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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가드닝] 흙이 있어 더 아름다운 정원 풍경
소설 <토지>를 집필한 故 박경리 선생은 평생 흙일을 하고 사셨다지요. 직접 밭을 일구고 꽃나무를 키우며 경험한 ‘흙’의 생명력만큼 예술혼을 북돋워준 것이 없었다 합니다. 올봄, 좀 더 활기찬 생활의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흙 기운 충만한 봄 식물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흙이 있어 더 아름다운 식물 연출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뿌리는
흙과 함께 생명을 잉태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봄이면 가장 많이 팔리는 꽃이 알뿌리식물인 수선화, 히아신스, 무스카리다. 2~3월에 한창 꽃을 피우는 알뿌리식물은 손쉽게 수경 재배도 가능하지만, 흙에 심으면 겨우내 얼어 있던 땅에 새싹이 돋는 것처럼 강인한 생명력까지 만끽할 수 있어 좋다.

“구근을 흙 위로 반쯤 올라오게 심으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흙에 닿기 때문에 흙과 뿌리가 지닌 봄기운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_플로리스트 이지연(지 플레르 대표)









(왼쪽) 수선화 만개한 텃밭 정원
우아하면서도 자연미 넘치는 수선화의 매력을 흙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널찍한 컨테이너를 활용해 작은 정원을 만들어보자. 컨테이너의 3분의 2정도 높이까지 흙을 채우는데, 제일 아래 층에는 배수층이 되는 마사토를, 그 위에는 원예용종합토를 채운다. 한편 수선화는 흙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보이도록 한쪽으로 몰아 심는다. 이렇게 하면 흙과 수선화의 초록 잎과 노란 꽃이 대조를 이뤄 더욱 돋보일 뿐만 아니라, 수선화 특유의 은은한 자태를 감상하는 묘미도 즐길 수 있다. 돌이나 작은 식물을 곁들여 심으면 실제 정원 같은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줄무늬 패브릭과 초록빛 나뭇가지 그림이 있는 티 타월은 마리메코, 화이트 머그는 호가나스 제품으로 모두 루밍에서 판매. 빈티지 토분은 호사컴퍼니에서 판매.

(오른쪽) 지층을 뚫고 피어난 히아신스와 무스카리

투명한 유리 화기에 흙이 보이도록 알뿌리식물을 심으면 흙의 기운과 싱그러운 꽃향기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흙을 켜켜이 쌓아 지층처럼 연출하면 한결 아름답게 완성된다. 흙은 색상이 다른 원예용 종합토와 마사토를 교차로 사용하면 그라데이션 효과도 뛰어나고 배수도 잘 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흙과 이끼를 번갈아가며 층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이다.


꽃나무는 흙에서 피어난다
목련, 산수유, 개나리, 설유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의 대부분은 흙에 깊게 뿌리내린 나무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이 자연의 담대함을 머금은 흰색과 노란색 그리고 옅은 홍조를 띤 분홍색까지 무척이나 겸손한 빛깔로 봄을 싱그럽게 물들인다.

개나리 핀 언덕, 도자와 조우하다
봄꽃이 피는 나무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보다는 포근한 온기를 지닌 봄 햇살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노란 개나리와 설유화를 2:1의 비율로 조화시켜 흙의 질감이 도드라지는 화기에 꽂아 따스한 봄 풍경을 연출했다. 개나리를 많이 꽂을수록 따사로운 느낌이, 설유화의 비율을 높일수록 싱그러운 느낌이 강조된다. 화기 안에 오아시스를 넣어 나뭇가지를 꽂으면 한결 수월하게 원하는 형태로 꽃꽂이를 할 수 있다.

토기는 틸 테이블에서 판매. 오렌지 컬러 컵은 카렐에서 판매. 노란색 컵 아라비아는 루밍에서 판매. 밤색과 녹황색의 사선 굽 그릇은 정재효 씨 작품, 붉은 접시는 일, 각진 물주전자는 이강효 씨 작품, 하늘색 물컵은 장미네 씨 작품으로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재생미학
짙은 어둠을 뚫고 나온 희망처럼 기분 좋은 초록 식물. 나른한 봄 실내에 생기를 더해줄 식물의 생명력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기 위해 오래된 주방 용기를 재활용했다.자연의 순환과 재생의 의미를 더한 식물과 화기의 상생!


1 화분으로 환생한 커피잔과 계량스푼
비단이끼로 동그랗게 흙을 감싸고 그 안에 뿌리가 짧은 분재용 나한송 식물을 넣은 후 와이어로 고정했다. 그리고 이를 낡은 계량스푼 위에 담고 커피잔 위에 올리면 세상에 둘도 없는 화분이 완성된다. 식물에 물을 주면 커피잔이 물받이 역할을 한다.
2 거름망 행잉 바스킷
오래된 거름망 안에 이끼를 깔아 보호막을 만든 후, 그 안에 흙을 담아 덩굴이 늘어지는 아이비 등을 심어 벽면에 걸어놓았다. 주방에 활용하면 좋은 아이디어로 물 주기가 한결 수월하다.
3 배수 걱정 없는 채반
샐러드 컬런더 Colander(채반)를 화분으로 활용한 아이디어. 채반인 만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므로 우선 내부에 비닐을 깔아 이용한다. 물이 빠져나가는 밑바닥 구멍에 맞춰 비닐에 구멍을 뚫은 후 흙을 채워 원하는 식물을 심으면 완성. 흰색 아이비 계열의 금사철 등 물을 자주 줘야 하는 식물을 심으면 좋다.
4 미니 정원으로 태어난 머핀 트레이
6개의 구멍이 있는 머핀 트레이는 세네시오, 타라, 천사의 눈물 등 작고 아담한 식물을 한데 담아 키울 수 있어 그 자체로 작은 정원처럼 활용할 수 있다. 머핀 트레이 구멍에 모두 식물을 심을 수도 있지만 한두 군데는 비워놓고 흙을 담아두면 더욱 멋스럽다.


스타일링 김승희 어시스턴트 허미현 플라워 스타일링 이지연(지 플레르 02-3448-9070), 김태영(프리랜서) 제품 협조 루밍(02-6408-6700), 옥사나 가든(02-798-6787),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 틸 테이블(02-459-1711), 카렐(02-3446-5093), 호사컴퍼니(02-335-5480) 장소 협조 다이닝 텐트(02-3444-1533), 무이무이(02-515-3981), 스웨벤(02-3785-0421)

진행 이정민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