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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창엽 · 정원 디자이너 이진 모두를 위한 회복의 터전
도심 속 정원이 주는 효과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체감하고 더 많은 정원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적다. 건축가와 정원 디자이너를 만나 그들이 서울에 만든 정원과 공공 녹지에 대해 물었다.

‘회복의 시간’은 세 개의 식재 레이어로 구성했으며, 자연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자 바깥으로 갈수록 키가 큰 식물을 심었다. ⒸStudio Rebuild
과거의 도시가 개발과 발전에 집중했다면, 이제 핵심은 회복과 상생이다. 덕분에 공원을 비롯한 도시의 정원, 공공 녹지에 대한 각 지자체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오세훈 시장의 ‘정원도시 서울’ 선언을 시작으로 시민의 일상 속 정원 문화를 확산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지난 10월 8일 막을 내린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도 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공 녹지 중 하나인 뚝섬한강공원에 기업과 정원가 및 국내외 공모전 등을 통해 다채로운 정원을 선보이고, 박람회 이후에도 대부분의 정원을 뚝섬시민대정원으로 상설 운영한 것이다. 한양대학교 이창엽 교수와 스튜디오 리빌드Studio Rebuild의 공동 창업자 이진 정원 디자이너가 함께 선보인 작가 정원 ‘회복의 시간(Immersive Resilience)’도 그중 하나다. 스튜디오 리빌드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오브제부터 공간과 조경 등 폭넓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곳으로, 정원 문화가 정착된 영국에 오랜 시간 거주하며 깨달은 공공 녹지의 중요성을 국내에도 전하려 한다.


정원의 나무를 감싸 안는 듯한 비정형적 곡선 구조는 사이트의 제약이던 나무를 이곳만의 특색으로 승화시킨 모습이다. ⒸStudio Rebuild


공공 녹지로 정원에 관심을 갖다
건축가인 이창엽 교수는 물론 이진 디자이너도 처음부터 식물을 공부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던 이들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디자인에 더 깊이 빠지고, 정원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데는 실생활에서 경험한 공공 녹지의 힘 때문이다. “영국에 살 때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녹지가 정말 많았어요. 대부분은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었고요. 왜 식물에는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 효과를 직접 체험했어요. 성격이 밝아졌고 여유로워졌죠. 그걸 계기로 영국 왕립원예협회(RHS)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이창엽 교수 역시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오랜 기간 실무를 진행하며 공공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책임감은 통감하고 있었으나, 이를 자연과 더 적극적으로 연결 짓기 시작한 건 아내를 따라 RHS 위슬리 정원을 방문한 이후다. RHS 위슬리 정원은 RHS에서 운영하는 다섯 개의 정원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거대한 규모와 다양성으로 원예 전문가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정원을 경험한 건 거의 처음이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아무리 멋진 건축물일지라도 자연에 비할 수는 없다는 걸 그때 느꼈죠.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곳이 이 정도로 근사하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2022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자연스레 우리나라 공공장소가 제공하는 경험의 질과 범위를 확장하고 싶었어요. 자연과 깊게 연결된 곳으로 말이에요.” 공공과 자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던 이들에게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좋은 기회였다.


첫 보식을 마친 ‘회복의 시간’에서 만난 이창엽 교수(왼쪽)와 이진 디자이너(오른쪽).
작가 정원 공모전에는 ‘동행’과 ‘회복’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스튜디오 리빌드는 회복을 선택했다. 정원 문화가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회복이라는 정원의 본질적 힘을 보여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정원의 힘을 몸소 느끼기 위해서는 자연과 오롯이 교감할 장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뚝섬한강공원은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번잡한 사이트였기에 외딴 느낌을 주고자 땅을 파 성큰 구조를 만들었다. 중앙에는 테이블을 두고 세 겹의 링을 만들어 안에서 밖으로 갈수록 키가 큰 식물을 심었는데, 역시 자연에 뒤덮인 듯한 공간감으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렇게 완성한 공간에서는 나만의 비밀 아지트처럼 가만히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회복의 시간’을 만들 때 집중한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기존 사이트를 해치지 않는 일이었다. 현재의 정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자연주의 정원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정원의 비정형적 곡선 역시 사이트 내 나무를 이식하거나 베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제 남은 건 시간과 관리자의 역할이다. 



― 기사 전문은 <행복> 11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최지은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인물), 스튜디오 리빌드 제공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