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정원특집_이끼정원]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 나와 이웃이 교감하는 창조의 샘
지난해 말 북한산 꼭대기로 보금자리를 옮긴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 한동안 마당 가꾸는 일에 푹 빠져 지낸 그가 손수 만든 연못과 대문 밖 ‘이끼 정원’을 공개했다. 그에게 정원은 놀이터요, 이웃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다.


북한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그의 평창동 집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막다른 집. 절 바로 앞에 자리한 집은 대문부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그재그 형태로 놓여 있는 담벼락과 기하학적으로 장식한 육중한 철문. 소나무 한 그루가 담장을 넘어 용트림하듯 솟아 있고 대문 옆에 만들어놓은 작은 이끼 정원이 정갈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건물 외관만큼이나 주인의 성격과 성향을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정원. 마당 곳곳을 계획적으로 잘 꾸며놓은 정원이 있는가 하면, 마치 그대로 원래 있던 모습인 양 자연스러움을 콘셉트로 내세우는 정원도 있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의 정원은 두 콘셉트가 혼재되어 있다. 자유로운 ‘필’을 바탕으로 철저한 ‘계획’ 아래 꾸민 정 원. 정원은 세 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잘생긴 소나무와 당귀, 산사등 크고 작은 사철나무를 심은 앞마당, 돌탑과 석조 조형물로 꾸민 뒷마당 그리고 이끼 정원. 그중 백미는 바로 ‘음지’에 강한 이끼 정원이다.


1 북한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그의 평창동 집. 언제나 공식이 없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던 그는 돌과 물, 앤티크 소품이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정원을 소개했다.
2 비록 정원사가 완성한 것처럼 근사하지는 않을지라도 시간과 노력의 미학이 담겨 있는 정원. 금속으로 만든 어항에는 삼청동에서부터 키우던 금붕어가 노닐고 있다.

3 돌조각과 하얀 수선화가 정원에 운치를 더한다.
4 이 정원의 백미는 수풀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다. 네모난 물확에는 애기별꽃을 가득 넣었다. 아주 깔끔한 정원보다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원이 편안함을 준다.


“평창동은 음기가 많은 땅이에요. 단 차이가 있는 땅에 집을 지어 앞쪽으로는 지하에서도 막히는 것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반면, 집 뒤쪽으로는 습기가 많지요. 그래서 수생식 물이나 이끼류가 잘 자랍니다.” 대문 옆에는 석부작을 두고 쇠뜨기, 석송문 등 양치식물을 심었다. 골짜기를 모티프로 만든 계단식 정원을 따라 내려가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게 들리는데, 이곳에서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건물과 담벼락 사이 자투리 공간도 그냥 두지 않았다. 늦여름, 마당에서 유일하게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화이트’를 콘셉트로 불도화, 왕제비꽃을 심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문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집 둘레를 따라 돌과 물, 그린, 꽃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을 만날 수 있는데, 전문 조경사 없이 김영석 씨 혼자 일구고 가꿨다는 점이 놀랍다. “수水 공간은 정원의 완성도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치예요. 수풀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그 어떤 소품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최상의 요소가 되죠.” 그의 마당에서는 유난히 ‘물길’과 ‘돌’을 많이 볼 수 있다. 정원 중앙에는 수로를 판 뒤 포석정처럼 물길을 만들고 그간 모아온 돌을 구석구석 장식했다.

부암동, 삼청동, 늘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온 터라 ‘가드닝’은 자신 있다는 김영석 씨. 하늘을 마주하고 땅의 기운을 그대로 느끼며 집안 곳곳에서 다양한 그린을 즐길 수 있는 이 집은 휴식의 공간이자 ‘창조의 샘’이다.

초보자도 쉽게 이끼 정원 가꾸기
1
이끼를 심는 배양토는 물 빠짐이 수월한 일반 흙이 좋고 모래, 자갈 등은 부적절 하다. 배수가 좋은 흙에 물을 충분히 뿌려주고 이끼를 잘게 썰어 골고루 흙 위에 뿌려준다. 뿌려진 이끼가 흙에 잘 붙도록 충분히 두드려주고 스프레이로 촉촉하게 물을 분사한다.
2 이끼 대부분은 햇볕의 직사광선을 싫어한다. 물론 어두운 곳도 싫어한다. 반 그늘 상태에서 스프레이로 조금씩 자주 물을 공급하면 잘 자란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울 때는 성장을 일시 멈추지만 파란 상태는 유지해 겨울에도 키우기 쉽다.
3 이끼는 보통 두 가지로 구분된다. 줄기 없이 몸 전체가 잎 모양으로 된 우산 이끼와 줄기를 갖춘 솔잎 모양의 솔이끼가 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키우기 쉬운 것은 우산 이끼의 종류인 비단 이끼. 크고 작은 항아리 뚜껑과 돌확 등 소품을 이용해 이끼 정원을 꾸밀 수 있다. 마사토를 깔고 자연석을 배치한 다음 이끼를 심고 청옥금, 릴리시나, 허브 장미 등 생육 조건이 같은 다육식물을 함께 심어도 좋다. 군데군데 이페이온, 히아신스 등 구근식물을 곁들여 포인트를 준다.
4 이끼는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몸이 연해서 공기가 오염되면 직 접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이끼의 상태를 보면 공기의 오염 정도를 알 수 있는 것. 겨 울에도 파란색을 유지해 공간에 생동감을 주고 건조한 실내에 가습 효과가 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