내추럴 스타일의 식기 건조대로 변신했다. 비교적 짜임이 성겨서 물 빠짐이 좋고 투박하고 튼튼하여 무거운 유리나 도자기 식기를 쌓아 올려도 거뜬하다. 많은 양의 그릇을 낼 때 안전하고 훌륭한 서빙 도구가 된다.
건강한 그릇 소쿠리
소쿠리는 쌀알도 빠지지 않을 만큼 짜임이 촘촘하고 결이 고와서 껍질이 얇은 과일이나 짓무르기 쉬운 채소를 담아 씻으면 좋다. 씻은 후 접시에 밭쳐 그대로 내면 훌륭한 그릇이 된다. 밑면이 봉긋한 소쿠리에 동글동글한 과일을 담으면 더욱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나 쟁반에서 배출되는 환경호르몬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바구니라 불러도 괜찮다
쓰임이나 생김새에 따라 광주리·채반·소쿠리로 나눠 부르지만, 그냥 뭉뚱그려 모두를 바구니로 불러도 무리가 없다. 소쿠리가 변형된 다양한 형태의 것을 요즘에 와서 바구니로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나무로 짠 것을 모두 바구니라 부른다.
주인공보다 멋진 조연이 되는 바구니들
1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꽃과 바구니. 짧은 길이로 자른 절화를 유리컵에 나누어 꽂고 다시 바구니에 모아 담아 풍성한 꽃바구니를 만들었다. 잎은 적게, 꽃은 풍성하게 담으면 세련된 느낌이 난다.
2 작은 채반에 초를 올려 밝혔다. 납작한 모양의 채반 위에 자갈이나 색모래를 깔면 내추럴 스타일의 근사한 초 받침이 된다. 큰 사이즈 채반에 여러 개의 초를 담아도 이색적이다.
3 냉장고가 없던 시절, 시원하게 보관해야 할 것은 죄다 소쿠리에 담았다. 바닥과 접착 면이 적은 둥그런 밑면 덕분에 통기성이 탁월하기 때문. 서늘한 곳에 소쿠리를 몇 개를 쌓아놓고 미니 와인 바를 만들어볼 것. 모양이나 색이 예뻐 버리지 못했던 병들을 함께 담아두면 그 자체로 데커레이션이 된다.
4 밥그릇 크기의 광주리를 간식 볼로, 접시만 한 동그란 채반을 테이블 매트로, 등나무로 만든 사각 채반을 쟁반으로 사용해 내추럴 스타일의 티테이블을 연출했다. 찻주전자와 찻잔은 단아함이 느껴지는 청자와 함께 연출했다.
귀해진 바구니 어디서 구하나
가장 귀하고 좋은 것은 담양, 안동, 문경과 같은 특화된 바구니 마을의 장터에서 만나게 되는 일명 할머니 바구니. 그 지역의 기념품 가게를살펴봐도 품질 좋은 국내산 바구니를 만날 수 있다. 지역별로 강화도는 왕골, 담양은 대나무, 강원도는 칡넝쿨을 재료로 바구니를 만든다. 그중에서도 담양에서는 매년 국내 최대 규모의 죽물 시장이 열린다. 죽물 시장이 열리는 ‘죽녹원’(061-380-3244), 예술작품을 방불케 하는 인간문화재 서한규 선생의 대나무 바구니를 전시하는 ‘채석장’을 둘러보면 좋겠다. 용인 민속촌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민속 바구니를, 인사동 주변과 낙원상가 앞 바구니 트럭에서는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바구니를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면 남대문 대도상가나 강남 고속터미널 그릇상가를 둘러볼 것.
집 안 곳곳의 바구니 데코 아이디어
5 비누나 칫솔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바구니로 교체해볼 것. 물 빠짐이 좋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보다 표면이 부드러워 비누를 상처 없이 보관해준다.
6 납작한 형태의 소쿠리에 포프리를 담고, 속이 깊은 대형 소쿠리에는 수건을 수납했다. 나뭇가지를 가늘게 쪼개 촘촘하게 짠 소쿠리는 결이 섬세하여 옷감이나 바삭바삭하게 말린 꽃가루를 담아도 그만이다.
바구니 손질 및 보관법
바구니 관리는 몇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등나무, 대나무, 싸리나무 등을 엮어 만들기 때문에 기본적인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습기 제거와 살균. 볕이 좋은 날은 집 안의 바구니들을 베란다에 내놓고 햇빛을 흠뻑 쬐여주는 것이 좋다.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장마철에는 건조제를 담아두는 것도 방법. 수납용으로 사용한 바구니는 2주에 한 번 정도 바닥에 내려놓고 앞뒤로 뒤짚어가며 먼지를 털어준다. 마른 수건으로 나뭇결을 따라 살살 닦고, 더러움이 잘 지워지지 않을 때는 중성세제를 묻혀 닦는다. 음식이나 커트러리를 담은 바구니는 소금으로 살균할 것. 팔팔 끓인 소금물에 바구니를 삶아 햇볕에 바짝 말린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담고 건조제를 넣어둔다.
1 서랍 속 습기 잡는 바구니 서랍 안쪽을 분리해놓으면 많은 양의 부엌살림을 짜임새 있게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서랍용 플라스틱 정리함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설거지 후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기 십상. 공기가 솔솔 통하는 바구니에 자주 사용하는 커트러리와 냅킨을 보관했다. 서랍에 쏙 들어가는 사각 바구니와 칸이 분리된 바구니는 모두 더원 제품.
2 지저분한 선반 바구니로 감추기 자주 사용하는 가재도구를 바구니에 수납해보자. 차통은 깊이가 얕은 둥근 광주리에 담고, 바느질 용품이나 작은 생활용품을 수납하려면 바구니 안쪽에 광목을 대주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하려면 조금 큰 사이즈의 바구니를 그대로 엎어 덮어둘 것.
3 금속 조리 도구와 환상의 하모니 뒤집개, 튀김용 집게, 거름망, 과자틀…. 요즘 흔히 사용하는 조리도구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대부분. 매끈하고 탄력이 좋은 대바구니는 금속과 매치해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동그란 수저통 모양의 바구니를 3단으로 연결해 벽에 걸어두면 쓰기에도 편리하고 보기에도 멋진 조리도구 수납통이 된다.
- 오래 써야 더 아름답다 모던 주방에서 새로 태어난 광주리, 채반, 소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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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다듬어 받쳐두거나 점심 도시락을 담아 나르던 그 옛날 광주리·소쿠리·채반. 쓰면 쓸수록 관록을 더해가는 운치가 있어서 좋고, 자연의 재료로 만들었으니 건강까지 생각해주는 살림 도구다. 명절이면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이내 창고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던 것들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노출 콘크리트 일색의 모던 공간에서 다시 태어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