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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라이프]뉴질랜드에서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장 건강을 되찾는 자연 치유법
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허벌리스트들이 즐겨 권하는 치유법을 소개한다. 장 건강에 해를 끼치는 독소 균을 제거하고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유익한 균을 섭취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장속에 머무는 유해한 곰팡이나 박테리아 균을 제거해주는 허브 오레가노(왼쪽)와 웜우드(오른쪽)


뉴질랜드에서 허브 숍과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장이 안 좋은 사람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찾아오는 고객의 상당수가 장에 가스가 자주 차고 냄새가 심한 방귀가 나오며, 변비나 설사 등의 문제가 있음을 호소한다. 더러는 균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피부에 자주 염증이 생긴다고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증상의 주요 원인은 장속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육식을 즐기는 뉴질랜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컨설팅한 많은 한국 사람도 동일한 증상을 보였다.

장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은 장속에 서식하는 균의 분포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롭지 않거나 필요한 균이 대부분이라면 별문제가 없지만 유해한 균이 증가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유해한 균이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하거나 균에 많이 감염된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처럼 외부에서 들어올 수도 있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내부의 면역 체계가 약화되어 그럴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로는 경구용 피임약이나 항생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한 장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전자는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주어 그렇고, 후자는 장내 박테리아를 선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칸디다 Candida 같은 곰팡이균이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어쨌거나 유해 균이 증가하면 장속에서 음식물 분해가 바람직하게 이뤄지지 않아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부패한 가스로 인해 변비, 설사 등을 유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해한 균은 장벽이 헐게 하거나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장벽의 방어막이 약화되어 유해 균이나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 등이 혈관에 직접 들어가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비상이 걸려 알레르기 현상이 나타나며 그로 인해 피부에 트러블이 발생하거나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 이상 증상 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칸디다균이 이상 증식하여 장벽을 뚫고 혈관 내에 침투하면 우리 몸의 각 기관으로 퍼져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으로 입안이나 혀가 하얗게 헐어 몹시 아픈 통증을 유발하는 아구창이나 여성의 경우 질에서 냉이 분비되고 몹시 가려우며 빨갛게 염증이 생기는 등의 백반증을 일으킨다. 이처럼 장속의 균형이 깨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장의 불균형을 교정하는 자연 치유법으로 허벌리스트들이 즐겨 권하는 것이 ‘위드 weed, 시드 seed, 피드 feed 프로그램’이다. 이는 먼저 유해한 곰팡이 균이나 박테리아 균을 제거한(위드) 다음, 우리 몸에 유익한 박테리아 균을 심고(시드) 이를 잘 양성하는(피드) 순서로 이뤄진다. 장속에 머무는 유해한 곰팡이나 박테리아 균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항균 효능이 있는 허브를 복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박테리아와 곰팡이 균에 효과가 있는 대표적 허브로는 마늘, 오레가노 oregano, 포다코 pau d’Arco, 펠라르고늄 pelargonium, 웜우드 wormwood, 타임 thyme 등이 있다. 마늘은 생마늘 1쪽을 잘게 썬 다음 2컵의 물과 함께 하루 3차례, 식사 사이에 복용한다. 그 외의 허브는 허벌리스트의 처방을 받아 캡슐이나 추출액 형태로 1주일 정도 복용한다.

그런 다음 일주일가량 비피더스 균과 같은 몸에 유익한 균을 복용하는데,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나 유산균을 숙성한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된다. 그리고 이런 유익한 균들이 장에서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리바이오틱스 prebiotics가 있는데 양파나 아스파라거스, 대표적 허브로는 글로브 아티초크나 민들레 뿌리 등에 있는 이눌린 inulin이라는 성분이 그것이다. 허브 중에서는 특히 슬리퍼리 엘름 slippery elm이 장의 원활한 운동과 장속의 균형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허브로 꼽힌다. 슬리퍼리 엘름은 줄기의 껍질을 사용하는데 주로 가루로 빻아서 쓴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동시에 복용하는 시드와 피드의 일주일이 지나면 균을 제거하는 위드 단계로 넘어가서 다시 한 번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데 두세 차례 이 과정을 반복해 장속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음식을 잘못 먹어 설사를 한 후에도 장의 균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사를 하면 장의 균 분포가 변화를 겪게 되고 이에 따라 나쁜 균이 증식할 수 있으므로 프로바이오틱스, 즉 유익한 균을 섭취해 장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해한 균을 방어하는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식사를 천천히 해 위산이 충분히 분비되게 하는 것이다. 즉, 위산으로 유해한 병원균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이 위에서 충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소장이나 대장으로 넘어갈 경우 장에 있는 유해 균의 번식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은 대체로 방귀를 자주 뀌는데, 이는 음식물에 공기가 많이 섞여 그렇기도 하지만, 방귀 냄새가 고약할 경우에는 제대로 위에서 분해되지 않은 음식물이 장에 들어가 각종 균에 의해 부패되어 유독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산 분비는 매우 중요한데, 유해 균을 차단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소화 자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단백질의 분해는 일차적으로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과 펩신 등에 의해 이뤄지므로 위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을 경우 단백질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이 장벽으로 침투해 혈관으로 들어가게 되면 앞서 말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위산이 잘 분비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유기농 식초를 1작은술씩 식사 전에 먹는 방법이 있으며, 이외에 쓴맛이 나는 허브를 식사 전에 약간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같은 효능을 지닌 허브로는 지난 호에 소개한 바 있는 민들레 뿌리나 글로브 아티초크가 있고, 올리브 잎 외에 한약재 가운데 개똥쑥이라고 불리는 큉하오 qing hao 등이 대표적이다. 위산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잘못하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스스로 위산 과다라고 생각하고 제산제를 상습 복용하는 것이다. 실제 임상적으로 위산 과다는 위산 과소의 경우보다 훨씬 희박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위산 분비가 약화된다. 그런 만큼 노인의 가장 큰 소화력의 문제는 위산 분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거나 위장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겨 위산 때문에 쓰린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위산 과다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산이 과다 분비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위산으로부터 우리의 소화기관을 보호하는 막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럴 때 제산제를 복용하면 상대적으로 위산을 희석해 통증을 완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산제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사용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위산 과다라고 착각하고 제산제를 장복할 경우 지속적으로 위산을 묽게 하여 소화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런 만큼 제산제는 절대 장복해서는 안 되는 약이다. 

장 건강을 위한 식이요법 제안
첫째,
가능한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 농약 등 화학 약품을 사용해 기른 식품은 그만큼 신체 조직에 스트레스를 준다. 따라서 가능하면 과일이나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것이 좋다. 둘째, 가공식품 섭취를 피한다. 자연 상태에서의 영양이 제거되기도 하지만 설탕이나 소금 또는 방부제 등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에 해롭다. 셋째, 가능한 현미, 호밀 등 가공이 덜 된 곡물을 섭취한다. 넷째, 짙은 색 병에 담아 파는 냉압 오일만 사용한다. 오일은 열이 가해지거나 햇빛에 노출되면 변질되는데, 이런 상태는 발암 작용을 한다. 식용유로는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올리브 오일은 다른 오일에 비해 고온에서 끓기 때문이다.  다섯째, 가능하면 육류를 자제하며 육류를 섭취하더라도 되도록 사료나 항생제 또는 호르몬 제를 먹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른 육류를 섭취한다. 동물에게 먹인 화학제나 호르몬제는 섭취자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 마지막으로 허벌리스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의 김치는 소화에 무척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발효 과정에서 몸에 좋은 유산균이 잘 숙성되었기 때문이고, 배추 자체의 섬유질이 장운동을 활성화하며,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는 마늘, 생강, 고추 등이 모두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 좋은 허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맵거나 짜게 김치를 담가 장벽을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김치는 소화를 돕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쓴 최성웅 씨(swchoi80@hanmail.net)는 한때 <행복이 가득한 집> 기자와 <워킹우먼> 편집장 등을 역임하며 변화무쌍하게 살았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자연이 그리웠던 그는 현재 뉴질랜드에서 최대한 느리게 살며 메디컬 허벌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뉴질랜드 메디컬 허벌리스트 협회 정식 회원이며 클리닉을 겸한 허브 숍 ‘The Herbal Shop & Clinic’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 강가의 산책길을 거닐며 마음 비우는 일을 즐긴다.

최성웅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