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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_Gardener's Talk 전문 ‘식집사’가 말하는 행복의 정원
찬 바람이 가득한 11월은 식물이 휴식기에 들어가는 시기이지만 사람들에겐 쓸쓸함을 위로해줄 식물과 정원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식물의 매력에 빠져 업으로까지 삼은 네 명에게 좋은 정원에 대해 물었다.

그린무어 김민경·벤 피셔Ben Fisher 대표
로망 속 가드닝

영국의 프리미엄 가드닝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가드닝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한국에도 누구나 취미 활동을 하듯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정원을 꾸미는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 영국의 질 좋은 가드닝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 왕실에 납품하는 제품을 비롯해 국내에서 쉽게 찾기 힘든 프리미엄 가드닝용품을 전시한 그린무어 매장. 영국의 가드닝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김민경 대표(오른쪽)와 벤 피셔 대표(왼쪽).
식물의 매력
(김민경) 저희 부부에게 자연은 언제나 친숙한 존재였어요. 비록 저는 패션 디자인과 패션 마케팅을, 남편은 약학을 전공했지만, 저희 부모님은 과천에서 화훼 사업을 오래 하셨고 영국인인 남편은 영국 안에서도 정원이 예쁘기로 유명한 코츠월드Cotswold 지역 출신이라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당연했죠. 자연 속에서 일하는 게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걸 느끼던 차에 남편을 통해 영국 가드닝 문화의 매력에 눈떠 그린무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정원이란
(김민경) 저는 야외 정원을 지향해요. 브랜드를 운영할수록 영국 자연주의 정원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인공의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다채로운 수종이 저마다의 특색을 간직한 채 어우러지는 정원이 아름답더라고요. 가만히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의자나 테이블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식물은 안락한 쉼의 또 다른 모습이니까요.

홈 가드너를 위한 조언
(김민경) 특정 정원보다는 가꾸는 과정을 권하고 싶어요. 옷차림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못 입는 옷이나 안 쓰던 호미 말고 기본적인 모종삽과 스쿠프, 전지가위, 방수 장갑, 물뿌리개 등의 장비를 갖추고 정원을 가꾸면 로망 속 정원에 들어온 듯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추천 실내 식물
(김민경) 야생화, 그라스 대부분이 월동 준비에 들어가 푸른 매력을 보기 힘든 시기잖아요. 저처럼 야외 정원에 집중하던 분도 이때만큼은 실내용 식물을 시선 닿는 곳에 두어 기분 전환을 해보세요.

주소 서울시 서초구 청계산로 423
문의 greenmoor.co.kr


마이알레 우경미 대표·우현미 소장
가드닝은 아이를 키우는 일

자매인 우경미 대표와 우현미 소장이 26년간 쌓은 취향을 보여주는 곳. 디자인 알레를 비롯한 이들의 브랜드는 공간을 기반으로 자연과 디자인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 방법을 찾은 결과다. 그중 마이알레는 공예부터 가구에 이르는 일상생활 전반의 것을 다루는 브랜드다.

과한 개입을 지양하는 대표와 소장의 뜻처럼 마이알레의 정원은 아담한 숲처럼 자연스러운 매력이 돋보인다.
우경미 대표(왼쪽)와 우현미 소장(오른쪽).
식물의 매력
(우현미) 식물을 키우는 것도, 반려동물이나 아이를 키우는 일도 모두 똑같아요. 꾸준히 관찰하고 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죠. (우경미)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지만 얻는 기쁨도 커요. 쏟은 애정만큼 무조건적인 기쁨을 돌려준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정원을 만들면 규모와 함께 행복도 커져요. 누구나 꼭 누려봤으면 하는 경험입니다.

좋은 정원이란
(우경미) 내가 온전한 애정을 쏟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찌그러진 화분에 키우는 고추가, 어떤 회장님에게는 전문가가 관리하는 몇백 평의 정원이 좋은 정원이듯 말이에요. (우현미) 한마디 덧붙이자면 관용이 필요해요.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관리하며 유지하는 정원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홈 가드너를 위한 조언
(우현미) 앞에서 말했듯이 관찰이죠.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이 물을 좋아하는지, 거름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는 꾸준히 지켜봐야 알 수 있거든요. (우경미) 요즘은 핸드폰 앱으로 사진만 찍으면 식물 이름부터 정보까지 다 알려주잖아요. 우리나라 같은 기후에서는 내한성 정도는 공부해서 온도계를 두고 살펴보면 좋죠. (우현미) 물 주고 잡초 뽑는 데 스트레스받지 말고 관용의 자세를 지니세요. 잡초도 사실 사 온 게 아니라 잡초라 부르지 화분에 같이 피어 있으면 그것도 정원이거든요. 그러니 부담 없이 도전하길 권해요. 다만, 하나의 식물을 키우는 것보다는 몇 개를 같이 키웠을 때 훨씬 잘 자라거든요. 그러니 넓은 트레이에 작은 화분 여럿을 놓고 시작해보세요.

추천 실내 식물
(우현미) 게발선인장이라고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꽃을 피우는 식물이에요. 꽃도 흰색, 빨간색, 분홍색 등 다채롭고 어디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저도 이맘때 여기저기 선물하고는 해요. (우경미) 저는 크리스마스 때 쓸 수 있게 사철나무나 작은 가문비나무를 추천할게요. 매년 트리를 장만하고 정리하면 환경에도 안 좋고 번거로운데 여기에는 필요할 때만 작은 장식을 올리면 되니까요. (우현미) 혹시 야외 식물에도 관심이 있다면 이 시기 덜꿩나무와 가막살나무도 예뻐요. 잎이 지고 빨간 열매만 남으면 옛날 사람들이 이런 걸 보고 빨간 볼 오너먼트를 만들었구나 싶어요.

주소 경기도 과천시 삼부골3로 17
문의 myallee.co.kr


슬로우파마씨 이구름 대표
도전하고 부딪히며 취향 찾기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를 살아가며 지친 사람들에게 침착한 라이프스타일을 처방하는 브랜드. 전시부터 상품 제작, 실내외 시공까지 다양한 범위를 넘나들지만 그 기반에는 누군가 식물을 통해 위로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 자리한다.


이구름 대표의 취향이 잔뜩 녹아 있는 슬로우파마씨 스토어의 내부.
정우성 대표(왼쪽)와 이구름 대표(오른쪽).
식물의 매력
저도 회사를 다닐 때는 일을 사랑해서 야근도 마다 않고 더 빨리, 많이 성장하고자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역시 너무 값진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천천히 살아가는 방법을 잊게 되더라고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방법도, 일이 아닌 나의 자아도 찾기 힘들어졌어요. 퇴사 후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나를 찾는 시간을 보내다 한국에 돌아와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엄마와 언니의 일을 도왔어요. 자연스레 식물과 더 가까워졌는데, 그때 처음 식물을 돌보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렇게 슬로우파마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내가 식물로부터 받은 위로를 모두가 경험하길 바랐죠.

좋은 정원이란
나다운 정원이요. 음식부터 옷, 음악 모두 나를 편하게 해주는 취향이 있듯이 분명 식물에도 취향이 있어요. 저를 예로 들자면 슬로우파마씨 스토어를 보면 돼요. 정말 제 취향의 집합체거든요. 어릴 적부터 좋아한 실험 기구, 의료 기구가 곳곳에 자리하고 아끼는 빈티지 가구에 식물을 맥시멀하게 스타일링했죠. 어떤 식물을,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찾아보세요.

홈 가드너를 위한 조언
SNS나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멋진 정원 이미지를 수도 없이 보고 동경하게 되지만, 아름답다는 느낌 하나만으로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정원이 될 수 없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한 해 한 해 계절마다 나를 이끄는 식물을 찾아 심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다 보면 심적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워진 내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추천 실내 식물
저는 가을 억새의 느낌을 좋아해 계절이 끝나기 전에 억새가 가득 심긴 정원을 방문하려 해요. 올겨울 키우기 좋은 식물로는 아라우카리아를 추천해요. 호주가 원산지인 상록수인데 최저 온도 5℃까지 견뎌 베란다 월동이 가능하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연출하기에도 좋아요. 이번 가을은 갑자기 추워진다고 하니 냉해를 입지 않게 10℃ 이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창가 식물의 위치를 옮겨주세요.

주소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11가길 26 1층
문의 slowpharmacy.com


식물인문학자 정재경
식물은 세계를 열어주는 존재

호흡기가 약한 아이를 위해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운 것이 계기가 되어 어느덧 약 2백 개의 식물과 살며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연구를 한다. 식물인문학은 식물과 함께 행복하게 살 방법을 탐구하는 실용 학문이며, 식물인문학자로서 연구, 강연, 강의, 기고 활동을 한다.

공기 정화 식물 2백여 개와 함께 살아가는 식물인문학자 정재경의 자택. 플랜테리어에 대한 책을 낸 만큼 집과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커다란 정원을 이루고 있다.

자택에서의 정재경 씨.
식물의 매력
작고 여리다고만 생각하는 식물은 사실 이 지구상에 우리보다 더 오래 산 생명체예요. 아주 강합니다. 그곳이 어디든 불평불만 대신 어떻게든 적응해 있는 힘껏 자라며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만 사용합니다. 식물처럼 사는 법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인 거죠.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마음이 단정해지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건강한 공기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식물을 돌보는 동안 제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좋은 정원이란
저는 식물을 만나고 인생이 달라졌어요. 제 모든 행동의 기반이 생명과 생태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세상을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게 해주었기에 제게 식물은 세계관이고 정원은 저를 비추는 거울이에요. 잡초를 뽑거나 물을 주며 정원일을 하다 보면 제 자신을 성찰하게 돼요. 오감으로 식물을 받아들이며 좀 더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거죠. 실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정원은 내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저는 실외 정원은 적당히 잡초도 있고 들풀과 들꽃도 있는 야생의 모습이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홈 가드너를 위한 조언
제가 안타까운 건 ‘정원’ 하면 대체로 실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는 정원을 가질 수 없어’라며 미리 포기하는 분이 있다는 거예요. 식물을 만지고 느끼며 물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정원인데 말이죠. 우선 화분 한 개라도 들여보라 말해주고 싶어요. 그 화분과 교감하고 힐링한다면 그것도 좋은 정원입니다. 익숙해지면 한 개, 두 개 늘려보세요. 어느덧 울창한 정원을 누리고 있을 겁니다.

추천 실내 식물
만약 식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식물원이나 화원에 갔을 때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가격이 저렴한 식물을 권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한 식물일 가능성이 높아, 우리 집에서도 잘 자랄 확률이 높습니다. 스킨답서스가 대표적이에요. 집 안에서 키울 예정이라면 가습기나 분무기도 준비하면 좋아요. 홈 가드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습도와 통풍 관리거든요. 특히 공기 정화 식물은 잎이 촉촉할 때 광합성 작용도 활발해져 산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니 먼지도 잘 닦아주세요.

문의 @jaekyung.jeong

 

글 최지은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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