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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방의 맛있는 수다 한 달 동안 베지테리언으로 살아보기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무겁고 평소 소화 불량을 잘 겪는 사람이라면 한 달만 채식주의자가 되어보자. 레스토랑 컨설턴트 방찬우 씨는 더 이상 채식은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전하는 채식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고, 여전히 식사 시간이 즐거운 요리법에 귀 기울여볼 것.
때때로 잦은 외식과 과다한 육식 섭취로 몸이 무겁게 느껴질 때면 나는 잠시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자청한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베지테리언이 돼 채식 위주의 식단을 즐기며 몸을 정화하는 일은 나의 연중행사다. 일단 채식 위주의 식사를 시작하면 먼저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누구나 금세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한결 가뿐하고 숙변을 보며, 여성의 경우 얼굴의 부기가 빠지고 화장이 잘 받는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무조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건 아니다. 데미 베지테리언 demi-vegetarian은 비정기적으로 생선을 섭취하며, 달걀 섭취의 유무에 따라 락토 lacto,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lacto ovo vegetarian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비건 vegan은 식탁에 그 어떤 동물성 식자재도 허용하지 않는다. 경험상 처음부터 비건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데미 베지테리언으로 시작해 점차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을 거쳐 비건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애용하는 몇 가지 채식 요리법을 전한다. 국물 요리를 만들 때 고기, 멸치, 마른 새우를 이용하지 않는 대신 다시마, 무, 표고버섯 등을 끓인 채수를 사용하자. 무엇보다 채수를 만들 때 숙주나물을 넣으면 채소의 비린 맛이 제거돼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이 방법은 프랑스 툴루즈에 살고 있는 내 친구의 어머니가 오사카에 있는 가이세키 레스토랑의 셰프에게 배워 내게 귀띔해준 것이다. 애호박, 양배추, 당근, 양파, 단호박을 잘게 다진 후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인다. 물이 끊기 시작하면 30분 동안 팔팔 끓인 다음 불을 끄고 상온에서 식힌다. 무기질이 풍부한 이 물을 식사 시 채소 수프처럼 섭취하면 몸이 굉장히 좋아진다. 주로 단맛이 나는 채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도 좋다. 단, 소금은 물론 설탕 등 어떠한 간도 하지 않아야 한다. 가이세키 레스토랑의 그 셰프는 이 수프로 암 환자도 고쳤다고 자랑했단다.
채식 메뉴 중 파스타는 누구나 쉽게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제격이다. 올리브유 파스타만 해도 담백한 알리올리오, 올리브와 안초비로 맛을 낸 파스타, 호박과 가지 파스타는 토마토소스, 올리브유 소스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 레몬그라스는 동남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인데, 향이 좋아서 대개 차로 즐긴다. 레몬그라스는 피로 해소에 매우 효과적이며 살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차로 마시며, 레몬그라스를 띄운 물에 반신욕을 하면 이른바 디톡스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평소에 레몬그라스 티를 차갑게 보관했다가 물처럼 마시면 피부가 맑아지고 탄력이 생긴다. 무엇보다 지성 피부에 좋은데 피부 내 불순물 제거 효과도 탁월하다. 따라서 레몬그라스 티는 베지테리언 식단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중요한 음료다. 차게 마실 때는 바질 잎을 넣어서 향을 더하는 것도 좋고, 민트 잎을 넣어서 청량감을 한층 높이는 것도 좋다. 말린 레몬그라스는 구하기 쉽지만 차로 즐기려면 냉동 상품이 좋은데, 코스트코에서 구입할 수 있다.

(왼쪽) 콩 스테이크, 스티키핑거스의 머핀, 레몬그라스 티, 요구르트에 그래놀라를 넣은 디저트, 방찬우 씨가 제안하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주말 점심이다.

콩 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콩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뇌의 DNA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노화를 방지하고 비만과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가 때로 육류나 생선처럼 식감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두부나 콩을 가공한 식자재를 구입해 조리하면 된다. 채식 전문 기업 베지푸드(www.vegefood.co.kr)에서는 콩 고기는 물론 채식 만두, 콩까스, 채식 동그랑땡 등 독특한 채식 식자재가 즐비하다.
얼핏 채식은 동양인이 더 많이 즐기는 것 같지만,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채식 레스토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채소를 이용한 반찬은 많지만, 일품요리로 발전시키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반면 외국에는 유명 채식 레스토랑이 많다. 파리의 미슐랭 스타 셰프 알랭 파사드 Alain Passard는 베지테리언이다. 그의 레스토랑 L’Prpege는 채식만을 위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채식 위주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파리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비싼 레스토랑으로 통한다. 혹 파리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방문해볼 것. 한국에서 채식 레스토랑 하면 대개 사찰 음식을 떠올리는데, 그중에서도 조계사 건너편에 위치한 발우공양(070-8238-9561)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발우공양의 음식은 사찰 음식 하면 쉽게 떠올리는 나물 반찬으로 차린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무색하게 만든다. 맛과 건강은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음식을 선보이는 것. 발우공양의 총책임자 대안 스님은 “사찰 음식이 단순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1천 가지가 넘는 레시피를 개발했으며, 그중 1백 가지는 일품요리에 해당한다”라고 말한다. 스티키핑거스 Stickyfingers(www.stickyfingers.co.kr)라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빵집도 있다. 100% 순 식물성 베이커리로 버터, 우유, 치즈 등도 섭취하지 않는 완벽한 채식주의자(비건)에게 환영받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평소 유제품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 집 빵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고 말한다.

(왼쪽) 사찰 음식 전문가 대안 스님과 방찬우 씨.

페스토 크림소스 베지 스테이크
재료
베지 스테이크 얼룩콩 200g, 작두콩 100g(또는 단단한 두부 1/2모), 다진 마늘・ 다진 파 1작은술, 당근 1/4개, 양파 1/2개, 표고버섯 1개, 밀가루・소금・후춧가루・포도씨유 약간씩 페스토 크림소스 생크림 100g, 바질 페스토 1작은술, 화이트 와인 1큰술, 바질 잎 2장,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유 적당량 가니시 플럼 토마토 1줄기, 아스파라거스 4줄기, 블랙 올리브・그린 올리브 3알씩, 베이비 채소 약간 만들기 1 양파, 표고버섯, 당근은 잘게 다진 후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잘 볶아서 살짝 익힌다. 2 얼룩콩과 작두콩은 삶아서 으깬 후 다진 마늘, 다진 파,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잘 치대 반죽한다. 3 ①과 ②를 고루 섞어서 동그랗게 빚은 후 밀가루를 입혀서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굽는다. 4 플럼 토마토는 소금, 후춧가루, 올리브유를 뿌린 후 오븐에 굽고, 아스파라거스는 그릴 팬에 살짝 구워 준비한다. 5 소스 팬에 생크림과 바질 페스토, 화이트 와인, 바질 잎을 한데 넣고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한소끔 끓여 2/3 정도까지 졸인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6 접시에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깔고 베지 스테이크를 올리고 소스를 뿌린 후 베이비 채소와 블랙 올리브, 그린 올리브, 구운 플럼 토마토를 곁들인다.

발우공양의 사찰음식


송연죽
재료
멥쌀 1컵, 연근 300g, 솔잎 30g, 소금 약간, 물 900ml

만들기
1 연근은 위아래를 잘라내고 껍질을 얇게 벗긴 뒤 연근 구멍 속의 불순물을 흐르는 물에 씻어 제거한 후 강판에 간다. 2 솔잎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 잘게 썬다. 믹서에 솔잎과 물을 조금 넣고 곱게 간 뒤 면포에 밭쳐 즙만 거른다. 3 멥쌀을 불려서 믹서에 갈아 멥쌀가루를 만든다. 손으로 만져봤을 때 알갱이가 만져질 정도로 거칠게 간다. 4 냄비에 물과 쌀가루를 붓고 저어가며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강판에 간 연근과 ②의 솔잎즙을 부어 20분 정도 저으면서 뭉근하게 끓인다.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한다. * 솔잎즙을 구하기 어렵다면 시중에 파는 솔잎 가루 1/2작은술을 물 1/2컵에 개어 사용한다.


콩고기명이쌈
재료
콩 고기 80g, 명이장아찌 8장, 밤 2톨, 청고추・홍고추・식용유 적당량, 콩 고기 양념장 간장 2큰술, 조청 1큰술, 통후추 4~5알, 계피 약간, 배 1/2쪽, 물 1/2컵

만들기
1
양념되지 않은 콩 고기는 팔팔 끓는 물에 한번 데쳐낸다. 2 냄비에 콩 고기 양념장의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인다. 3 끓인 소스를 식힌 후 ①의 콩 고기에 부어 재운다. 4 밤은 곱게 저민 후 달군 기름에 튀겨낸다. 5 청・홍고추는 곱게 다진다. 6 접시에 명이장아찌를 담고 팬에 구운 콩 고기를 얹은 후 튀긴 밤과 청・홍고추를 올린다. 고기는 베지푸드(www.vegefood.co.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연과채

재료
생연꽃 1송이, 연근 1토막, 석이버섯・밤・대추・소금・참기름 약간씩 연근 삼색찜 찹쌀 1컵, 녹차 가루・백년초 가루 1큰술씩, 치자물 3큰술 연근 초절임 비트 약간, 식초 3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 모과 소스 설탕에 재운 모과(혹은 모과청)・소금 약간씩, 올리브 유 1/2작은술

만들기
1 연근은 동그란 모양을 살려 슬라이스한 후 분량의 연근 초절임 소스에 담가놓는다. 2 불린 석이버섯은 가늘게 채 썰어 참기름과 소금으로 밑간한 후 달군 팬에 볶는다. 3 밤, 대추는 채 썰어 참기름, 소금으로 밑간한 후 달군 팬에 볶는다. 4 연꽃을 펼쳐 각각의 꽃잎 위에 연근을 얹고 ②, ③의 볶은 채를 순서대로 얹은 다음 연꽃 꽃술을 떼어내 얹는다. 5 모과 소스를 만든 후 따로 곁들여낸다.
연근 삼색찜 3시간 정도 불린 찹쌀을 손으로 문질러보아 겉이 바스러질 정도가 되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연근은 껍질을 칼로 긁어 제거하고 물기를 뺀다. 물기를 뺀 찹쌀을 3등분해 3가지 색으로 물들인다. 연근을 3등분한 뒤 연근 구멍에 색깔별로 물들인 찹쌀을 채운다. 한 김 오른 찜통에 찹쌀을 채운 연근을 넣고 40분가량 찐다. 모과 소스 설탕에 재운 모과를 잘게 잘라 분량의 올리브유와 섞은 후 소금으로 간한다.

방찬우 씨의 채식요리

가지 스파게티 롤
재료
가지 2개, 스파게티 면 100g, 올리브유 5큰술, 다진 마늘・파프리카 페스토 1작은술씩, 명란젓・파르메산 치즈・모차렐라 치즈 50g씩, 바질 잎 3~4장, 핫칠리소스 1큰술, 채소 국물 100cc, 소금・후춧가루・파슬리 약간씩

만들기
1 가지는 길이로 길게 슬라이스한 후 그릴 팬에 굽는다. 2 소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다진 마늘을 노릇하게 볶고 삶은 스파게티 면, 명란젓, 채소 국물, 핫칠리소스, 페스토,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고루 섞으면서 1~2분 정도 볶는다. 3 ①의 구운 가지에 ②의 스파게티 면, 모차렐라 치즈, 바질 잎을 넣고 돌돌 만다. 4 ③의 가지 스파게티 롤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좀 더 올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 정도 굽는다.


지중해식 토마토소스 라타투이

재료
양파・노란 파프리카 1개씩, 호박 2개, 바질 잎 5장, 블랙 올리브 6~7알, 다이스 토마토 400g, 달걀 2개, 체더 치즈・모차렐라 치즈 1컵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양파, 호박, 파프리카를 먹기 좋게 깍둑 썰어서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면서 노릇하게 볶는다. 2 ①에 다이스 토마토, 블랙 올리브, 바질 잎을 넣고 조린다. 3 ②가 걸쭉해지면 오븐용 팬에 옮겨 담은 후 달걀 푼 물을 끼얹고 그 위에 치즈를 올려 180~20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10~15분 정도 굽는다.


채식 요리채식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읽어봐야 할 책 3
<열두 달 절집 밥상
> 사찰 음식 전문가 대안 스님이 특별한 양념도, 희귀한 재료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이 맛있게 채식 밥상 차리는 방법을 공개한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는 물론 채식으로 맞이하는 손님 초대용 요리, 소풍 도시락용 요리 등 채식의 무궁무진한 변신을 보여준다.

<목숨 걸고 편식하다> 편식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목숨 걸고 편식해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의 경험담과 편식을 통해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주는 한 남자의 건강 비법을 담고 있다.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배불리 먹는 대신 가볍고 소박한 자연식 밥상으로 건강을 지킨 편식쟁이들의 편식 습관, 책을 읽으면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어지게 한다. 

궁합이 잘 맞는 두 종류 이상의 과일이나 채소로 한 끼 식사 대용이 가능한 주스를 만드는 방법 등 음료 한잔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황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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