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은 누구라도 어정거리기에 적합한 장소다. 마당을 거닐 때 그 사람은 하루 가운데, 시간을 초월할 만큼 가장 ‘생각 없이’ 보낸다. 몸에 스치는 바람결을 느끼고 머리 위로 들려오는 새소리를 흘려 듣다 잎사귀를 싱겁게 들춰보기도 한다. 그런 마당보다 더 호사스러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옥상’이다. 무한한 하늘이 그야말로 무한히 열려 있는 옥상에서는 안온함과 개방감을 함께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행복감을 매일 맛보는 이가 있다. 디자인 알레 소장 우현미 씨. 그는 텁텁한 실내가 아니라 햇살이 내리쬐는 옥상에서 ‘요가’로 개운한 하루를 연다. 옥상 정원의 가장 큰 기쁨은 저 너머 산까지 ‘나의 정원’이 된다는 것.
굳이 소나무 숲에 들어가서 ‘산림욕’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정원을 ‘차경’이라고 하지요. 이곳에서 산을, 주변의 지붕을 조망하는 일이 즐거워요. 주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은 5월이에요. 옥상은 온통 노란색이 되고, 저 멀리 산자락은 초록과 아카시아의 하얀 꽃이 어우러져 있는데 마치 코끝에서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는 것 같죠.”
저 너머의 산자락처럼 옥상 정원 역시 낮은 산자락을 이루고 있다. 바닥에는 경량토와 자갈을 촘촘히 깔아 배수가 원활하다. 옥상을 노랗게 물들이는 것은 다육식물의 한 종류인 ‘세듐’으로, 4월부터 7월까지 노란 꽃이 핀다. 사막에서 자라고 겨울에 월동하는 종으로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고 환경에 상관없이 잘 자란다. 우현미 씨는 이 세듐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데 달콤 쌉싸래한 맛이 기가 막히다. 싱싱한 세듐과 망고를 곁들인 그린 샐러드와 로즈메리 잎을 넣어 만든 허브티 한잔을 마시면 순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고.
“초보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바로 한 번에 다양한 꽃들을 식재하는 거예요. 색을 절제해야 꽃 무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 것끼리라도 생각 없이 모아놓으면 어지럽기만 할 뿐이죠. 또한 화초와 잡초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왼쪽) 다육식물 세듐과 잡초가 어우러진 알레의 옥상 정원. 우영미 씨는 이곳에서 틈틈이 요가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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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정원을 만들려면 1 옥상은 종일 햇빛이 들고 통풍이 잘되므로 고추, 피망, 가지, 호박, 오이, 토마토 등 열매를 맺는 채소를 기르기에 적당하다. 옥상에는 보통 인공적으로 만든 경량토를 활용한다. 흙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티로폼을 잘게 부순 후 흙과 혼합해 사용해도 된다. 잔디를 심을 때는 15cm, 진달래, 철쭉 등 키 작은 나무를 심을 때는 30cm, 라일락을 심을 때는 45cm 두께의 흙이 필요하다. 2 어렵게 조성한 옥상 정원 때문에 지붕에서 물이 샐 수도 있다. 옥상 정원을 만들기에 앞서 충분한 방수 공사를 할 것. 우레탄 페인트와 같은 액체로 된 방수 재료와 기와지붕에서 사용하는 루핑과 같이 시트 형태로 된 방수 재료가 있는데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직접 시공할 때는 충분한 두께로, 옥상과 맞닿는 벽면도 함께 발라준다. 3 옥상은 보통 지면과는 달리 높은 곳에 있으므로 바람의 영향이 심하다. 나무를 심을 때는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목을 설치하고 항상 충분하게 물을 주어야 한다. 인공 토양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작은 자갈 등을 덮어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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