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춘 씨는 올해 첫 소금을 5월 9일에 냈다. 작년 첫 소금은 4월, 재작년의 첫 소금은 3월에 냈다고 한다. 이른 봄부터 소금을 내면 많이 팔 수는 있겠지만, 적게 팔더라도 정말 맛있는 소금만 만들고 싶었단다. 세계적인 명품 소금으로 꼽히는 프랑스 게랑드 염전 견학을 다녀오고, 염판 아래 깔았던 장판을 모두 걷은 다음 남들 다 힘들어서 안 한다는 ‘토판 천일염’을 만들고, 나무가 아닌 유리로 소금 창고를 짓는 등 그의 ‘좋은 소금’에 대한 열정은 지칠 줄 모른다.
최근 몇 년간 소금처럼 변화무쌍한 식품도 드물 것이다. 눈가루처럼 뽀얗고 탱글탱글한 맛소금을 달걀 반숙에 살살 뿌려 먹는 재미를 만끽해온 소비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맛소금은 독이요, 천일염이 약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장판이 아닌 토판에서 채취한 토판염이 최고의 소금이라는 정보쯤은 건강을 챙기는 주부라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 옛날 2백 포기씩 김장을 담글 때마다 어머니가 시원스럽게 뿌려대던 굵고 시커먼, 호렴이라고 불리던 그 소금과 똑같이 생긴 토판염은 갯벌을 다지고 그 위에 소금을 얹어 만든다. 장판 위에서 만든 새하얀 소금과는 육안으로 보아도 확연히 다른 토판염은 갯벌에 풍부한 미네랄이 함유된 건강 소금이자 감칠맛이 살아 있는 진정한 ‘맛’소금이라는 것이 정석. 하지만 박성춘 씨는 최고 중의 최고를 꿈꾼다. “해마다 첫 소금을 내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봄이 오고 날만 풀리면 소금을 만들었지. 하지만 봄 소금과 여름 소금이 어디 같나.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영양도 다르지. 그래서 바꾼 거야. 많이 만들어 싼값에 파는 대신, 맛있고 좋은 소금 적게 만들어 비싸게 팔자고.” 박성춘 씨의 염전이 있는 전남 신안군 신의도는 국내에서 토판염을 제일 먼저 복원해 생산해온 섬. 그래 봤자 2006년에야 다시 토판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어 그때그때 팔다 보니 묵은 소금이 남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시중에는 ‘3년 간수를 뺀 토판염’이라는 말들이 오간다. 염전마다 보관용으로 조금씩 남겨둔 것이라면 몰라도 모두 헛말이라고 한다. 토판을 밀어 물을 대서 얻은 첫 소금만 모으고, 나무가 아닌 유리 소금 창고를 짓고, 바닷물을 가두는 해주 역시 친환경 자재로 지을 정도로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박성춘 씨. 그가 만든 토판염은‘신안메이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판매한다. 신안메이드 토판염은 미국 홀푸드 마켓에도 입점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아 그 인기가 높다. 함초를 숙성시켜 된장과 간장을 담그고, 섬에 흔한 칠게로 장을 담그는 등 박성춘 씨는 수없이 실험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소금을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상품화하고 싶다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