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제이미 헤이온Jamie Hayon과 이탈리아 타일 브랜드 비사자Bisazza를 위해 디자인한 ‘픽셀 발레Pixel Ballet’ 시리즈. 그는 현재 스페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세계무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작품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예약 한정 판매되었다.
3, 4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와 그가 듀폰 코리안과 함께 디자인한 ‘테이블 트리Table Tree’. 나무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센터피스로 접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인 면을 갖추었다.
세계 최고 디자인 도시로의 이미지 굳히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건축, 패션을 비롯해 제품, 광고, 가구 등 세계 디자인 시장을 손안에 쥐고 있는 거장들이 파릇한 젊음과 뒤섞여 호흡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디자이너 축제’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을 한데 불러 모아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영국이 세계 디자인의 중심임을 확인시켜준다. 산업혁명과 예술공예 운동의 발상지 영국에서도 그 중심인 런던 템스 강변에서 둘러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도시상을 발견할 수 있다. 런던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젊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선호하는 도시의 동쪽 지역(그중에서도 쇼디치Shoreditch 일대)과 부유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쪽 지역(그중에서도 켄싱턴과 첼시), 그리고 대형 전시장과 박물관, 공공 기관이 밀집해 있는 관광의 중심인 센트럴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이해한다면 도시 전체를 무대로 열리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관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백미는 소규모 상점, 빈 공장 혹은 창고 등지에서 소박하게 열리는 젊은이들의 전시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에 열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이 없다. 브랜드나 트렌드 따위도 중요치 않다. 서로 뜻이 맞는다면 거장과 새내기가 함께 전시하고, 고가의 앤티크 가구만 취급하는 상점에서 대학생들의 풋내 나는 디자인 제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동안 꿈꿔왔던 디자인을 펼쳐 보인다. 그 무한한 상상력은 그 어떤 박물관과 갤러리의 작품보다도 자극적일 수 있다. 바로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따라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온전히 즐기고자 한다면 브랜드 이름과 무슨 무슨 스타일이라는 일반적인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디자인이란 취향대로 즐길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1 영국의 프레드릭슨&스탤러드Fredrikson & Stallard의 ‘판도라Pandora 샹들리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팰리스를 위해 디자인했다.
2 가에타노 페세의 ‘메디테라네오Mediterraneo’. 가에타노 페세는 이탈리아의 노장 디자이너로 마치 해파리를 연상시키듯 LED를 사용했다.
3 시안 마크의 ‘게으른 조명’.
4 로스 러브그로브의 ‘머큐리 샹들리에’.
5 ‘캣 매키가 디자인한 ‘탭 라이트Tap Light’. 수도꼭지 손잡이가 버튼의 역할을 대신한다.
6 '지엔피ZnP’의 박진우 씨가 디자인한 ‘캔디 트리’.
‘아날로그’ 젊은이, ‘하이테크’ 노장과 조명을 논하다
조명은 마치 디자이너라면 한 번은 거쳐 가는 ‘통과의례’라도 되는 듯 젊은 디자이너부터 노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도전하는 영역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전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도 조명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영국의 영향력 있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하이테크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디자이너로 카림 라시드와 같은 디자이너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는 런던 디자인 스폿 ‘아람Aram 스토어&갤러리’에서 세계적인 조명 회사 아르테미데를 위해 디자인한 프로토타입prototype(견본 제품)을 전시했다.
‘머큐리Mercury 샹들리에’란 이름으로. 심플한 알루미늄 원형 패널 아래 조약돌처럼 생긴 금속성 오브제가 달려 있는데, 그중 몇 개는 안에 전구가 들어 있다. 낮에는 자연광에 의해 모빌 조형물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우리에겐 환풍기처럼 생긴 CD 플레이어로 익숙한 일본 제품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자와의 LED 테이블 램프 ‘이티스Itis’도 전시되었다. 조명등의 가느다란 기둥은 0도에서 90도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하며 헤드는 180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매우 유연한 조명등이다. 뉴 본드 스트리트의 인기 있는 앤티크 가구 숍 ‘파트리지 파인 아트Partridge Fine Art’는 아직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 전의 영 디자이너들이 결성한 ‘퓨즈Fuse UK’를 초대해 함께 전시회를 열었다. 1백 년이 넘은 고가의 앤티크 가구와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상반되면서도 의외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조명기구가 있었는데, 침대 옆의 서랍장과 스탠드가 일체형으로 제안된 시안 마크Sian Mark의 ‘게으른Lazy 조명’이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서랍을 당기면 스탠드의 헤드 부분이 일어서면서 불이 켜진다. 반대로 서랍을 밀어 넣으면 스탠드의 헤드 부분이 꺾이면서 불이 꺼져 조명도 함께 잠이 드는 것. 스탠드 자체는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나무 장난감의 질감과 동일한 제품을 사용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또 같은 전시에 참가한 캣 매키Cat McKee는 벽걸이 조명등에 수도꼭지 손잡이를 달아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돌려 조명을 켜고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조명은 물을 틀듯 불을 켜는 장치인 것. 한국 디자이너 박진우 씨는 나무줄기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캔디 트리Candy Tree’ 스탠드를 소개했다. 플로어 스탠드와 테이블 스탠드 두 가지 타입으로, 자연의 나무 색과 강한 대비를 이루는 조명의 포인트 컬러가 강한 이미지를 풍기며 마치 실내에 나무를 심어놓듯 조명을 심어놓을 수 있게 했다.
1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자하 하디드: 건축 그리고 디자인>의 전시장 입구. 검정 크리스털을 매달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조형물을 만들었다.(사진 Luke Hayes)
2 세계를 휘어잡은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사진 Steve Double)
3 <자하 하디드: 건축 그리고 디자인>전에는 그가 디자인한 의자를 비롯해 건축 및 가구 드로잉 작품을 전시해놓았다.
4 자하 하디드가 2005년 디자인한 ‘파에노 사이언스 센터Phaeno Science Center’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다. 이번 전시에 과학 센터의 상세한 도면, 모형이 함께 전시되었다.(사진 Werner Huthmacher)
2007년 최고의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
올해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주인공을 꼽는다면 바로 건축가 자하 하디드일 것이다. 현재 런던과 두바이,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여성 건축가로 매해 디자인적 기여도가 큰 디자이너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런던 디자인 메달’의 첫 회 수상자였다. 그는 수년간 페이퍼 작업(가상의 건축)을 하다가 1990년대 후반 스위스 바젤에 있는 소방서를 디자인하면서 그 비상한 감각을 인정받게 되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위한 실내수영장 ‘아쿠아틱 센터’를 짓고 있으며, 2010년 한국의 동대문운동장 자리에는 그가 디자인한 월드 디자인 플라자와 공원이 들어설 것이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자하 하디드: 건축 그리고 디자인> 특별전이 열렸다. 11월 25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스케치와 모형, 회화 작품에 비할 만한 건축 드로잉 그리고 그의 가구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의 건축을 해체주의라고 한다. 마치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처럼. 그리고 그의 건축은 다분히 미래적이다. 지난 수년간 가상의 작업만 해왔던 것도 그런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할 만한 현실이 못 되었던 탓도 있으리라. 그의 건축 도면을 보면 네모난 박스는 거의 없다. 딱히 규정하기 힘든 형태로 얽혀 있다. 현실 감각 없는 학생의 작품처럼 과장된 부분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는 그런 선들을 현실 속의 공간에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가구는 어떠한가? 고가의 컬렉션 시장을 공략한 예술성 강한 가구들이다. 전시장에는 올해 B&B 이탈리아와 만든 ‘문 시스템Moon System’ 소파를 비롯해 ‘사바야&모로니Sawaya & Moroni’, 영국의 ‘이스터블리시드&선스Established & Sons’ 등의 아트 퍼니처 회사와 만든 작품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 디자이너의, 디자이너에 의한, 디자이너를 위한 축제 2007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현장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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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애호가라면 9월엔 런던 여행을 계획해보자. 도시 곳곳에 디자인 전시회와 디자인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책에서만 보던 유명 디자이너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인 디자인 축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9월의 런던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