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가 많이 나는 고흥은 11월만 되면 온 천지가 노란빛이다. 과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주렁주렁 열린 유자나무 가지가 집집마다 담을 넘기 일쑤. 이맘때면 대형 마트에 인스턴트커피만큼이나 흔하게 쌓여 있는 것이 유자차라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시제에나 겨우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고흥에서조차 유자는 그리 흔한 과일이 아니었단다.
“비싸서 쉽게 사 먹기 힘들었죠. 그때는 노란 바구니 하나만 채워서 바닷가 횟집에 가면 자연산 회를 다섯 명 장정이 실컷 먹고도 오히려 5만 원을 받아 나올 정도였으니까. 유자나무 10주만 있어도 자식들 대학 공부 다 시킨다고 해서 금나무라고도 하고 대학나무라고도 했어요. 서리 맞은 유자는 달콤해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었는데….”
할아버지 때부터 3대를 내려오며 유자와 석류 농사를 짓는다는 이승진 씨가 맛있는 유자 고르는 법을 알려줬다. 일단 매끈하고 단단한 것은 무시할 것. 탱자나무에 접붙인 나무에서 열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데다 눌러봤을 때 스펀지처럼 푹신거리는 것이 향도 좋고 과피가 두꺼워 유자차를 만들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유자차를 만들 때 흔히 설탕과의 비율을 1:1로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설탕을 조금 더 넣어야 오래 두고 먹어도 변할 염려가 없다고 한다. 유자차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유자를 반으로 잘라 씨를 빼내고 즙을 짠 다음 껍질을 가늘게 채 썰어 미리 받아놓은 과즙, 설탕과 섞는다. 이것을 2~3일 상온에 두었다가 소독한 병에 옮겨 담아 냉장 보관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고 햇볕을 보면 갈변될 수도 있는데 발효된 것이라 맛은 더 좋다고. 추운 계절에는 따끈하게 먹는 것이 좋지만 여름철엔 블렌더에 얼음과 함께 갈아서 음료로 마시면 갈증이 싹 가라앉는다고 한다. 요맘때는 국물을 따라내서 생굴 물회나 전어회 같은 막회 무침에 넣으면 좋다고 한다.
(왼쪽) 3대째 유자 농사를 짓는다는 이승진 대표. 옻나무 추출액과 유자 껍질 등을 활용한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며 차와 화장품, 식초, 소스 등의 가공 제품을 만드는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왼쪽) 옹기에서 자연 숙성한 석류 발효액. 씨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이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된다.
(오른쪽) 이란 석류와 달리 못생기고 새콤한 맛이 강한 토종 석류. 그 강한 신맛에 입맛을 들이면 이란 석류는 싱거워서 못 먹는다고.
이승진 씨의 농장에서는 크기가 주먹만 한 토종 석류도 재배한다. 겉은 거뭇거뭇하고 못생겼지만 이란 석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새콤한 맛을 낸다. 석류는 자연 상태에서 벌어진 것을 골라야 제 맛이라고. 씨방이 가득 차서 터져 나올 정도가 되어야 맛과 영양이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자와는 달리 석류는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워낙 짧은 까닭에 가공한 주스로 많이 마신다. 이승진 씨 역시 석류를 이용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듬뿍 든 발효 음료인 ‘별빛담은 석류차’를 선보인다. 다른 첨가물은 일절 들어가지 않은 천연 제품이다.
“석류와 설탕을 동량으로 섞어두었다가 설탕이 녹으면 옹기로 옮겨 발효시켜요. 6개월 정도 지나 씨에 들어 있는 좋은 성분이 충분히 추출되었을 때 건더기는 건져내고 다시 장기 숙성시키면 새콤달콤한 석류 발효액이 만들어지지요. 석류즙도 그렇고 발효액도 진분홍색을 띠는데 이상하게도 희석시켜 발효 음료로 만들면 그 고운 색이 없어져요. 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해 만든 것이라 인공 색소는 넣지 않습니다.”
웬만한 과수나무는 심은 지 3년만 지나면 과일을 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자는 수령 15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열매를 딸 수 있다. 석류나무는 백 년 고목이 되어도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느긋하고 후덕하기는 유자나 석류나 매일반이다. 매끈하고 반지르르하기보다는 투박하고 못생겨야 제대로 골랐다고 대접받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비싸서 쉽게 사 먹기 힘들었죠. 그때는 노란 바구니 하나만 채워서 바닷가 횟집에 가면 자연산 회를 다섯 명 장정이 실컷 먹고도 오히려 5만 원을 받아 나올 정도였으니까. 유자나무 10주만 있어도 자식들 대학 공부 다 시킨다고 해서 금나무라고도 하고 대학나무라고도 했어요. 서리 맞은 유자는 달콤해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었는데….”
할아버지 때부터 3대를 내려오며 유자와 석류 농사를 짓는다는 이승진 씨가 맛있는 유자 고르는 법을 알려줬다. 일단 매끈하고 단단한 것은 무시할 것. 탱자나무에 접붙인 나무에서 열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데다 눌러봤을 때 스펀지처럼 푹신거리는 것이 향도 좋고 과피가 두꺼워 유자차를 만들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유자차를 만들 때 흔히 설탕과의 비율을 1:1로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설탕을 조금 더 넣어야 오래 두고 먹어도 변할 염려가 없다고 한다. 유자차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유자를 반으로 잘라 씨를 빼내고 즙을 짠 다음 껍질을 가늘게 채 썰어 미리 받아놓은 과즙, 설탕과 섞는다. 이것을 2~3일 상온에 두었다가 소독한 병에 옮겨 담아 냉장 보관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고 햇볕을 보면 갈변될 수도 있는데 발효된 것이라 맛은 더 좋다고. 추운 계절에는 따끈하게 먹는 것이 좋지만 여름철엔 블렌더에 얼음과 함께 갈아서 음료로 마시면 갈증이 싹 가라앉는다고 한다. 요맘때는 국물을 따라내서 생굴 물회나 전어회 같은 막회 무침에 넣으면 좋다고 한다.
(왼쪽) 3대째 유자 농사를 짓는다는 이승진 대표. 옻나무 추출액과 유자 껍질 등을 활용한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며 차와 화장품, 식초, 소스 등의 가공 제품을 만드는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왼쪽) 옹기에서 자연 숙성한 석류 발효액. 씨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이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된다.
(오른쪽) 이란 석류와 달리 못생기고 새콤한 맛이 강한 토종 석류. 그 강한 신맛에 입맛을 들이면 이란 석류는 싱거워서 못 먹는다고.
이승진 씨의 농장에서는 크기가 주먹만 한 토종 석류도 재배한다. 겉은 거뭇거뭇하고 못생겼지만 이란 석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새콤한 맛을 낸다. 석류는 자연 상태에서 벌어진 것을 골라야 제 맛이라고. 씨방이 가득 차서 터져 나올 정도가 되어야 맛과 영양이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자와는 달리 석류는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워낙 짧은 까닭에 가공한 주스로 많이 마신다. 이승진 씨 역시 석류를 이용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듬뿍 든 발효 음료인 ‘별빛담은 석류차’를 선보인다. 다른 첨가물은 일절 들어가지 않은 천연 제품이다.
“석류와 설탕을 동량으로 섞어두었다가 설탕이 녹으면 옹기로 옮겨 발효시켜요. 6개월 정도 지나 씨에 들어 있는 좋은 성분이 충분히 추출되었을 때 건더기는 건져내고 다시 장기 숙성시키면 새콤달콤한 석류 발효액이 만들어지지요. 석류즙도 그렇고 발효액도 진분홍색을 띠는데 이상하게도 희석시켜 발효 음료로 만들면 그 고운 색이 없어져요. 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해 만든 것이라 인공 색소는 넣지 않습니다.”
웬만한 과수나무는 심은 지 3년만 지나면 과일을 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자는 수령 15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열매를 딸 수 있다. 석류나무는 백 년 고목이 되어도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느긋하고 후덕하기는 유자나 석류나 매일반이다. 매끈하고 반지르르하기보다는 투박하고 못생겨야 제대로 골랐다고 대접받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