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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 전남 장흥] 청정 해역에서 허리 굽혀 일하는 주명의.김희옥 씨 부부 차지고 바다향 짙은 장흥 매생이
시인 안도현 씨는 매생이 국을 앞에 두고 “저 남도의 해안에서 왔다는 맑은 국물도 아니고 건더기도 아닌 푸른 것, 다만 푸르기만 한 것”이라 했다. 가는 몸체만큼 여리고 예민해 청정한 바다에서만 자란다는 푸른 매생이가 지금 제철이다.


이른 새벽, 매생이를 수확하기 전 물기를 말리기 위해 매생이 발을 공중에 매달아두었다. 깨끗한 겨울 바다에서만 자란다는 무공해 식품 장흥 찰 매생이가 한창 제철이다.

산 너머 어스름한 빛이 느껴지는 이른 새벽, 주명의・김희옥 씨 부부가 바다로 향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신리 마을 앞바다. 전국에 유통되는 매생이의 절반 가까이가 장흥의 이 바다에서 생산된다. 부부를 따라 작업선을 타고 매생이 밭으로 향했다.
“매생이랑 김은 서로 섞이면 해가 돼요. 조금만 섞여도 양쪽 모두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요. 본래 김 양식장 부근에는 매생이가 자라질 않아요. 하지만 장흥은 김에 산 처리를 하지 않으니까 매생이가 잘 크는 거지요.” 매생이 채취를 위해 작업선을 고정시키던 김희옥 씨의 설명이다. 김 양식장이 산 처리를 하는 이유는 매생이 같은 김 이외의 해조류가 김에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흥에서는 김을 양식할 때 산 처리 대신 햇빛과 바람을 쐬는 것으로 매생이 번식을 막는다. 장흥의 매생이가 잘 자라는 데에 장흥의 무산 김 정책이 도움을 주는 셈이다. 한때 김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홀대받던 매생이가 최근 장흥의 지역 특산물이 되면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보다 훨씬 고된 작업을 필요로 하지만 김보다 단가가 높아 수입이 좋기 때문이다.
매생이도 김과 마찬가지로 12월에서 3월 초,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 바다에서만 자란다. 대나무 막대를 바다에 심어두고 매생이 포자가 붙은 발을 바다에 거는 것도 지주식 김 양식법과 비슷하다. 김과 다른 점은 김보다 생육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 여리고 가는 매생이는 소량이라도 산이 닿거나 바다가 오염되면 바로 녹아버린다. 수확 작업도 까다로워 기계나 도구의 도움 없이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직접 따야 한다. “깊은 바다에서는 배 위에서 엎드리듯이 허리를 굽혀 매생이 발을 훑어 따고요. 얕은 바다는 직접 들어가서 따야 합니다. 추운 겨울에 고된 작업이긴 하지요.” 이렇게 채취한 매생이를 작업장으로 가져와 ‘재기 작업’을 한다. 깨끗한 해수에 한 번 씻어 김이나 잡풀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참빗으로 곱게 빗은 듯 가지런히 모아 400g 정도의 덩어리로 만들어놓은 것을 ‘재기’라 한다. 재기 작업을 마친 매생이는 스티로폼 박스에 실려 전국 각지로 팔려 나간다.

“장흥 매생이는 ‘찰매생이’라 불러요. 국을 끓여놓으면 맛과 형태 모두 차지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한번 끓여 먹어보세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매생이에 대해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 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평했다. 매생이는 칼슘과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피를 맑게 하는 성질을 지녀 숙취 해소에 좋다. 깨끗한 물에 여러 번 씻어 체에 밭쳐두었다가 펄펄 끓는 물에 굴과 함께 넣어 한소끔 끓인 뒤에 참기름을 살짝 뿌려 먹는 매생이 국이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재미있는 별칭도 있는데, 남도에서는 장모가 미운 사위에게 주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미운 사위 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생이는 엽체가 매우 가늘어서 촘촘한 올 사이를 수증기가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펄펄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모르고 급하게 먹었다가는 입안을 데기 십상이니 미운 사위에겐 ‘뜨겁다’는 예고 없이 한 그릇 가득 퍼서 대접한다는 뜻이다. 국 외에도 밀가루에 김치나 채소를 썰어 넣고 반죽해 부치는 매생이전이나 무채와 식초를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친 초절임으로 많이 먹는다.
한때 김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풀로 취급받았던 매생이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장흥의 어촌이 바빠지고 있다. 2월까지 판매하는 매생이는 바로 먹을 경우 냉장고에서 2~3일, 오래 두고 먹을 것은 급속냉동하면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이 겨울이 가기 전, 제철 맞은 매생이와 역시 제철이면서 매생이와 궁합이 딱 맞는 굴을 넣어 뜨거운 매생이 국을 끓여 먹으면 좋겠다. 먹을 땐 조금씩 떠서 후후 불어 먹어야 한다. 매생이 국이 뜨겁다는 사실은 미운 사람에겐 비밀이다.

(위)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 주명의・김희옥 씨 부부가 매생이를 수확하려고 바다에 나왔다.


작업선에 엎드리듯이 누워 매생이를 채취하는 모습.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직접 따야 한다.


수확한 매생이는 김이나 파래 등의 잡풀을 걸러내고 곱게 한 덩어리로 빚어 출하한다.

STORY SHOP 장흥 신리 마을에서 수확한 매생이를 ‘행복이 가득한 쇼핑’에서 판매합니다. 장흥 찰매생이 10재기 가격 3만 원, 배송료 3천 원, 문의 080-030-1200, happyhome.storyshop.kr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