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둔마을 제로 에너지 하우스. 그 옆으로는 내린천이 흐른다.
친환경 1등급, CO2 발생 제로 독일에서 시작된 친환경 주택 ‘패시브 솔라 하우스 passive solar house’가 요즘 다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패시브 솔라 하우스는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10%가량만 사용하고 나머지 80~90%의 에너지는 태양열에서 얻는다. 집 안에는 열을 저장할 수 있는 열저장체(돌로 된 타일 바닥, 황토벽 등)가 있다. 햇빛을 통해 들어온 열이나 사람이 발생하는 열처럼 생활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저장해두어 마치 난방을 한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 집은 특히 겨울을 위한 집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제로 에너지 하우스’는 화석연료 없이 100% 대체 에너지로 난방이 가능한 집을 말한다. 따라서 집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에 가깝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난방을 위해 장작을 땔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이는 자연 현상으로 간주한다).
2 진로 ‘처음처럼’의 손글씨로 더 유명해진 <처음처럼: 신영복 서화 에세이>의 저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글씨 작품을 선물했다.
식목일에 태어나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삼림 조사원으로도 근무했던 이대철 씨. 그가 강원도 홍천군 살둔마을에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지었다. 지금껏 고민해온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연 친화적인 집이다. 경기도 용인의 나무가 울창한 땅에 살 때도 그것이 최선은 아니었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남향일 것. 둘째, 동짓날을 기준으로 집 안 끝까지 햇빛이 들어올 것. 셋째,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열(햇빛)과 나가는 열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것. 넷째, 열저장체가 있을 것.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단열. 이것만 갖추어져도 80~9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대철 씨 집에서 난방 기구 역할을 하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집 밖에 설치해놓은 태양열 집열판과 이와 연결된 지하의 열교환기 시스템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 9.5℃의 외기가 열교환기를 거쳐 15.4℃의 공기가 되어 집 안으로 들어온다.(24.9℃의 온도 차이가 난다). 집 안 통풍구마다 설치한 온도계가 이를 설명해준다. 또 다른 하나로는 러시아 전통 방식으로 만든 페치카가 있다. 페치카는 거실과 주방 사이에 벽처럼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안에 ㄹ자형 통로가 있다. 불을 피울 때 발생하는 1000℃의 열이 이 통로를 지나면서 일부는 벽을 통해 발산되고, 가장 마지막 지점에 도달한 열은 40℃ 가량이 된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라디에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3, 4 1997년 용인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저서 <얘들아, 우리 시골 가서 살자!>(디자인하우스)를 쓴 이대철 씨. 그는 아마추어 목수이고 망치 모으기가 취미이다. 30년 동안 1천5백 개를 모았다.
여기에 열 손실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7.5cm 두께의 스티로폼 단열재가 내장된 덧문을 고안했다. 이 집을 찾은 날, 전날 낮에 잠시 장작불을 때어 공급한 열기가 남아 집 안이 따뜻했다. 이대철 씨의 설명으로는 한 번 난방을 하면 36시간까지는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의 온도를 측정해 보여주는데 거실 온도가 23.7℃, 돌 타일을 깔아놓은 거실 바닥 온도는 23.4℃, 창가는 12℃였다. 그런데 덧문을 닫으니 창가 온도가 19℃까지 올라갔다.
에너지 절약형 주택의 견본 이대철 씨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짓기 위해 독학으로 15년 동안 공부했다. 주로 외국 서적에서 관련 자료를 모았다. 단열재로 가장 이상적인 스티로폼의 두께가 30cm인데(이는 3m 두께의 진흙벽과 같은 단열성을 갖는다), 그만한 두께의 건축 내장용 스티로폼이 없음을 알고는 60cm 두께의 스티로폼을 자르고 양면에 석고보드를 붙여 단열재로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책에서 얻은 지식에 경험, 인터넷, 입으로 전해지는 현장 정보 등이 보태져 그의 제로 에너지 하우스의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용인에 살았던 그가 이곳 강원도 산골 마을로 들어오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산을 좋아했던 그와 아내 박랑 씨는 산을 곁에 두고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강원도 인제군 어딘가에 터를 잡고 살겠다는 꿈을 꾸었다. 운 좋게 그 꿈을 인제와 맞닿은 홍천군 살둔마을에서 이루게 되었다.
1 거실과 주방 사이에 붉은 벽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난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페치카이다. 남향에 동서 방향으로 긴 구조를 이루는 이 집은 낮이면 해가 집 안 깊숙이 들어온다.
2 안방에 들어서면 중앙에 낮고 긴 장이 하나 있고 그 왼쪽에는 침대가, 오른쪽에는 책상이 있다. 집 안의 어지간한 가구는 그의 솜씨. 안방의 천장과 벽에는 통풍구가 있는데, 천장 쪽에서는 페치카에서 발생한 온기가 들어오고, 벽 쪽에서는 열교환기를 거친 바깥공기가 들어온다.
3 주방 전경. 오른쪽에 페치카가 있다. 벽처럼 생긴 곳에 등을 대고 있으면 마치 찜질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앞에는 이대철 씨가 직접 만든 컨테이너에 히아신스가 자라고 있다.
4 이 집에서는 장난감조차도 태양열로 움직인다. 나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에 부착된 태양열 집열판이 햇빛을 받아들여 프로펠러가 돌아가게 한다.
다른 한 이유는 환경 문제. 미래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책을 보면서 ‘2015년경이면 영구적인 에너지 위기가 올 것이라는 데 대해 대처할 필요성’을 느꼈다. 전기와 연료가 끊기면 사람이 어찌 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전기를 제외한 모든 에너지를 태양열과 장작에 의존하도록 집을 지었다. 올가을쯤엔 태양열을 풍력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대철 씨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가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의 연구원인 작은아들과 함께 몇 가지 일을 계획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곳에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몇 채 더 지어 제로 에너지 하우스 본부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 “혹시라도 시골에 집을 짓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곳을 꼭 참고하세요”라고 덧붙인다. 환경 문제에 동참하며 쾌적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에게 집을 개방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대철 씨는 자신의 집을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계몽의 장’으로 기꺼이 활용하겠다 며 사람들이 쉽게 찾아오도록 큰길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집을 지었다.
이 집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봄이 오기 전에 산책로를 완성하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집 옆 내린천으로 내려가 데크에 못을 박는다. 요즘 그의 중요한 하루 일과이다. 봄이 오면 도라지꽃과 수선화도 피어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 무렵 <행복>독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5 이대철 씨만큼이나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아내 박랑 씨의 작품. 야생화 압화로 카드와 엽서를 만들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잠시 중단한 작업을 봄이 오면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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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에너지 하우스란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태양열 같은 대체 에너지로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0에 가깝도록 설계한 초단열 주택이다. 사계절 중 겨울을 대비한 주택으로 독일, 스웨덴 등 유럽의 패시브 솔라 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는 일조량이 많은 한국에 특히 적합하다는 것이 이대철 씨의 견해이다. 건축의 외장재로는 SIPS를 사용했다. 이는 주로 창고 및 공장 건축에 쓰는 샌드위치 패널과 같은 것으로, 양쪽에 철판 대신 친환경 건축 자재 OSB(아스펜: 목백합나무를 얇게 썰어 다시 목편으로 만들어 압착한 것)를 사용했다.
평당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 이 집의 평당 공사 비용은 2백50만 원가량. 이는 건축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놀랄 만한 비용이라고 한다. 이대철 씨가 주택을 짓는 데 통상적으로 드는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직접 알아보고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건축의 기본 골조만 건축 업자에게 의뢰했고 다른 것은 그가 직접 했다. 그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의 공사 매뉴얼을 만들고, 자재를 규격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공사 기간은 2008년 9월부터 1월 초까지 약 3개월가량 소요됐다. 이 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www.zeroenergyhouse.kr에서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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