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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 명인]임산부도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 친환경 포도 명인 김연집 노경수
때론 선구자처럼, 때론 바보처럼 꿋꿋하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작품을 짓는 식품 명인 12인. 그들이 구슬땀 흘려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여름밤 샤워로 몸을 식힌 후 먹는 한 송이 포도는 하루의 고단함에 대한 달콤한 보상이다. 그런데 그 맛난 포도를 한 알 따서 먹을라치면 맘 편하게 입속으로 가져다 넣게 되지 않는다.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농약 잔여물과 꼭지에 붙어 있는 불순물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재배할 때는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15~20회 정도 농약을 친다. 사정이 이러한데, 충남 천안 ‘한나농원’을 운영하는 김연집 씨는 포도는 껍질과 씨까지 모두 먹어야 100%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포도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풍부한데, 특히 껍질과 씨에 많이 들어 있거든요. 껍질과 씨를 먹지 않으면 3분의 1만 먹는 겁니다.” 한나농원 문 옆에는 ‘새농민수상자 김연집・노경수’라고 적힌 문패가 눈에 띈다. 30년 넘게 사과를 재배하다 10여 년 전부터 포도 재배에 전념해온 부부는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질 퇴비를 주로 사용하며, 발효 농법으로 건강하고 맛도 좋은 포도를 생산한다. 임산부도 맘 놓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친환경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지력 증진과 병해충 방지에 쏟는 김연집 씨의 노력은 그침이 없다.

땅속 유기물 함량을 높이기 위해 쌀겨와 계란 껍데기, 톱밥을 섞어 발효시킨 양질의 유기질 퇴비를 주요 거름으로 쓰고, 살아 있는 땅을 만들기 위해 매년 다른 미생물제로 토양의 균형을 맞춘다. 병해충을 방지하기 위해 가을부터 봄까지 포도나무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겨 해충의 알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된 작업도 마다 않는다. 2001년 천안시 과학영농상 수상, 2004년 충남도 농업 발전 과수 부문 대상 수상, 2005년 새농민상 수상 경력이 김연집 씨의 도전과 노력을 증명하는 셈. “농민이 하우스 시설에 투자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과수를 재배하기는 참 힘듭니다. 새로운 시설에 맞는 온도, 환경, 물 관리 등에 관한 지식도 따라줘야 하고요. 농민도 자기 것을 개발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합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가치 있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해야지요.”

김연집 씨의 한나농원은 비가 오면 닫히고 날이 좋으면 열려 충분한 볕을 쬘 수 있도록 자동화된 하우스 시설을 갖췄다. 하우스 재배를 하면 2월 1일부터 보일러를 가동해 실온을 높임으로써 일반 수확기보다 이른 6월 20일경부터 포도를 딸 수 있다. 한나농원 포도 품종은 씨 없는 흑색포도, 씨 없는 홍포도, 청포도 등으로 김연집 씨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해낸 품종만도 40여 가지에 이른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