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인증 사업장 해다올을 운영하는 박윤수 대표. 명품 먹을거리가 되려면 전통, 사람의 손맛 그리고 위생적인 가공 시설을 함께 갖춰야 한다. HACCP 인증을 넘어 수산물이력제를 준비하고 있는 박윤수 씨의 굴비에는 굴비의 이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라벨도 달려 있다.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을 만큼 맛있는 굴비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전남 영광. 수백 개의 굴비 가공업체와 판매업체가 들어선 법성포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굴비 생산자 박윤수 씨는 굴비업계의 신지식인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수산물 가공업계에 아직 드문 HACCP(해섭: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것이니까 깨끗하게 만드는 게 당연하지요. 저희 회사는 작업 환경은 물론이고, 조기 수매부터 굴비 가공, 배송,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순간까지 모두 계산해서 안전 관리를 합니다. 조기와 굴비 샘플을 수시로 가져다 생물학적 검사를 통해 신선도와 오염 여부를 체크하죠.” 굴비의 경우 소금에 절인 생선인 데다 바싹 익혀 먹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선도를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신선한 생선이 맛있는 법. 박윤수 씨의 HACCP 시행은 식품의 안전 관리를 넘어 맛있는 굴비 생산으로 직결된다.
“조기가 제철인 10월부터 12월 사이에 국내산 참조기를 수매해 급속 냉동해두었다가 그날 판매할 만큼만 해동해서 가공합니다.‘해다올 영광굴비’는 100% 국산 참조기만 엄선해 3년 이상 간수를 뺀 국산 천일염으로 기소금(조기에 직접 소금을 뿌려 간을 하는 작업)을 한 다음 법성포의 해풍에 건조해 만들지요. 저희 굴비가 맛있는 이유는 신선도 그리고 특별한 소금 때문입니다.” 설명을 듣고 소금을 살펴보니 희미한 초록빛을 띠면서 풋풋한 쑥 향기가 맴돈다. 박윤수 씨는 잘 말린 인진쑥을 빻아 천일염에 섞어 사용하는데, 이 소금으로 간을 하면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이 좋다고 한다. 인진쑥을 빻을 때도 쇳가루가 들어가지 않도록 압축 공기를 사용할 만큼 철저한 사람이 만든 굴비 맛은 어떨까.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병상에서 입맛 잃으신 분이 제 굴비 덕에 밥맛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의 굴비는 고봉밥도 순식간에 ‘뚝딱’ 비우게 만드는 진정한 밥 도둑이다.
(왼쪽) 국내산 참조기에 기소금을 한 모습.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에 인진쑥을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소금 색깔에 초록빛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