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만한 언덕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드문드문 자라는 토스카나 피엔차의 평화로운 풍경.
2 매일 휴가를 보내는 기분으로 폰테 베르투시를 운영한다는 피사노 가족. 왼쪽부터 조형 예술가인 아버지 에도아르도 씨와 사진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안드레아 씨,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그의 아내 마누엘라 씨(사진 김욱조).
3 숙소로 들어가는 작은 문 옆으로 담쟁이가 소담하다.
토스카나의 작은 중세 마을 피엔차 폰테 베르투시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토스카나부터 알아야 한다.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는 문화, 예술의 고장으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토스카나 출신이며 이들 뒤에는 피렌체를 거점으로 문화, 예술을 발전시킨 메디치 Medici 가문이 있었다. 또 인근의 스페인과 프랑스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로 발전시켜왔다.
폰테 베르시는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피엔차에 있다. 유네스코는 2004년에 이 주변 지역을 이르는 발도르차 Val d’Orcia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발도르차에는 몬탈치노 Montalcino, 산퀴리코 San Quirico, 피엔차 Pienza, 카스티그리온 도르차 Castiglion d’Orcia, 라디코파니 Radicofani 다섯 마을이 있다. 이곳은 고대부터 로마 제국 시절까지만 개발되고 그 후로는 잘 보존해 중세 시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발도르차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석회질 토양의 둥근 언덕과, 그 언덕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는 전형적인 토스카나의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인근 마을에는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교회, 오래된 성채, 농가 주택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4, 5 폰테 베르투시에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 예술가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빛나는 거대한 조형 예술 작품이 곳곳에 놓여 있다. 건물 외부에 놓인 조형 작품들은 모두 조형 예술가인 에도아르도 씨가 직접 만든 것으로 폰테 베르투시를 다른 숙소와 차별화하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피엔차의 작은 쉼터 폰테 베르투시
폰테 베르투시를 운영하는 안드레아 Andrea씨 가족은 본래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 태생이다. 피엔차의 매력에 빠진 아버지 에도아르도Edoarda씨가 1990년에 이곳으로 와 세 채의 집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폰테Fonte는 '샘솟는 물' 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이 집에서 사용하는 천연 샘물을 뜻하며, 베루투시Bertusi는 라틴어 우베르토수스 Ubertosus(풀과 꽃이 만발한)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폰테 베르투시는 ' 맑은 샘솟으며 꽃과 풀이 만발한 집'이라는 뜻이다. 안드레아 씨는 로마에서 공부를 마친뒤 1995년 이곳으로 왔는데, 그해 산 로렌초San Lorenzo 성당에서 열린 별똥별축제에서 마누엘라 Manuela를 만나 결혼하고 이곳에 정착했다. 그는 "가족의 성이 피사노 Pisano 인데, 이는 토스카나 피사 Pisa에서 온 사람을 의미합니다. 선조가 토스카나 사람이었으니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라며 흐믓해한다. 폰테 베르투시는 현재 여덟 채로 늘어났고 피사노 가족 모두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안드레아 씨와 그의 아내가 운영을 맡고, 세명의 동생은 모두 전문 테라피스트로 미리 예약을 하면 근사한 테라피 룸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소박한 자연에서 얻는 휴식과 행복 토스카나 피엔차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폰테 베르투시에는 1년에 6백 여 명의 손님이 다녀간다. 보통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미국에서 오는 손님이 많으며, 매년 찾아오는 고정 고객이 꽤 많은 편이다. 그들은 이곳을 토스카나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생각하고, 안드레아 씨 역시 손님을 가족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자주 오는 손님이 기념일을 맞이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특별히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1년 내내 손님 맞는 일이 힘들고 짜증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1년 내내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7시 30분에 일어나 일을 시작하지만 일 자체가 휴가와도 같습니다.”
로즈메리, 라벤더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폰테 베르투시의 정원. 이곳의 안주인인 마누엘라 씨가 손수 가꾼 곳이다.
폰테 베르투시에는 간단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
피사노 가족은 더 나은 관리를 위해 예약이 없을 때나 비수기인 겨울에는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손님용 숙소에서 직접 생활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숙소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영자가 직접 묵으면서 숙소별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며, 소품을 재배치하기도 한다. 소품은 계절별로 바꿔놓고 가구는 매년 겨울에 모두 다시 배치해 손님들이 언제 와도 새로운 집에서 묵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자연과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열린 박물관 “저는 폰테 베르투시를 열린 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조형 작품에 반사되는 빛을 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안드레아 씨의 설명처럼 폰테 베르투시 마당과 정원에는 아름다운 조형 예술 작품이 곳곳에 놓여 있다.
모든 작품은 조형 예술가인 아버지가 직접 만든 것으로 그는 이곳에 아틀리에를 마련해 꾸준히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13세기 네덜란드의 천재적인 화가인 예로니뮈스 보스 Jeronimus Bosch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으셨어요. 그의 작품을 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 많은데, 다양한 종교를 바탕으로 한 상상 속의 천국과 지옥, 그리고 수수께끼와 같은 이야기를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중 유토피아의 정원을 다룬 것이 있는데 그 그림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폰테 베르투시의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그리고 손수 조형물을 만드셨습니다.”
1, 3 골드 컬러의 다양한 오브제가 놓여 있는 장식장 형태의 조형물과 정원에 설치한 거대한 농기구 모양의 조형물 역시 아버지 에도아르도 씨가 작업한 조형 작품이다.
2 폰테 베르투시는 단독 빌라 형태로 보통 1~2개의 방과 거실, 욕실,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자 머물기보다는 가족 또는 친구나 연인끼리 머물기에 좋다.
조형 작품 외에 집 안 곳곳에서도 벽화와 기왓장에 그린 다양한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 그림은 모두 안드레아 씨의 아내인 마누엘라 씨가 그린 것이다. 또 모든 방의 커튼은 그의 어머니가 직접 만들었다. 집 주변의 아름다운 정원도 모두 아내가 일구고 가꾼 것인데, 나무 한 그루 없던 불모지를 지금과 같은 정원으로 가꾸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안드레아 씨는 이곳을 운영하면서 그래픽 디자인과 포토그래퍼 일을 겸하고 있다. “저희 선조 중에는 페데리코 2세 Federico II를 위해 바티스테로 디 피사 Battistero di Pisa라는 성당을 지은 분도 있어요. 아무래도 우리 가족은 토스카나 출신의 예술가 유전자가 흐르고 있는 듯합니다.”
토스카나의 전원 풍경은 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오랜 세월을 살아 늙고 병든 나무를 베지 않았다. 토스카나에서는 늙거나 낡은 것도 모두 존중받는다.
토스카나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피사노 가족처럼 외지인에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토스카나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는 봄과 가을이다. 이탈리아의 주된 올리브 산지이기도 한 토스카나 지방은 각양각색의 꽃이 만발하는 4월이면 올리브 꽃이 봉오리를 터트리면서 토스카나 자연의 절정을 보여준다. 태양이 뜨거운 6월부터 8월까지는 바캉스철이라 많은 방문객으로 정신없이 붐빈다. 또 밀밭이 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가을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중세 유럽의 전원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폰테 베르투시 홈페이지 www.fontebertusi.it
1 그래픽 디자이너 안드레아 씨가 작업한 화집과 요리책.
2 토스카나는 이탈리아의 주된 올리브 산지다. 올리브는 바닥에 그물을 깔고 나무를 흔들어 떨어진 열매를 거두는 방식으로 수확한다
3 이탈리아에는 토스카나 특산품인 페코리노 토스카노와 인근 사르데냐 섬에서 만드는 치즈 등 크게 세 종류의 페코리노 치즈가 있다. 모두 정부에서 엄격하게 원산지 및 품질 관리를 한다.
* 이 칼럼은 요리 연구가 박현신 씨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는 토스카나에 머무는 동안 수많은 숙소를 이용했지만 폰테 베르투시만큼 토스카나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예술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하네요. 그는 폰테 베르투시에 묵은 첫 번째 한국 손님이었습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폰테 베르투시와 토스카나 피엔차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은 모두 안드레아 피사노 씨가 촬영한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