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하이엔드 주거 공간,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트렌드를 반영한 세련된 공간을 완성해온 인테그 송승원·조윤경 대표는 자동차에도 자신만의 관점을 이어간다. 운전자 중심의 주행 성능보다 움직이는 동안 차 안에서 누리는 효율성과 공간의 활용 등에 집중하는 것. 자동차의 변화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하는 건축가 부부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서울에 기반을 둔 종합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INTG의 대표이자 공동 설립자. 이들의 프로젝트는 촬영 배경이 된 가회동 사옥부터 호텔, 오피스, 소매 공간 및 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16년 라이즈 호텔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아크로 대림, 베이커리 타르틴, 롯데컬처라운지, 공유 주거 맹그로브 신촌, 하이엔드 주거 단지 브라이튼 한남과 브라이튼 N40, 화이트 큐브 서울 등을 설계해왔다.
두 사람은 어떤 성향의 운전자인가?
송승원 자동차에 관심은 있지만 스피드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다. 길눈이 밝지 않아 아는 길로만 가려고 한다. 조윤경 차체가 큰 SUV를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송 소장이 주로 운전하다 보니 자연스레 운전과 멀어졌다. 주행하더라도 시속 50km를 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대형 SUV인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선택한 건 좀 의의다.
결혼하면서 함께 탈 차를 고를 때 두 사람이 24시간 붙어 있는 데다 외부 미팅도 많다 보니 운전하기 편안하고,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레인지로버 가운데서도 이보크부터 크기별로 고민하다가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전면을 봤을 때 헤드라이트나 그릴 등 차의 표정이 너무 차갑거나 울상이 아니었으면 했고, 실내로 들어가면 따스한 인상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외관은 블랙, 내부는 캐멀 컬러로 골랐는데, 지금까지 만족하고 있다.
영국의 컨템퍼러리 아트를 대표하는 화이트 큐브 서울의 설계를 담당했다.
이 차가 지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차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운전하기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와닿았다. 가족이 함께 타게 된 이후로는 운전할 때 더 조심하게 되고 양보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타면 탈수록 이 차가 참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에 대한 일을 하면서 차를 보는 기준이나 생각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자율 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전기차가 등장해 엔진이 없어지고, 자동차의 시스템 자체가 다 바뀔 때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에 대한 외부적 관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작업이었다. 그때 자동차의 쓰임새가 어떤 식으로 달라지고, 기존과는 어떻게 다른 행태로 차를 이용할지에 대한 리서치를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이겠지만, 동승자까지 운전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스마트폰을 이용하든 업무를 보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달라지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라운지 콘셉트로 완성한 벤틀리 플래그십 스토어, 벤틀리 큐브에는 두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
그런 프로젝트를 하면 미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 같다.
송승원 둘 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것에 따라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할 테니까. 최근에 건설사와 함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한 리서치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냥 단순한 지하에 차를 세워두는 일종의 창고 개념인데, 앞으로는 목적성 자체가 바뀔 것 같고, 그러면서 이제 자율 주행 전기차가 주류가 됐을 때 차를 위한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그런 고민도 하는 것 같다. 조윤경 우리가 관심 있는 건 전기차보다 스마트 카다. 기본 시스템을 전기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이 차가 얼마나 스마트한 요소를 탑재하고 우리가 생활할 수 있는 요소를 같이 담아낼 수 있느냐 등의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자동차가 라이프스타일에 끼칠 영향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송승원 사람들의 생활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도심화가 심해질지, 아니면 전원생활이 가능해질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한다기 보다 자동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일터와 집을 연결하는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하면 도심화가 덜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도심화가 가속화되지 않을까 궁금하다. 조윤경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이 여행지나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알린 것도 사람들을 더 멀리 움직이게 하려는 장기적 계획이지 않나. 앞으로 자동차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형상도 많이 바뀔 것 같다.
하이엔드 주거 공간 브라이튼 N40 역시 인테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두 사람의 드림 카는 어떤 모델일지 궁금해진다.
송승원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염두에 두는 부분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혹은 렉서스 LM을 드림 카로 꼽게 된다. 이전에는 포르쉐 911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직접 운전해보니 감당할 수 있는 스피드가 아니었다.(웃음) 외관 디자인이나 성능보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업무를 본다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보통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하루 종일 같이 있지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는 차에서 한다. 업무부터 일상, 소소한 부분까지 대화하다 보니 차에서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근 어떤 작업을 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작년부터 진행한 LG전자 플레그십 스토어가 9월 초 오픈했다. 핀란드의 게임 회사 슈퍼셀의 아시아 오피스를 성수동에 연 것도 있다. 기존 대한극장을 '슬립 노모어'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스페이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맡았다.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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