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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손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
사람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온기가 남아 있다. 그 손과 마음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2008년을 시작하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손으로 마음을 전달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이번 달 <행복>에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다섯 팀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손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를 담아본다. 손이 보배여서 그 손으로 세상의 ‘미(美와 味)’를 창조하는 이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고마운 이에게 2008년 한 해도 행복하자며 마음을 띄워 보낸다. 바로 그 보배로운 손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뮌’ 김민선·최문선

내 인생의 반쪽에게
띄우는 편지


김민선이 최문선에게:
새해부터는 사이좋게 지내고
싸우지 말자.
더욱 행복하게
지내자…
아기 만들자.

최문선이 김민선에게:
사랑해 못난아.
영원히 건강하고
영원히 내 곁에
지난 십 년처럼
앞으로 백 년 동안.

‘뮌Mioon’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커플이다. 남편 최문선과 아내 김민선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바라며 각자의 손이 담긴 영상으로 표현했다. 이들이 써 내려간 글씨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며 한 편의 영상으로 완성된다. 그 영상은 본지 웹사이트happy.design.co.kr를 접속하면 ‘뮌의 손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에서 볼 수 있다.


2008년 2월에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준비하며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뮌. 이들은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뮌의 작품에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며 군중, 이동과 움직임에 대한 화두가 늘 따라다니는데 이번 기사를 위해 글씨를 써 내려가는 손의 이미지를 콜라주하여 그 흐름을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스튜디오의 입주 작가로 활동했으며 금호미술관, 성남아트센터, 스페이스 C 등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연 주목받는 아티스트다. www.mioon.net


그래픽 디자이너 박우혁·진달래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비는 행복

프러포즈를 할 때 아내의 이름 석 자 ‘진.달.래’로 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목탄으로 써 내려간 아내의 이름, 그것을 그맘때 열렸던 전시회에 올렸습니다. 그때 그 아내의 이름을 다시 꺼내어 봅니다. 그때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 사랑을 지키겠노라고.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렇게 내가 가진 손으로, 마음으로 아내의 이름을 그려봅니다. _박우혁

그리고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습니다. 나와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 남편과 남편을 똑 닮은 아들 몽구. 가끔 쿠키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쿠키 틀을 물감에 찍어 그들의 이름을 그려봅니다. ‘우’ 그리고 ‘몽’. 몽구는 아기 때부터 펭귄을 좋아했습니다. 그림 속 자신의 이름은 몰라도 펭귄만큼은 알아보겠죠. 펭귄을 보며 좋아할 몽구의 모습을 또 그려봅니다. _진달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박우혁 씨와 그래픽 디자이너 진달래 씨. 수줍음 많고 유난히도 말을 아끼는 박우혁 씨에게 타이포그래피는 모든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소통 그 자체다. 영화 <시월애> <파이란> <죽어도 좋아> <마리 이야기> 등의 포스터에 사용한 로고타이프도 디자인했다. 진달래 씨는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씨의 사무실과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 네트>에서 일했고 지금은 남편과 함께 CI, 패키지, 책 등을 디자인한다. www.typepage.com


북 아티스트 유림
내 가족의 보물로 시작하는 한 해

엄마가 만들어준 목도리 토끼 인형! “토끼 해봐” 하면 “아끼 아끼” 마구 울다가도 쭈쭈만 주면 뚝! 금세 기분이 좋아져요. 때론 엄마보다도 더 좋아해 서운해요. 아빠가 처음으로 사준 오리 토로! 목욕할 때 항상 정안이의 친구지요. 멍멍 강아지!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은 정안이에겐 모두 멍멍이지요. 작은 손으로 단추 병에서 단추를 하나하나 다 빼고는 까르르! 단추를 다 넣고는 까르르! 이모가 사준 빨간 아기 돼지 우산. 비가 오기도 전에 다 휘어트린 빨간 우산! 양말만 신으면 밖에 나가는 줄 알고 매일 아침이면 양말을 신겨달라고 졸라요. 엄마와 아빠가 걷기도 전에 사준 붕붕 자동차! 언제나 저 붕붕이를 탈까 했더니 벌써 신나게 타고 놀아요. 다른 또래 아이들은 아무도 턱받이 하는 아이가 없는데, 우리 정안이는 아직도 침을 뚝!뚝! 어느새 엄마 아빠의 물건들은 서랍 속으로 사라지고 집 안 한가득 정안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지요. _유림 씨가 큰딸을 위해 지은 동화 내용

해마다 유림 씨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을 소재로 책을 만들어 선물한다. 2006년에는 큰딸 정안이가 좋아하는 목도리 토끼 인형(역시 자신이 만들어준 것)을 소재로 동화를 만들고, 2007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리넨 행주를 소재로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플레이 모빌 시리즈의 인형을 소재로 책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오직 세상에서 하나뿐인 책을 만드는 것이다.

북 아티스트 유림 씨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종이는 물론이며 나무, 깃털, 가죽, 노끈 등의 재료가 만들어낸 책의 다양한 형태는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노트에 독특한 제본 기법을 적용하기도 하며 책이란 사물을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www.bookart.net

건축가 문훈
우리에게 수호신이 있다면


“아내, 가족, 뭐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면 뻔하잖아요. 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를 위한 메시지를 만들겠습니다.” 그는 첫마디부터 단호했다. “우주인을 위한 것이에요. 그런 것 생각하지 않으세요? 이 세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 신도 그런 것이겠죠. 갑자기 이걸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왼 손바닥을 쫙 펴고 그 안을 그림과 언어로 가득 채웠다. 주역의 괘처럼. 평소에 이런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그이다. 한글, 한자, 영어, 우주인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썼다. 그리고 손바닥 정가운데, 우주의 중심에, 쥐띠해를 기념해 미키마우스를 붙였다.

문훈 씨는 2007년 <행복>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건축가 중 하나다. 그의 심벌릭한 레드 컬러에 우주인이 출현할 것 같은 구조의 주택을 소개한 적이 있다(2007년 8월호). 독특한 발상과 언변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는 그이다. 가족들과 있을 때는 그렇게 가정적일 수 없다는 소문에 ‘아내를 향한 달콤한 메시지’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역시 문훈은 문훈이었다.

소리꾼 장사익
한발 앞서 사색의 계절에 띄우는 인사

조금 이른 감이 있었으나 장사익 씨는 남들보다 한 달 앞서 한 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새해를 맞이한다기보다는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을빛이 참 곱습니다”라며 한 줄 덧붙여 보내온 편지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작품에서 보았던 그 필체 그대로였다. “금년은 참으로 바쁘게 지냈습니다”하며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이란, 일본에 지방 공연까지 분주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이야기와 아쉬움의 마음을 담아 지인들에게 인사를 건네 온 것이다. 가을, 아직 새해를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남들 다 하는 연말 말고좀 더 여유 있고 사색할 수 있는 가을에 미리 인사를 챙겼다.

장사익 씨는 소리꾼이다. 전통 국악에서 명창이라기보다는 그만의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퓨전 소리꾼. 그의 쉰 목소리로 삶의 체험을 노래하고 마음을 노래한다. 그는 평소 간단한 안부조차도 편지로 물을 만큼 편지 글 쓰기를 즐기는데 바로 그가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에게 보낸 편지가 2007년 화제가 되었던 한글과 만난 패션에 단초를 제공했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