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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 명인] 참나무 장작과 가마솥으로 정성을 담아 만든다 조청 명인 이원복
때론 선구자처럼, 때론 바보처럼 꿋꿋하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작품을 짓는 식품 명인 12인. 그들이 구슬땀 흘려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이원복 씨는 어려서부터 조청을 수시로 먹고 자랐다. 겨울이면 감기에 걸리지 말라고 옥수수나 도라지로 조청을 달여 한 숟갈씩 먹여주시던,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조청을 기억하는 그가 옛날 어머니 방식 그대로 조청을 만든다. 이원복 씨가 운영하는 ‘왕비천하늘조청’은 친환경 농업 지역인 울진에서 생산한 무농약 농산물을 사용해 무, 수수쌀, 당귀, 천궁, 조릿대 등을 전통 방식 그대로 가마솥에서 달여 만드는 약조청이다. “자연의 꿀을 청淸이라 하는데 인공적인 꿀이라는 뜻에서 조청 造淸이라 하지요. 우리 조상은 곡물을 엿기름으로 발효해 식생활에 필요한 당분을 얻었습니다.” 조청은 설탕처럼 정제하고 표백한 것이 아니기에 안심할 수 있고, 각종 영양소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건강에도 좋다. 특히 항암 성분이 다량 함유된 수수와 도라지를 혼합해 만든 도라지수수조청은 대도시 소비자들이 찾는 인기 건강식품이라고. 이원복 씨는 조청을 만들기 위해 우선 불린 수수를 찜통에서 찌고 도라지, 무, 조릿대 등을 가마솥에 넣고 4~6시간 끓여 농축액을 우려낸다. 그다음 이 농축액에 쪄낸 수수밥과 엿기름을 넣고 10시간 정도 삭히고 숙성한 조청을 다시 가마솥에 넣고 8시간 조려낸다. 이때 중요한 것이 불 조절. 조청이 타지 않도록 은근하게 오래 가열하기 위해 참나무 장작만 쓴다. 화력이 좋으면서도 불이 서서히 잦아들어 조청이 타지 않고 영양소와 맛도 살려주기 때문이다. “현대식 기계도 많지만, 이런 재래 방식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조청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보람됩니다.”

1, 2 강원도의 한 폐교에서 매일 8시간씩 가마솥에 참나무 장작을 때가며 조청을 달이는 왕비천하늘조청의 이원복 씨. 매년 주문량이 늘고 있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에 생산량은 많지 않다. 뜨거운 불기운 앞에서 이틀을 꼬박 작업해야 딱 한 솥의 조청을 얻는다.


3, 4, 5 조청이 만들어지는 과정. 도라지, 조릿대 등을 가마솥에 넣고 4~6시간 끓여 농축액을 우려낸 뒤, 쪄낸 수수밥과 엿기름을 넣고 10시간 정도 삭힌 다음 다시 가마솥에 넣고 8시간 졸여낸다.

손다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