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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시골로 떠났다_ 사례 4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소유 대신 공유하는 60대 부부의 세컨드 하우스
모든 걸 정리한 채 어디론가 떠나 조용히 살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복잡다단해진 오늘날, 사회적 관계망을 끊고 살기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따른다. 장기주·장경희 부부는 집 두 채를 짓는 방식이 아닌, 공유를 통해 두 집을 잇는 방식으로 그들만의 5도2촌을 즐긴다.

공유형 세컨드 하우스에서 5도2촌을 즐기는 장기주·장경희 부부는 소유하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생활이 편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적당히 쉬다가 다시 본가로 돌아가 평소 생활하던 대로 지내면, 금세 다시 여기 오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해요.”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에는 고대 로마의 목욕탕 설계자 루시우스가 등장한다. 어느 날 그는 목욕탕에 몸을 담근 채 생각에 잠기다가 갑작스레 현대 일본에 도착한다. 자신이 있던 로마와 너무나 다른 도시 모습에 그의 입은 쩍 벌어진다. 그런데 그가 감탄하는 물건은 수도꼭지, 세숫대야 같은 21세기 현대인에게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이다.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는 이 작품의 교훈을 비일상적 존재를 일상 속에 끼워 넣어 당연해 보이는 것이 실은 당연치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지점이라 말했다.

 

베이컨 하우스 홍천의 침실. 부부는 공유형 세컨드 하우스의 장점으로 관리하는 부담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마찬가지다. 혼잡한 아스팔트 도로, 그 위로 솟아오른 콘크리트 건물, 여유를 유보한 채 살아가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에게는 이와 정반대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원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장기주·장경희 부부도 그러했다. “남편이 직업군인으로 오랫동안 복무했어요. 주기적으로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삶을 살다 보니 여러 관사에서 생활하며 오랜 시간 살아왔죠.” 아내 장경희 씨가 서랍 속 앨범을 꺼내듯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부부가 세컨드 하우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거실이다. 이곳에 앉아 자연경관을 만끽하며 쉼의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에겐 몸에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지만 부부에겐 이곳저곳 유랑하는 삶은 나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시골의 정취가 좋았다. “도시에서 벗어나 풀 내음 맡으며 산책하는 게 좋았어요. 그간 살아본 적 없는 경험이다 보니 우리에겐 그것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거죠.” 도시 생활의 기억이 도시 아닌 곳의 생활 풍습을 신기하게, 뭉클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계급이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감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흰자 위에 있던 삶의 터전을 노른자 위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진급할수록 계룡대나 작전 사령부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 집을 옮겨야만 했어요.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관사의 모양이 아파트형으로 바뀌더라고요.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요.”

 

베이컨 하우스는 ‘진짜 내 집’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개인 텃밭을 만드는 등 이용객이 집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요소를 마련했다.

 

도시와 시골이라는 이분법 너머
지역이 바뀌고, 집의 형태가 변하고, 자녀의 모습이 달라지다 보니 어느새 전역의 날이 도래했다.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자 제2의 인생을 펼쳐보고 싶었다. “이때야말로 시골로 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쉬이 선택할 일이 아니었다. 당장 사는 집을 정리하고 아예 시골로 내려가기엔 얽혀 있는 관계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귀촌하는 건 원하지 않더라고요. 종종 교류하고 식사도 함께 하고 싶은데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그게 쉽지 않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의료 인프라 문제도 걱정된다고 하고요.”

 

베이컨 하우스는 ‘진짜 내 집’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개인 텃밭을 만드는 등 이용객이 집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요소를 마련했다.

 

지금 사는 집을 정리하고 새집을 구하는 일도 복잡한 건 매한가지였다. 어느 지역에서 살아야 할지부터 집을 고치고 관리하는 일은 귀촌에 대한 결심으로 향하는 길을 막는 커다란 장벽이었다. 큰 결심을 하고 경기도에 자리한 전원주택도 알아보러 다녔으나 가격이 비싸고, 두 사람이 원하는 마당도 없었다. “시골에 집을 구해 살면 한동안은 좋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요.” 대안으로 떠올린 게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생활하는 5도2촌이었지만, 역시나 또 하나의 집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일했다. 도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때 자연을 벗 삼아 머물 방법을 골몰하던 부부. 그러다 베이컨 하우스를 알게 됐다.

 

베이컨 하우스는 농어촌·빈집 등 유휴 주택을 매입한 다음 레노베이션해 만든 세컨드 하우스를 30박 단위로 나누어 판매하는 공유형 주거 모델이다. 입회금을 내고 월 회비를 내면 가평, 양평, 홍천 등 베이컨 하우스가 보유한 여러 채의 세컨드 하우스를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다. 한때 이곳저곳 옮겨가며 살던 부부에게 집이란 항구에 정박한 선박보다는 여기저기 부유하며 항해하는 배에 더 가까웠다. 그때의 경험이 공유형 세컨드 하우스를 선택하는 단초가 됐다. “여러 곳의 세컨드 하우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우리가 예전에 살던 모습 같았거든요. 지역도 지금 살고 있는 용인에서 그리 멀지 않고요.”

 

세컨드 하우스인 만큼 머무르는 동안 가족이나 지인을 초대해 넓은 마당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 집인 듯 내 집 아닌 느슨한 쉼터
공유형 세컨드 하우스를 이용하며 5도2촌의 삶을 산 지 두 달 정도 된 부부는 홍천 집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오는 길에 길 양쪽으로 메밀꽃이 쫙 피어 있는 풍경 보셨어요? 그 길을 지날 때면 정말 자연 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극적으로 받아요. 거실 통창도 좋아요. 의자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바깥 풍경만 바라봐도 힐링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기사 전문은 <행복이 가득한 집> 10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매거진 보러가기 

글 김승훈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 문의 베이컨 하우스(vacon.house)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