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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 명인]담양 청정한 땅에서 두 번 구운 죽염으로 만든다 된장 명인 기순도
때론 선구자처럼, 때론 바보처럼 꿋꿋하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작품을 짓는 식품 명인 12인. 그들이 구슬땀 흘려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1, 2 예로부터 ‘장맛’은 한 집안의 전통과 품위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했다. 360년 동안 이어온 10대 종가의 장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순도 씨. 그의 집 마당 한쪽에 연꽃이 그림처럼 피어 있다.

담양군 창평면 대나무 숲 속에 수백 개의 장독을 놓고 장을 담그는 집이 있다. ‘고려전통식품’을 운영하는 기순도 씨는 10대를 이어온 종갓집 전통 방법 그대로 죽염된장을 담근다. 맛의 토대가 되는 죽염은 담양의 명물인 대숲에서 자란 왕대를 마디마디 잘라 신안군 증도에서 가져온 간수 뺀 천일염을 가득 넣은 다음 소나무 장작불에서 굽는다. 한 번 구우면 대나무는 타서 재가 되고 소금은 굳어 하얀 막대가 되는데, 이 막대를 곱게 빻아 다시 대통에 넣고 두 번 구워 얻은 죽염으로 장을 담그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 식품(GMO)이 아닌 국산 콩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리는 천연 암반수를 사용하며 장독에 담아 대숲과 솔숲 바람으로 숙성시키니 기순도 씨가 담근 장맛은 다디달다. “장이 달다고 하니까 젊은 분은 정말 설탕처럼 단 줄 알아요. 장을 먹었을 때 쓰지 않고 깊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을 ‘장이 달다’고 표현하지요. 예로부터 장이 달면 복이 깃든다고 했어요. 장이 맛있으면 밥이 맛있고 밥을 맛있게 먹으면 몸이 건강하죠. 건강한 가정엔 복이 깃들기 마련이잖아요?” 기순도 씨는 된장 외에도 간장, 고추장, 청국장까지 재래식 방법 그대로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족이 먹을 것만 만들었지만 지인들이 사다 먹기 시작하면서 사업으로 발전했고, 현재는 세 명의 자녀들과 함께 하고 있다. “큰아들이 유통과 마케팅을 맡고, 딸이 함께 장을 담가요. 막내아들은 식품학과에서 ‘조선간장’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요. 우리의 전통 식품인 ‘장’의 맛과 문화를 알리는 일에 우리 가족의 연구와 노력이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3 고려전통식품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 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직접 담근 장은 이곳에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택배로 받아 먹을 수 있다.
4 기순도 씨는 매해 동짓달 말날을 받아 메주를 만든다.
5 기순도 씨가 직접 구운 죽염, 마치 바위처럼 단단하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